"알파걸이요? 아직 우리 사회에서 그들은 여전히 '소수'가 아닐까요."
능력과 자신감을 두루 갖춘 '알파걸'의 등장을 바라보는 여성과 남성의 시각은 어떨까.
젊은 여성들의 활발한 사회 진출과 더불어 능력을 인정받는 분위기는 바람직하지만 아직 알파걸이 우리 사회에서 보편적 현상이라고 단정짓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유학파 출신으로 최근 모 화장품 회사에서 한국아디다스코리아로 스카우트된 마케팅 담당자 김은경씨(32).그는 소위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알파걸'이다.
그러나 김씨는 "중·고교부터 대학까지는 남성보다 탁월하다고 생각하더라도 일단 사회에 발을 디디면 여전히 여성에게는 보이지 않는 '유리 천장(glass-ceiling:보이지 않는 장벽)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는 "직장에 다니는 여자친구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여전히 남녀 직원에 대한 기대 수준 자체가 다르고 승진 시에도 몇 배의 노력을 요구한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며 "마치 모든 여성이 남성을 압도하고 있는 것처럼 비쳐지는 건 현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알파걸 현상은 일부 특정 분야에 국한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예로 한국여성개발원이 지난해 말 조사한 국내 영재교육 현황에서는 2004년부터 최근까지 3년간 영재교육 지원자와 합격자 모두에서 여학생의 비율이 전체의 30~40%대에 머물렀다.
어려서부터 남자 아이들이 수학·과학과 관련된 영재교육 환경에 더 많이 노출된다는 결론도 곁들였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성별·연령별 고용평등 지표에서도 우리 사회의 평균적인 여성의 위치가 여실히 드러난다.
시간당 임금비율(노동보상도),임금근로자 비율(노동참여도),관리직 비율(노동위상도),상용직 비율(직업안정도) 등 4개 세부 지표에서 지난해 우리나라 여성근로자의 성별 고용평등 지표는 평균 55.7에 그쳤다.
이 지표는 100을 기준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평등 수준이 높다는 의미다.
이남희 여성가족부장관 정책보좌관은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발이나 공무원 채용 시 일정 비율을 여성에게 할당하기 위해 도입했던 '어포모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소수자 우대정책)은 이제 남성에게도 적용되는 실정"이라면서도 "그러나 여전히 고위 행정직이나 국·공립대 교수 등 많은 분야에서는 여성의 비율이 현저하게 낮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여성에게 사회적 성공이나 직업적 능력만을 지나치게 중시하는 것처럼 비쳐지는 것도 '알파걸' 현상의 부작용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조은희 한양대 겸임교수(45·'연구공간,여성정책'연구소 대표)도 "전업주부나 인생에서 다른 선택을 한 여성이 스스로 '내가 바보같다'는 자괴감에 빠져서는 안 된다"며 "여성들의 사회적 성공과 능력만을 중요시하는 사회 분위기는 여성이 결혼과 출산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만들기도 한다"고 분석했다.
젊은 10,20대 여성들이 알파걸의 롤모델(본보기가 되는 대상)을 설정하는 데도 '함정'은 있다.
출연자들의 외모를 중시하는 영상미디어에 자주 노출되는 사람들(예컨대 연예인)이 롤모델이 될 가능성이 커,'여성의 외모=사회적 능력'이라는 잘못된 선입견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안상수 한국여성개발원 연구위원은 "능력있는 여성에 대한 잘못된 해석이 롤모델을 찾는 예비 알파걸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남성을 압도할 만큼 탁월한 일부 여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이 일부 남성에게 열등감과 패배의식을 과장되게 심어줄 우려도 있다.
실제로 최근에는 '베타보이' 신드롬까지 등장하는 실정이다.
'베타(β)'는 그리스어의 첫 번째 알파벳인 '알파(α·우월,으뜸이란 의미)' 다음에 위치해 남성은 언제나 여성에게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일부에서는 우수한 여성들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남성들의 목소리가 '페미니즘(feminism)'의 반대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 '매니즘(manism)'으로까지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문혜정기자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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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읽기
◆알파걸 신드롬 관련
▷'고1 사회'(대한교과서) 283쪽: 남녀평등이 보장되는 사회
▷'고교 사회·문화'(교학사) 123~126쪽:성 역할의 변화와 가족
▷'고교 경제'(대한교과서) 200쪽:여성의 지위가 높아진 시대의 남녀차별
(탐구과제)여성가족부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한국 사회에서 여성들이 차별과 불평등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방증인가 토론해 보자.
(선생님 의견)세계적으로 여성을 존중하는 나라가 대개 잘 산다.
/여성들이 사회 장벽을 느낄수록 실력만이 살 길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능력껏 노력하는 사람이 '알파'가 되고,노력하지 않는 사람이 '베타'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남녀 차이를 인정하면서 조화를 이루기 위한 생리학적·사회학적 연구와 통합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도움말 주신분=육근록 선생님(서울 청담고),김윤희 선생님(경기 하남고),백종익 선생님(울산 성신고),문명희 선생님(광주 상무고)
능력과 자신감을 두루 갖춘 '알파걸'의 등장을 바라보는 여성과 남성의 시각은 어떨까.
