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 판사였던 올리버 웬델 홈즈는 "당신이 주먹을 휘두를 권리는 다른 사람의 코앞에서 끝난다"는 말로 개인 자유의 한계를 명쾌하게 설파한 바 있다.

개인과 집단의 의사표현의 자유를 철저하게 보장하는 미국이지만 홈즈 판사의 말처럼 행동의 자유를 행사하기에 앞서 타인의 권리와 이익을 침범하지 않는다는 점은 당연한 전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반면 대한민국의 도심은 수십년간 불법·과격 시위로 몸살을 앓아 왔다.

과거 권위주의 군사정권 시대에는 각종 시위가 민주화를 이끈 원천으로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절차적·제도적 민주주의가 뿌리내린 오늘날까지 불법 시위는 하나의 부정적인 유산으로 남아 있다.

최근 서울 광화문에서는 교원평가제를 반대하는 전교조 시위가,서울시청 앞에서는 노사관계 로드맵 법제화 등을 반대하는 민주노총의 시위가,광주시청과 충남도청에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반대하는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광주시청과 충남도청의 경우는 시위대의 투석과 방화로 아수라장이 되며 폭력으로 변질하고 말았다.

결국 교육부총리와 법무부 장관 등 관련 장관들이 총출동해 "불법·폭력 집단행위에 대해 주동자뿐 아니라 단순 가담자와 배후조종자까지 철저히 밝혀내 반드시 법과 원칙에 따라 엄단하겠다"는 '무관용(Zero Tolerance)' 원칙을 천명하기에 이르렀다.

평화적 집회와 시위는 보장하지만 정당한 권리 행사를 넘어 폭력행위나 집단행동으로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불법 행위는 법과 원칙에 따라 응분의 제재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국가가 나설 만한 문제가 아닌 기본적이고 당연한 행동마저 공권력으로 강제해야 하는 현실은 아직 성숙하지 못한 우리 시민사회의 문화 수준을 반영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한국의 시위문화는 의사표현의 자유를 넘어 방종에까지 이르렀다.

자기 몫을 챙기려는 욕구는 높아진 반면,합리적이고 합법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키우지는 못했다.

또 정부의 권위는 민주화와 외환위기,정보기술(IT)의 발달로 크게 약화하고 있다.

정부가 이익집단을 상대하면서 법보다 정치논리를 우선한 점도 이런 현상을 가속화시켰다.

이익집단은 무리한 요구를 하더라도 집단의 힘으로 밀어붙이면 목적을 이룬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의 폭력시위 양태를 바로잡으려는 움직임이 사회 곳곳에서 일고 있다는 점이다.

진정한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포퓰리즘이 아닌 합리적인 법에 의한 지배가 필요하다는 것은 역사적·이념적으로 이미 검증된 사실이다.

'자유의 기원은 혼돈이 아니라 질서에 있다'는 인도계 미국 언론인 자카리아(뉴스위크 편집장)의 지적이 유독 설득력을 갖는 시절이다.

김동욱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