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의무 다해야


우리 속담에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말이 있다.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 솔선수범해야 아랫사람이 뒤따른다는 뜻일 것이다.

서양에서는 이를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라고 표현한다.

사회의 각종 특권을 누리던 '귀족'들이 국가 위기상황에서 '의무'를 남보다 먼저 수행하는 전통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고대 로마의 귀족들로부터 비롯됐다.

전쟁이 벌어지면 사회적 특권을 누리던 귀족들이 누구보다 먼저 전쟁에 참여했다. 이러한 전통은 계급사회가 무너진 이후 명망가의 행동 준칙이라는 이름으로 면면히 이어져 왔다.

고위 공직자의 자제들이 앞장서 군대에 가고,지식인들이 사회참여 의무를 다하고,부자들이 기부에 앞장서는 현상은 모두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맥을 잇는 사례들이다.

한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신분상의 차별이나 계급이 존재하지 않는다.

국민 개개인은 헌법상의 권리와 의무를 똑같이 누린다.

하지만 이는 기회의 평등일뿐, 경쟁의 결과는 차이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부자와 가난한자,지식인과 비지식인,주전선수와 후보선수 등등….경쟁에서 계층의 발생은 불가피하다.

정부가 재분배 정책을 펴고 있으나 이는 경제적 형평만을 고려하기 때문에 사회통합에는 한계가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되새겨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 사회의 '지도층'은 헌법상의 의무를 누구보다도 엄격하게 지켜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 이상의 사회적 책임도 지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사회 구성원들은 지도층을 존경하게 되고 열심히 노력해서 그와 같은 위치에 오르겠다는 자극을 받아 건전한 사회를 만드는 초석이 된다.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 지도층이 '헌신하고 존경 받는' 전통이 정착되지 못했다.

오히려 일반인들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기준에도 미달하는 행위를 서슴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서양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전통은 어떻게 다져져 왔는지,그것이 한국 사회에 어떤 시사점을 주는지를 자세히 알아보자.

차기현 한국경제신문 생활경제부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