젊은 여성들의 활발한 사회 진출과 더불어 능력을 인정받는 분위기는 바람직하지만 아직 알파걸이 우리 사회에서 보편적 현상이라고 단정짓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유학파 출신으로 최근 모 화장품 회사에서 한국아디다스코리아로 스카우트된 마케팅 담당자 김은경씨(32).그는 소위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알파걸'이다.
그러나 김씨는 "중·고교부터 대학까지는 남성보다 탁월하다고 생각하더라도 일단 사회에 발을 디디면 여전히 여성에게는 보이지 않는 '유리 천장(glass-ceiling:보이지 않는 장벽)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는 "직장에 다니는 여자친구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여전히 남녀 직원에 대한 기대 수준 자체가 다르고 승진 시에도 몇 배의 노력을 요구한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며 "마치 모든 여성이 남성을 압도하고 있는 것처럼 비쳐지는 건 현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알파걸 현상은 일부 특정 분야에 국한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예로 한국여성개발원이 지난해 말 조사한 국내 영재교육 현황에서는 2004년부터 최근까지 3년간 영재교육 지원자와 합격자 모두에서 여학생의 비율이 전체의 30~40%대에 머물렀다.
어려서부터 남자 아이들이 수학·과학과 관련된 영재교육 환경에 더 많이 노출된다는 결론도 곁들였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성별·연령별 고용평등 지표에서도 우리 사회의 평균적인 여성의 위치가 여실히 드러난다.
시간당 임금비율(노동보상도),임금근로자 비율(노동참여도),관리직 비율(노동위상도),상용직 비율(직업안정도) 등 4개 세부 지표에서 지난해 우리나라 여성근로자의 성별 고용평등 지표는 평균 55.7에 그쳤다.
이 지표는 100을 기준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평등 수준이 높다는 의미다.
이남희 여성가족부장관 정책보좌관은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발이나 공무원 채용 시 일정 비율을 여성에게 할당하기 위해 도입했던 '어포모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소수자 우대정책)은 이제 남성에게도 적용되는 실정"이라면서도 "그러나 여전히 고위 행정직이나 국·공립대 교수 등 많은 분야에서는 여성의 비율이 현저하게 낮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여성에게 사회적 성공이나 직업적 능력만을 지나치게 중시하는 것처럼 비쳐지는 것도 '알파걸' 현상의 부작용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조은희 한양대 겸임교수(45·'연구공간,여성정책'연구소 대표)도 "전업주부나 인생에서 다른 선택을 한 여성이 스스로 '내가 바보같다'는 자괴감에 빠져서는 안 된다"며 "여성들의 사회적 성공과 능력만을 중요시하는 사회 분위기는 여성이 결혼과 출산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만들기도 한다"고 분석했다.
젊은 10,20대 여성들이 알파걸의 롤모델(본보기가 되는 대상)을 설정하는 데도 '함정'은 있다.
출연자들의 외모를 중시하는 영상미디어에 자주 노출되는 사람들(예컨대 연예인)이 롤모델이 될 가능성이 커,'여성의 외모=사회적 능력'이라는 잘못된 선입견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안상수 한국여성개발원 연구위원은 "능력있는 여성에 대한 잘못된 해석이 롤모델을 찾는 예비 알파걸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남성을 압도할 만큼 탁월한 일부 여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이 일부 남성에게 열등감과 패배의식을 과장되게 심어줄 우려도 있다.
실제로 최근에는 '베타보이' 신드롬까지 등장하는 실정이다.
'베타(β)'는 그리스어의 첫 번째 알파벳인 '알파(α·우월,으뜸이란 의미)' 다음에 위치해 남성은 언제나 여성에게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일부에서는 우수한 여성들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남성들의 목소리가 '페미니즘(feminism)'의 반대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 '매니즘(manism)'으로까지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문혜정기자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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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읽기
◆알파걸 신드롬 관련
▷'고1 사회'(대한교과서) 283쪽: 남녀평등이 보장되는 사회
▷'고교 사회·문화'(교학사) 123~126쪽:성 역할의 변화와 가족
▷'고교 경제'(대한교과서) 200쪽:여성의 지위가 높아진 시대의 남녀차별
(탐구과제)여성가족부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한국 사회에서 여성들이 차별과 불평등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방증인가 토론해 보자.
(선생님 의견)세계적으로 여성을 존중하는 나라가 대개 잘 산다.
/여성들이 사회 장벽을 느낄수록 실력만이 살 길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능력껏 노력하는 사람이 '알파'가 되고,노력하지 않는 사람이 '베타'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남녀 차이를 인정하면서 조화를 이루기 위한 생리학적·사회학적 연구와 통합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도움말 주신분=육근록 선생님(서울 청담고),김윤희 선생님(경기 하남고),백종익 선생님(울산 성신고),문명희 선생님(광주 상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