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수지 적자를 눈덩이처럼 키우고 있는 해외 소비 급증은 내수 불황을 유발한다는 게 문제다.
소득은 한정돼 있는데 외국에 나가 많은 돈을 쓰다 보니 그만큼 국내 소비는 줄일 수밖에 없다.
개인들의 국내 소비지출 축소는 내수 부진의 중요한 원인이다.
더 큰 문제는 국내에서 소비할 수 있는 것까지 굳이 해외에 나가서 쓴다는 점이다.
해외 어학연수,해외 원정진료,해외 골프 등이 그런 것들이다.
교육 의료 골프 등은 국내에서도 충족될 수 있는 그런 서비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로 나가는 것은 이런 분야 국내 서비스의 질이 현지에 비해 크게 낮기 때문이다.
결국 국내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게 불필요한 해외 소비를 줄이고,불어나는 서비스수지 적자를 축소하는 근본적 해법이란 얘기다.
해외 소비를 줄이는 것이 답이 아니라 내수 소비를 적정선으로 끌어올리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말도 된다.
◆해외소비 vs 내수부진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3분기(7~9월) 해외 지출액은 4조6361억원으로 국내 가계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를 넘었다.
한 가계에서 한 달에 100만원을 쓴다고 치면 5만원 이상을 해외에서 썼다는 얘기다.
가계 지출에서 해외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1분기 1.85%였다.
이 비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해 지난해 3분기 마침내 5%를 넘어선 것이다.
해외 소비가 급증한 것은 해외 여행자가 크게 늘어난 데다 유학과 어학연수 등의 비용 지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원화 값이 올라가(원·달러 환율 하락세) 더 싼 값에 외국 돈을 살 수 있게 되면서 해외 지출은 더욱 늘었다.
반면 지난해 3분기 외국인들이 한국에 들어와서 쓴 돈은 9123억원에 불과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14.4% 줄어든 것인 데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해외에 나가 쓴 돈과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원화값이 오르면서,다시 말해 한국 내 상품과 서비스 값이 올라가면서 외국인들도 한국에 들어와 돈 쓰는 것을 주저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한국 내에서 돈 쓰는 것을 줄임으로써 내수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은에 따르면 해외 여행이 국내여행으로 전환되면 당장 국내총생산(GDP)이 1.0%포인트 올라간다.
유학·연수생이 외국에 나가지 않고 국내에서 학업을 지속하면 GDP가 0.8%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분석됐다.
◆질 낮은 서비스 산업
개인들이 해외 지출을 이처럼 늘린 것은 국내 서비스 산업이 그만큼 부실하다는 반증이다.
싼값에 골프를 치며 가족들과 휴가를 즐길 만한 곳,아이들에게 보다 높은 수준의 교육을 시킬 수 있는 곳,친절한 고급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이 국내에 많다면 굳이 해외에 나가 돈을 쓸 이유는 없을 것이다.
서비스 산업의 부실은 서비스업의 성장기여도 비중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데서도 알 수 있다.
이 비중은 1980년대엔 47.1%였다.
그러나 90년대엔 46.7%,2001년부터 2004년까지는 연평균 41.3%로 낮아졌다.
80~100%에 이르는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의 서비스업 성장기여도에는 절반도 안 되는 셈이다.
서비스업의 성장기여도가 떨어지는 건 국내 서비스업의 생산성이 낮기 때문이다.
1990년대만 보면 제조업 성장률(7.97%) 중 생산성 기여도는 절반이 넘는 4.83%포인트였다.
하지만 서비스업은 성장률 5.34% 중 생산성 기여도가 -0.13%포인트였다.
서비스업은 생산성이 낮아 오히려 성장률을 갉아먹고 있다는 얘기다.
서비스업의 생산성이 낮다는 건 서비스의 질이 그만큼 나쁘다는 의미다.
서비스 산업은 비단 개인들의 해외 지출을 줄이자는 차원에서만 중요한 게 아니다.
