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파네스의 사랑의 기원에 대한 신화적 이야기는 사랑의 본질이 욕망임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욕망으로서의 사랑에 만족하지 않는다.

소크라테스는 묻는다.

만일 욕망의 대상이 좋은 것이 아니라면 과연 욕망을 충족시키는 것이 가치있을까? 아니다.

사랑이 가치 있기 위해서는 욕망의 대상이 가치 있어야만 한다.

◆원문읽기

특정한 형태의 사랑만을 추구하고 거기에만 철저히 빠져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신의 반쪽을 추구하는 것만이 사랑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러나 제 생각에는 그 대상이 좋은 것이 아니라면 그것은 사랑이 아닙니다.

사람은 자신의 수족이라 해도 그것이 해롭다고 생각하면 잘라버릴 수 있으니까요.

사람은 좋은 것 외에는 아무것도 사랑하지 않으니까요

▷해설='헤드윅'이나 여타 로맨스 영화들이 보여주는 사랑이란 바로 이런 차원의 것이다.

사랑이라는 정열의 강렬함에 대해서는 잘 보여주지만 그 정열의 가치에 대해서는 전혀 다루지 않는 것이다.

연애를 다룬 스토리가 사랑이 성공한 후에 끝이 나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하지만 정열이란 그 자체로 가치 있는 것이 아니다.

정열의 목적이 가치가 있을 때에만 가치 있다는 것이 소크라테스의 지적이다.

사랑의 가치는 사랑을 이루는 과정에서보다는 사랑을 이룬 이후에 드러난다.

만일 로미오나 줄리엣 또는 연인이 죽지 않고 살아남아 함께 여생을 보내게 될 경우를 상상해보자.로미오가 결혼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줄리엣에게 싫증을 내고 바람이나 피우지 않을 거라고 누가 장담을 할 수 있겠는가? 아무리 목숨을 바친 순수하고 열정적인 사랑이라고 해도,그것이 성취된 이후에도 그와 같은 열정이 유지되리라고 누가 보장하겠는가?사랑은 단순히 반쪽을 찾는 것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그 이상의 무엇이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원문읽기

그대는 이러한 사랑과 욕망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동물이 생식을 하고자 할 때에는 아주 기이한 상태에 빠진다는 것을 그대도 알고 있지 않나요? 동물들은 사랑에 사로잡혀 처음에는 교미에 열을 올리고,그 다음에는 새끼를 먹이는 데 열을 올리지요.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가장 약한 동물조차 가장 강한 동물과 대적하려 하고,새끼를 위해 자기를 희생하기까지 합니다.

새끼를 먹이기 위해서라면 배고픔쯤은 참고 어떤 방식으로든 헌신하는 것입니다.

▷해설=남녀 간의 사랑과 함께,소크라테스는 부모의 자녀에 대한 헌신적 사랑에 대해서도 그 한계를 지적한다.

성적인 사랑과 자식에 대한 사랑은 동물도 한다는 것이다.

사랑의 헌신성도 사랑의 진정한 가치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 역시도 확대된 자기 사랑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인간이라면 마땅히 그 이상을 추구해야만 한다.

소크라테스는 앞에서 육체적 사랑에 대해 비판적인 관점을 취했지만,다시 육체적 사랑에서 수태와 출산 부분을 주목하며 이 속에서 아름다움과 불멸성의 개념을 발견해낸다.

그는 사랑을 아름다운 것으로 찬양한 아가톤의 연설을 반박하긴 했지만,그렇다고 사랑에서 아름다움을 완전히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는 사랑 속에 아름다움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문읽기

우리는 본성상 일정한 나이에 도달하면 수태한 것을 생산하고픈 욕구를 느끼게 되지요.

하지만 그 생산은 추함을 통해서는 이루어질 수 없고 오직 아름다움을 통해서만 가능해요.

불화 속에서는 수태나 생산이 절대 일어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추한 것과 모든 비(非)신적인 것은 불조화하는 반면,아름다운 것과 신적인 것은 조화를 이룹니다.

에로스는 아름다움 속에서 생산하고 분만하는 것에 대한 사랑입니다.

