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가 예상대로 민주당 승리,공화당 패배로 끝났다.
끝 모를 수렁으로 빠진 이라크전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과 그에 따른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지지도 하락이 승패를 가른 것.이로써 집권당과 의회의 다수당이 다른 '그리드락(Gridlock)'이 형성됐다.
공화당의 일방통행에서 견제와 균형으로 옮겨가게 된 것이다.
이라크전을 비롯한 대외정책과 각종 경제정책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부시 대통령의 레임덕(집권당이 다수의석을 확보하지 못해 대통령의 정책이 의회에서 잘 관철되지 않는 것) 현상은 가속화되고 2008년 대선을 겨냥한 차기 대권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중간선거 승패 가른 이라크전
이라크전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이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에 등을 돌렸다.
ABC방송 조사에서 10명 중 6명이,CBS방송 조사에서도 57%가 이라크 전쟁에 반대한다고 밝혀,표심은 이미 공화당에서 멀어졌다.
이라크에서의 조기 철군을 주장한 민주당에 반사이익을 가져다준 것으로 보인다.
또 40%를 훨씬 밑돈 부시 대통령의 낮은 지지도도 공화당 후보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투표 전날 플로리다 주지사 후보가 부시 대통령의 지원유세를 고의로 회피할 정도였다.
여기에 12년 동안 공화당이 의회권력을 장악하면서 터진 각종 부패스캔들도 영향을 미쳤다.
'로비계의 황제' 잭 아브라모프 로비스캔들과 톰 딜레이 전 하원 원내대표(공화당)의 비리 의혹 등은 유권자들에게 '바꿔 열풍'을 몰고 왔다.
○각종 정책에 미칠 영향
당장 부시 행정부의 정책이 크게 바뀌기는 어렵지만 공화당의 '일방주의'엔 제동이 걸리게 됐다.
대외정책과 관련해선 우선 이라크에서 조기 철군을 요구하는 민주당의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물론 부시 대통령이 쉽게 굴복할 태세는 아니다.
그러나 각종 청문회 등으로 발목이 잡힐 것이 확실해 보인다.
이라크 전쟁을 지휘해온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을 선거 다음 날인 8일 전격 경질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많은 국민이 이라크에서 진전이 없는 것에 대한 불만을 나타내기 위해 투표했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말해 럼즈펠드 장관 경질을 계기로 이라크정책에 변화를 시도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점진적인 군사력 감축도 예상해볼 수 있다.
미국의 한반도정책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북핵 문제를 대응하는 데서 온건론이 다시 힘을 얻을 수 있어 보인다.
후임 국방장관인 로버트 게이츠가 럼즈펠드 못지않은 네오콘(공화당 내 보수파 그룹)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큰 흐름을 돌려세우긴 힘들어 보인다.
그는 당장 국방부의 정보 관련 업무와 인력을 대폭 축소하겠다고 밝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경제정책과 관련해선 부시 대통령이 역점적으로 추진해온 감세(減稅)정책의 영구화(2010년 이후에도 계속 실시)와 과도한 재정지출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민주당이 감세정책에 반대해온 점을 감안하면 추가 감세를 위한 입법은 불가능해 보인다.
이는 미국의 막대한 재정적자를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민주당은 중소기업과 노동자 보호를 이유로 보호무역을 선호해왔기 때문에 의회에서 각종 보호무역 관련 법안을 통과시킬 게 확실하다.
예를 들어 철강 등의 수입규제가 취해지고 중국에 대해 포괄적인 보복법안 제정이 다시 추진될 가능성도 있다.
이로 인해 무역마찰이 빚어지겠지만 무역수지는 개선시켜줄 수 있다.
이런 점을 반영,달러화는 최근 강세를 나타냈다.
민주당이 부정적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도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
○막 오른 2008년 대선 레이스
2008년 대선을 향한 레이스는 이번 중간선거를 계기로 본격화됐다.
이번 선거에서 대선주자로 꼽히는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 공화당의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및 존 매케인 상원의원 등이 나름대로 입지를 굳혔다.