제조업만으론 한계에 도달한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위해서도 서비스 산업은 긴요하다.
서비스 산업은 취업 유발계수가 제조업의 1.6배에 달할 정도로 고용창출 효과도 크다.
고용 없는 성장,미래 성장잠재력 감퇴로 고민하고 있는 한국 경제의 활로를 서비스 산업에서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교육 의료 개방해야
한국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이 낮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무엇보다 큰 요인은 경쟁이 제한돼 있다는 것이다.
정부 규제 탓이다.
특히 교육과 의료 분야에서는 지나치게 공공성을 강조하다 보니 경쟁력 제고를 위한 개방은 발 붙일 곳이 없다.
레저·관광 분야는 환경이나 입지와 같은 직접 규제가 옥죄고 있다.
덴마크의 세계적 완구업체인 레고랜드사가 수년 전 경기도 이천에 2억달러를 들여 대규모 테마파크를 만들려다가 환경규제 탓에 결국 다른 나라로 발길을 돌린 게 대표적 사례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서비스 산업 육성을 추진하면서 가장 어려운 문제가 환경이나 토지 등의 규제를 쥐고 있는 관계 부처들을 설득해 규제를 푸는 것"이라고 실토할 정도다.
또 서비스 산업 경쟁력을 높이려면 개방과 경쟁이 우선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홍기택 중앙대 교수(경제학)는 "수출로 돈을 아무리 벌어도 소비자들이 해외에 나가 돈을 쓰면 내수가 침체되고 수출과 내수의 양극화 문제가 나올 수밖에 없다"며 "이제는 서비스업도 수입대체 산업이란 개념에서 개방과 경쟁을 통해 적극 육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특히 서비스 산업에 토지이용 규제는 치명적인 만큼 토지와 인력사용,부동산 세금 등에 대한 규제는 과감히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논란이 많은 교육 의료와 같은 사회서비스 분야도 대외개방과 경쟁이 필수란 지적이다.
고려대 권대봉 교수(교육학)는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조기 유학생 수를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경제자유구역이나 제주특별자치도 같은 곳에 외국 학교를 유치하고 국내 학생들이 입학할 수 있는 문을 넓혀야 한다"며 "그래야 국내 학교들도 자극을 받아 전체적인 교육서비스 질이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숙희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의료서비스 선진화를 위해선 의료시장도 개방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병원의 영리법인화는 물론 민간 의료보험 도입과 건강보험의 내실화를 동시에 추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차병석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chab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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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읽기
◆서비스수지 적자 관련
▷[경제](고2,두산) 233~235쪽: "경상수지와 자본수지는 보완관계에 있으므로,일시적인 경상수지 적자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되고 그 규모가 클 경우 경기침체의 원인이 되며,대외 채무가 계속 늘어나 원리금 상환과 이자 부담이 커질 뿐만 아니라 국제 신뢰도 또한 저하된다."
(문제점)이 교과서는 경상수지 적자의 부정적인 측면만 다루고,과도한 경상수지 흑자가 빚어내는 부작용에 대해선 언급이 없다.
다양한 경제활동과 국제수지의 관계를 보여주는 234쪽의 그림들은 경상수지 적자는 무조건 나쁘다는 상황만을 보여주고,경상수지 흑자는 긍정적인 효과만 부각시켜 경상수지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돕는 데 미흡하다.
▷[경제](교학사) 212~214쪽: 국제수지와 국가경쟁력 언급
▷[고등학교 경제](천재 교육) 252~259쪽: 경상수지와 자본수지의 변화를 표를 통해 설명
(탐구과제)우리나라 서비스수지 적자를 유발하는 다양한 요인 가운데 어느 부문에서 개선할 여지가 있는지,개선한다면 어떤 방법이 가능한지 생각해 보자.
