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찬여자, 기죽은 남자 '알파 걸' 신드롬] 사법연수원 '수석졸업'은 당연
윤송이 SK텔레콤의 상무(32)는 미국 MIT대 최연소 공학박사,세계경제포럼(WEF)이 선정한 2006년 차세대지도자 등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다는 인물. 이공계열 여학생들 중 윤 상무를 '롤 모델(본보기로 삼는 인물)'로 삼은 이들이 적지 않다.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는 2000억원의 경제적 가치가 있다고 평가받는 가수 보아(21)가 눈에 띈다.

보아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혹독한 트레이닝을 거쳐 아시아의 스타로 성장해 어린 여학생들 사이에서 연예인 열풍을 불러일키고 있다. '연봉 6억원'을 받으며 성인 영어교육 분야의 스타 강사로 뛰어오른 유수연씨(36)와 한방화장품까지 내놓은 한의사 출신 사업가 김소형씨(38) 등도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뤄 두터운 지명도를 얻은 여성 인재로 분류된다.

한국형 알파걸들이 사회 각 분야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교사나 공무원 합격자의 숫자에서 여성이 남성을 앞질렀다는 것은 이미 오래된 얘기다. 기업의 영업직이나 법조계,공과대학 등 전통적으로 남성들이 강세를 보였던 분야에도 여성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성적에 이어 사회성 면에서도 여성이 남성을 압도하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된다. 머지 않아 미국처럼 대학 졸업자 숫자에서도 여성이 남성을 앞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의 경우 1980년대 중반 이후 여학생 수가 남학생보다 많아지기 시작해 2004~2005학년도엔 미국 전체 학위 취득자 중 59%가 여성이었다.

법조계(법률을 다루는 판·검사 변호사 그룹)는 최근 1~2년 새 여성들이 '왕좌'를 장악한 대표적인 분야로 꼽힌다. 사법고시 합격자 비율은 여성이 37.7%(2006년 최종합격자 기준)로 남성보다 적다. 하지만 사법연수원 성적이 뛰어난 상위권들은 대부분 여성이다. 사법연수원에서는 여성이 수석을 차지한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다 보니 '남자수석'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예비 법조인들이 여풍(女風)을 절감하는 것은 판사 임용 결과가 나올 무렵이다. 지난해 사법연수원 졸업생 중 최상위권만 모인다는 서울 경기지역 판사임용 결과 18명의 신임 판사 중 16명이 여성이었다. 올해도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으로 보이자 대법원 내에서는 성비를 맞추기 위한 '어포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소수자 우대정책)'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이재구 사법연수원 교수는 "여자 연수원생들의 성적이 좋아 교수들 사이에서도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느냐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초·중·고교 교육현장의 상황을 감안할 때 알파걸 신드롬은 점점 더 거세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예비 알파걸'들의 전력을 점검해 보면 성적과 사회성 측면에서 여학생들이 성취가 남학생들을 압도한다는 것. 이영덕 대성학원 평가이사는 "여학생들은 자신의 의견을 조리있게 말하는 능력이 특히 뛰어나기 때문에 구술 면접시험에서 남학생들을 압도한다"고 설명했다. 서울 B초등학교 조 모 교사는 "학생회장 선거를 할 때나 영어경시대회 참여자를 보면 대다수가 여학생들"이라며 "남학생들이 여학생들에게 기를 펴지 못해 걱정스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송형석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