▷해설=소크라테스의 위와 같은 주장은 에릭시마코스의 '조화론'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에릭시마코스는 만물이 조화를 이룰 때에만 무슨 일이든 제대로 진행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소크라테스도 남자와 여자의 동물적인 성행위 속에도 조화로움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사람들이 모두 용모나 품성이 잘 형성된 상대를 좋아하는 것도 이런 조화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원문읽기

왜 생식을 할까요? 그 이유는 죽게 마련인 존재는 생식을 통해서만 불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말한 것에서 사랑은 불멸 또한 그 대상으로 삼는다는 결론이 필연적으로 나오게 됩니다.

모든 생명체가 그토록 자연스럽게 자기 새끼를 사랑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닙니다.

모든 존재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이러한 열정과 사랑이야말로 바로 불멸을 위함이니까요.

▷해설=성 행위 자체는 자신의 반쪽과 결합하는 것이다.

하지만 더 나아가면 그것은 언젠가는 죽게 마련인 인간이 자신의 새로운 후계자를 생산해내는 작업이기도 하다.

소크라테스는 종족 번식 부분을 주목하며 그것에서 생명의 불멸성을 발견해낸다.

◆원문읽기

불멸의 명성을 영원히 누리기 위해 인간이 얼마나 희한한 지경까지 가기도 하는지 생각해보세요.

인간은 유명해지기 위해서라면 자식을 위할 때보다 더 큰 위험을 무릅쓰고 재산을 탕진하며 온갖 고난을 감내하고 심지어 목숨을 바칠 각오를 하지요.

▷해설=인간이 불멸을 추구하는 것은 자손 번식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자손 번식은 육체적 차원의 불멸성이며,정신적 차원의 불멸성은 '명성'에 의해 가능하다.

위대한 예술작품이나 역사적 업적이야말로 불멸성에 대한 희구의 산물이다.

인간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며,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고 하지 않았는가? 자손은 신체의 연장에 불과하지만 명성은 후손들 속에서 자신을 드높이며 받들어지게 만드는 것이다.

◆원문읽기

이 단계까지 사랑의 올바른 길을 걸어온 사람은 아름다운 것을 정확한 순서에 따라 연속적으로 관조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는 사랑의 궁극적인 경지에 도달해 불현듯 그 본성상 무척이나 경이로운 아름다움을 보게 되지요.

이 아름다움 자체가 지금까지 기울여온 노력의 궁극적인 목표랍니다.

그 순간이야말로 인생에서 살아볼 가치가 있는 순간입니다.

아름다움 그 자체를 관조하는 바로 그 순간 말입니다.

그대가 언젠가 그 아름다움을 보게 된다면,그것은 부유함이나 몸치장 혹은 아름다운 소년이나 청년 같은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존재로 보일 것입니다.

▷해설=플라톤의 논의는 '사랑의 기원'에서 출발하여 진·선·미를 통해 '사랑의 최종 목적'으로 상승하며 전개되는 구조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그것의 최종적인 목적지는 이른바 아름다움 자체에 대한 '관조'다.

사랑의 최종 단계를 설명하는 이 부분은 지금까지의 단계와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라 할 수 있다.

그야말로 형이상학적인 영역에 속하는 것이다.

◆원문읽기

최종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올바른 길을 걷는 자는 어렸을 때부터 아름다운 육체를 갖고자 애써야 합니다.

그가 올바른 길을 인도 받는다면 처음에는 오직 하나의 육체만을 사랑할 것이고,그 다음에는 모든 아름다운 육체를 사랑하게 되겠지요.

그리고 그 다음에 그는 영혼의 아름다움을 육체의 아름다움보다 더 귀한 것으로 평가하게 됩니다.

▷해설=플라톤이 정신적인 사랑을 드높이고,육체적인 사랑을 경시했다고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할 일은 아니다.

플라톤은 정신적 사랑에 이르기 위한 단계로 육체적 사랑의 단계를 거칠 것을 강조한다.

정신적 사랑만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육체도 아름답고,육체에 대한 사랑도 아름답다.

육체에 대한 사랑은 정신적인 사랑으로 상승하기 위한 발판이 되는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보편적 사랑으로 나아가게 된다.

이중한 에듀한경 연구원 doodut@ed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