*도움말=이한경 선생님(성남 불곡고),문명희 선생님(광주 상무고),백종익 선생님(울산 성신고)
소득은 한정돼 있는데 외국에 나가 많은 돈을 쓰다 보니 그만큼 국내 소비는 줄일 수밖에 없다.
개인들의 국내 소비지출 축소는 내수 부진의 중요한 원인이다.
더 큰 문제는 국내에서 소비할 수 있는 것까지 굳이 해외에 나가서 쓴다는 점이다.
해외 어학연수,해외 원정진료,해외 골프 등이 그런 것들이다.
교육 의료 골프 등은 국내에서도 충족될 수 있는 그런 서비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로 나가는 것은 이런 분야 국내 서비스의 질이 현지에 비해 크게 낮기 때문이다.
결국 국내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게 불필요한 해외 소비를 줄이고,불어나는 서비스수지 적자를 축소하는 근본적 해법이란 얘기다.
해외 소비를 줄이는 것이 답이 아니라 내수 소비를 적정선으로 끌어올리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말도 된다.
◆해외소비 vs 내수부진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3분기(7~9월) 해외 지출액은 4조6361억원으로 국내 가계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를 넘었다.
한 가계에서 한 달에 100만원을 쓴다고 치면 5만원 이상을 해외에서 썼다는 얘기다.
가계 지출에서 해외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1분기 1.85%였다.
이 비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해 지난해 3분기 마침내 5%를 넘어선 것이다.
해외 소비가 급증한 것은 해외 여행자가 크게 늘어난 데다 유학과 어학연수 등의 비용 지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원화 값이 올라가(원·달러 환율 하락세) 더 싼 값에 외국 돈을 살 수 있게 되면서 해외 지출은 더욱 늘었다.
반면 지난해 3분기 외국인들이 한국에 들어와서 쓴 돈은 9123억원에 불과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14.4% 줄어든 것인 데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해외에 나가 쓴 돈과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원화값이 오르면서,다시 말해 한국 내 상품과 서비스 값이 올라가면서 외국인들도 한국에 들어와 돈 쓰는 것을 주저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한국 내에서 돈 쓰는 것을 줄임으로써 내수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은에 따르면 해외 여행이 국내여행으로 전환되면 당장 국내총생산(GDP)이 1.0%포인트 올라간다.
유학·연수생이 외국에 나가지 않고 국내에서 학업을 지속하면 GDP가 0.8%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분석됐다.
◆질 낮은 서비스 산업
개인들이 해외 지출을 이처럼 늘린 것은 국내 서비스 산업이 그만큼 부실하다는 반증이다.
싼값에 골프를 치며 가족들과 휴가를 즐길 만한 곳,아이들에게 보다 높은 수준의 교육을 시킬 수 있는 곳,친절한 고급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이 국내에 많다면 굳이 해외에 나가 돈을 쓸 이유는 없을 것이다.
서비스 산업의 부실은 서비스업의 성장기여도 비중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데서도 알 수 있다.
이 비중은 1980년대엔 47.1%였다.
그러나 90년대엔 46.7%,2001년부터 2004년까지는 연평균 41.3%로 낮아졌다.
80~100%에 이르는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의 서비스업 성장기여도에는 절반도 안 되는 셈이다.
서비스업의 성장기여도가 떨어지는 건 국내 서비스업의 생산성이 낮기 때문이다.
1990년대만 보면 제조업 성장률(7.97%) 중 생산성 기여도는 절반이 넘는 4.83%포인트였다.
하지만 서비스업은 성장률 5.34% 중 생산성 기여도가 -0.13%포인트였다.
서비스업은 생산성이 낮아 오히려 성장률을 갉아먹고 있다는 얘기다.
서비스업의 생산성이 낮다는 건 서비스의 질이 그만큼 나쁘다는 의미다.
서비스 산업은 비단 개인들의 해외 지출을 줄이자는 차원에서만 중요한 게 아니다.
