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 걸' 세상 … 당찬 여자, 기죽은 남자
"전교 1등부터 10등 사이에 남학생이 들어가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서울 A고교 2학년 담임 박 모 교사)

남녀공학 고등학교 중 상당수가 상위권 남녀 학생들의 학력 차이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수능 모의고사의 성적은 남녀가 엇비슷하지만,이상하게 내신만은 여학생들의 강세가 두드러진다는 게 대다수 학교들의 한결같은 설명이다.

서울 구로고 심정은 교사(영어)는 "전교 1등을 비롯한 상위권을 여학생들이 휩쓸다 보니 아들을 둔 학부모들이 내신성적에 불리하다는 이유로 시험을 몇 번 보고 전학을 가버리는 일이 흔하다"며 "남녀 합반을 하자는 말이 나오면 남학생 학부모들이 나서서 반대할 정도"라고 귀띔했다.

여성이 남성을 압도하는 현상은 한국의 고교에서만 일어나는 기현상일까.

답은 '아니다'이다.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다. 미국에서는 남성에 비해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여성을 가리키는 '알파걸'이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다.

알파걸은 미국 하버드대 댄 킨들런 교수(아동심리학)가 최근 발간한 그의 저서에서 처음 사용한 말. 킨들런 교수는 1000여명의 소녀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와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미국 신세대 소녀들의 20%가량이 이전 세대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완전히 새로운 사회계층"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이들을 알파걸이라고 명명했다.

전문가들은 '알파걸'로 불리는 신세대 여성들은 10~20년 전 남성과 경쟁을 통해 사회적 성공을 거머쥔 소수의 여성 선구자들과는 다른 기질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과거 여성 선구자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남성 이상으로 '독종' 기질을 발휘, 남다른 성취를 이루게 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알파걸들은 자신의 여성성을 적극적인 장점으로 활용하고 '독종'이 아닌 '리더'의 모습을 띠고 있다.

우리나라 알파걸들의 두드러진 특징은 '도전적인 성향'이다.

한국경제신문이 취업포털 커리어넷(www.career.co.kr)과 함께 서울·수도권 소재 4년제 대학 여대생들에게 '직장에서 최종 목표로 하는 직급'에 대해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직장경력을 바탕으로 창업해 오너 CEO가 되겠다'(28.4%),'몸 담고 있는 직장에서 CEO의 자리에 오르고 싶다'(18.7%) 등 CEO를 꿈꾸는 여대생이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7.1%에 달했을 정도다.

알파걸들이 대거 등장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알파걸 신드롬이 불러일으키는 부작용은 없을까. 상세히 알아보자.

송형석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