특히 힐러리 의원은 2945만달러(약 280억원)의 선거자금을 뿌리고 압도적인 지지율을 끌어내는 등 대선주자로서의 위상을 단단히 했다.
이들과 잠재적 대선주자들은 물론 공화·민주당도 대선을 염두에 둔 정책을 펼 것으로 보여 대선전은 갈수록 불을 뿜을 전망이다.
유일한 흑인 상원의원인 민주당의 오바마 의원도 선거지원 유세 과정에서 자신의 리더십을 확실히 보여줘 인기가 하늘을 찌를 듯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장규호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danielc@hankyung.com
< '네오뎀' 뜬다 … 민주당이지만 공화당과 비슷한 노선 >
미국 중간선거 이후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을 비롯한 공화당의 신보수주의 그룹인 '네오콘'은 쇠락하고 보수적인 성향의 민주당원을 뜻하는 '네오뎀(neo-Dems)'이 급부상하고 있다.
네오뎀은 민주당 소속이지만 낙태 반대,총기소유 찬성,줄기세포연구 반대 등 공화당과 비슷한 노선을 추구하는 점이 특징이다.
이는 전통적으로 낙태를 옹호하고 총기 규제에 찬성하는 민주당의 입장과 다른 것이다.
물론 이라크전쟁에 대해선 네오뎀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지난 중간선거에서 접전지역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 40명 중 27명이 네오뎀으로 분류되고 있다고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보도했다.
이들은 기존 민주당의 중도파 모임인 '블루독 연합'과 '신민주당원 연합(New Democrat Coalition)' 등과 연대해 민주당 내 새로운 그룹을 형성할 것으로 가디언은 내다봤다.
네오뎀의 대표적 인물로는 미식축구 스타 선수 출신의 히스 슐러 하원의원(노스캐롤라이나주)과 밥 케이시 상원의원(펜실베이니아주) 등이 꼽힌다.
공화당 현역 의원을 꺾고 하원에 입성한 슐러 의원은 낙태에 반대하는 등 공화당원보다 더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케이시 의원의 경우 선거 기간 중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연방지원 확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끝 모를 수렁으로 빠진 이라크전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과 그에 따른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지지도 하락이 승패를 가른 것.이로써 집권당과 의회의 다수당이 다른 '그리드락(Gridlock)'이 형성됐다.
공화당의 일방통행에서 견제와 균형으로 옮겨가게 된 것이다.
이라크전을 비롯한 대외정책과 각종 경제정책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부시 대통령의 레임덕(집권당이 다수의석을 확보하지 못해 대통령의 정책이 의회에서 잘 관철되지 않는 것) 현상은 가속화되고 2008년 대선을 겨냥한 차기 대권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중간선거 승패 가른 이라크전
이라크전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이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에 등을 돌렸다.
ABC방송 조사에서 10명 중 6명이,CBS방송 조사에서도 57%가 이라크 전쟁에 반대한다고 밝혀,표심은 이미 공화당에서 멀어졌다.
이라크에서의 조기 철군을 주장한 민주당에 반사이익을 가져다준 것으로 보인다.
또 40%를 훨씬 밑돈 부시 대통령의 낮은 지지도도 공화당 후보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투표 전날 플로리다 주지사 후보가 부시 대통령의 지원유세를 고의로 회피할 정도였다.
여기에 12년 동안 공화당이 의회권력을 장악하면서 터진 각종 부패스캔들도 영향을 미쳤다.
'로비계의 황제' 잭 아브라모프 로비스캔들과 톰 딜레이 전 하원 원내대표(공화당)의 비리 의혹 등은 유권자들에게 '바꿔 열풍'을 몰고 왔다.
○각종 정책에 미칠 영향
당장 부시 행정부의 정책이 크게 바뀌기는 어렵지만 공화당의 '일방주의'엔 제동이 걸리게 됐다.
대외정책과 관련해선 우선 이라크에서 조기 철군을 요구하는 민주당의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물론 부시 대통령이 쉽게 굴복할 태세는 아니다.
그러나 각종 청문회 등으로 발목이 잡힐 것이 확실해 보인다.