제조업만으론 한계에 도달한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위해서도 서비스 산업은 긴요하다.
서비스 산업은 취업 유발계수가 제조업의 1.6배에 달할 정도로 고용창출 효과도 크다.
고용 없는 성장,미래 성장잠재력 감퇴로 고민하고 있는 한국 경제의 활로를 서비스 산업에서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교육 의료 개방해야
한국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이 낮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무엇보다 큰 요인은 경쟁이 제한돼 있다는 것이다.
정부 규제 탓이다.
특히 교육과 의료 분야에서는 지나치게 공공성을 강조하다 보니 경쟁력 제고를 위한 개방은 발 붙일 곳이 없다.
레저·관광 분야는 환경이나 입지와 같은 직접 규제가 옥죄고 있다.
덴마크의 세계적 완구업체인 레고랜드사가 수년 전 경기도 이천에 2억달러를 들여 대규모 테마파크를 만들려다가 환경규제 탓에 결국 다른 나라로 발길을 돌린 게 대표적 사례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서비스 산업 육성을 추진하면서 가장 어려운 문제가 환경이나 토지 등의 규제를 쥐고 있는 관계 부처들을 설득해 규제를 푸는 것"이라고 실토할 정도다.
또 서비스 산업 경쟁력을 높이려면 개방과 경쟁이 우선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홍기택 중앙대 교수(경제학)는 "수출로 돈을 아무리 벌어도 소비자들이 해외에 나가 돈을 쓰면 내수가 침체되고 수출과 내수의 양극화 문제가 나올 수밖에 없다"며 "이제는 서비스업도 수입대체 산업이란 개념에서 개방과 경쟁을 통해 적극 육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특히 서비스 산업에 토지이용 규제는 치명적인 만큼 토지와 인력사용,부동산 세금 등에 대한 규제는 과감히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논란이 많은 교육 의료와 같은 사회서비스 분야도 대외개방과 경쟁이 필수란 지적이다.
고려대 권대봉 교수(교육학)는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조기 유학생 수를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경제자유구역이나 제주특별자치도 같은 곳에 외국 학교를 유치하고 국내 학생들이 입학할 수 있는 문을 넓혀야 한다"며 "그래야 국내 학교들도 자극을 받아 전체적인 교육서비스 질이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숙희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의료서비스 선진화를 위해선 의료시장도 개방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병원의 영리법인화는 물론 민간 의료보험 도입과 건강보험의 내실화를 동시에 추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차병석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chab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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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읽기
◆서비스수지 적자 관련
▷[경제](고2,두산) 233~235쪽: "경상수지와 자본수지는 보완관계에 있으므로,일시적인 경상수지 적자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되고 그 규모가 클 경우 경기침체의 원인이 되며,대외 채무가 계속 늘어나 원리금 상환과 이자 부담이 커질 뿐만 아니라 국제 신뢰도 또한 저하된다."
(문제점)이 교과서는 경상수지 적자의 부정적인 측면만 다루고,과도한 경상수지 흑자가 빚어내는 부작용에 대해선 언급이 없다.
다양한 경제활동과 국제수지의 관계를 보여주는 234쪽의 그림들은 경상수지 적자는 무조건 나쁘다는 상황만을 보여주고,경상수지 흑자는 긍정적인 효과만 부각시켜 경상수지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돕는 데 미흡하다.
▷[경제](교학사) 212~214쪽: 국제수지와 국가경쟁력 언급
▷[고등학교 경제](천재 교육) 252~259쪽: 경상수지와 자본수지의 변화를 표를 통해 설명
(탐구과제)우리나라 서비스수지 적자를 유발하는 다양한 요인 가운데 어느 부문에서 개선할 여지가 있는지,개선한다면 어떤 방법이 가능한지 생각해 보자.
*도움말=이한경 선생님(성남 불곡고),문명희 선생님(광주 상무고),백종익 선생님(울산 성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