이라크 전쟁을 지휘해온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을 선거 다음 날인 8일 전격 경질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많은 국민이 이라크에서 진전이 없는 것에 대한 불만을 나타내기 위해 투표했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말해 럼즈펠드 장관 경질을 계기로 이라크정책에 변화를 시도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점진적인 군사력 감축도 예상해볼 수 있다.
미국의 한반도정책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북핵 문제를 대응하는 데서 온건론이 다시 힘을 얻을 수 있어 보인다.
후임 국방장관인 로버트 게이츠가 럼즈펠드 못지않은 네오콘(공화당 내 보수파 그룹)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큰 흐름을 돌려세우긴 힘들어 보인다.
그는 당장 국방부의 정보 관련 업무와 인력을 대폭 축소하겠다고 밝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경제정책과 관련해선 부시 대통령이 역점적으로 추진해온 감세(減稅)정책의 영구화(2010년 이후에도 계속 실시)와 과도한 재정지출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민주당이 감세정책에 반대해온 점을 감안하면 추가 감세를 위한 입법은 불가능해 보인다.
이는 미국의 막대한 재정적자를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민주당은 중소기업과 노동자 보호를 이유로 보호무역을 선호해왔기 때문에 의회에서 각종 보호무역 관련 법안을 통과시킬 게 확실하다.
예를 들어 철강 등의 수입규제가 취해지고 중국에 대해 포괄적인 보복법안 제정이 다시 추진될 가능성도 있다.
이로 인해 무역마찰이 빚어지겠지만 무역수지는 개선시켜줄 수 있다.
이런 점을 반영,달러화는 최근 강세를 나타냈다.
민주당이 부정적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도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
○막 오른 2008년 대선 레이스
2008년 대선을 향한 레이스는 이번 중간선거를 계기로 본격화됐다.
이번 선거에서 대선주자로 꼽히는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 공화당의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및 존 매케인 상원의원 등이 나름대로 입지를 굳혔다.
특히 힐러리 의원은 2945만달러(약 280억원)의 선거자금을 뿌리고 압도적인 지지율을 끌어내는 등 대선주자로서의 위상을 단단히 했다.
이들과 잠재적 대선주자들은 물론 공화·민주당도 대선을 염두에 둔 정책을 펼 것으로 보여 대선전은 갈수록 불을 뿜을 전망이다.
유일한 흑인 상원의원인 민주당의 오바마 의원도 선거지원 유세 과정에서 자신의 리더십을 확실히 보여줘 인기가 하늘을 찌를 듯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장규호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danielc@hankyung.com
< '네오뎀' 뜬다 … 민주당이지만 공화당과 비슷한 노선 >
미국 중간선거 이후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을 비롯한 공화당의 신보수주의 그룹인 '네오콘'은 쇠락하고 보수적인 성향의 민주당원을 뜻하는 '네오뎀(neo-Dems)'이 급부상하고 있다.
네오뎀은 민주당 소속이지만 낙태 반대,총기소유 찬성,줄기세포연구 반대 등 공화당과 비슷한 노선을 추구하는 점이 특징이다.
이는 전통적으로 낙태를 옹호하고 총기 규제에 찬성하는 민주당의 입장과 다른 것이다.
물론 이라크전쟁에 대해선 네오뎀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지난 중간선거에서 접전지역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 40명 중 27명이 네오뎀으로 분류되고 있다고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보도했다.
이들은 기존 민주당의 중도파 모임인 '블루독 연합'과 '신민주당원 연합(New Democrat Coalition)' 등과 연대해 민주당 내 새로운 그룹을 형성할 것으로 가디언은 내다봤다.
네오뎀의 대표적 인물로는 미식축구 스타 선수 출신의 히스 슐러 하원의원(노스캐롤라이나주)과 밥 케이시 상원의원(펜실베이니아주) 등이 꼽힌다.
공화당 현역 의원을 꺾고 하원에 입성한 슐러 의원은 낙태에 반대하는 등 공화당원보다 더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케이시 의원의 경우 선거 기간 중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연방지원 확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