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고이즈미 총리의 뒤를 이을 차기 총리로 확실시되는 아베 신조 관방장관의 '새로운 일본' 구상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을 견제하는 새로운 '핵'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일본 차기 정권의 지향점은 슈퍼파워 간 역학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부활한 일본 경제가 다시금 세계를 호령할 수 있을지도 다음 정권의 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곧 출범할 아베호(號)

아베 장관은 지난 1일 일본 차기 총리를 결정하는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헌법 개정'을 뼈대로 한 집권공약을 발표했다.

현재 일본 의회는 자민당이 다수당이어서 자민당 총재가 곧 총리가 되는 구조다.

선거는 앞서 출마를 선언한 다니가키 사다카즈 재무상,아소 다로 외상과의 3파전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그러나 아베 장관은 투표권을 가진 자민당 의원과 당원으로부터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어 당선이 확실시되고 있다.

오는 22일 국회에서 총리 지명을 받고 내각을 구성하면 아베 정권이 출범하게 된다.

○강한 일본 건설

아베 장관의 집권 공약은 크게 △평화헌법의 전면 개정 △근본적 교육개혁 △사회적 약자의 재기를 지원하는 '재도전 지원' 정책으로 집약된다.

그는 특히 자신의 정치 신조로 삼고 있는 개헌 문제에 대해 "국가의 이상을 보여주는 헌법을 우리들 자신의 손으로 만들고 싶다"며 '개헌 정권'을 표방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패전 후 연합국의 강요로 만들어진 현행 헌법 대신 집단 자위권을 인정하고 자주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자서전 '아름다운 나라로'에서도 "자주헌법의 제정은 독립의 회복"이라고 밝혔었다.

이 때문에 일본 언론들은 보수의 재구축을 통해 강한 일본을 만드는 것이 아베 정권의 기본 틀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이 같은 개헌 구상의 핵심은 △교전 포기와 비무장을 규정한 헌법 9조의 개정 △집단적 자위권의 용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자위대 파견을 위한 항구법도 추진될 전망이어서 이러한 움직임을 '팽창주의'로 우려하는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과 마찰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아베 장관은 외교면에서는 일·미 동맹외교의 발전과 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 강화를 내세웠다.

'왕따 외교'로 비판을 받아온 고이즈미 정권과의 차별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시아 회복'의 가늠자인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아 고이즈미 정권에 이어 '아시아 실패'를 답습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또 애국심 내지 공공심 등 '국가주의 의식' 함양에 무게를 두는 방향으로 교육기본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는 학력 저하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유토리 교육'(여유있는 자율 교육)을 수정,학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킨다는 구상이다.

○경제개혁 가속

아베는 집권하면 연 평균 3%대(실질 성장률 기준)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경제 정책의 중심을 '성장'에 둘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일본 경제는 올해부터 경기침체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명목 성장률 기준으로는 4%대의 고성장을 의미한다.

이는 일본 정부가 지난 7월 확정한 '신경제 성장 전략 방침'에서 내세운 연율 2.2%보다 높은 수준이다.

고성장을 통해 개혁과정에서 뒤처진 계층의 재도전을 지원,양극화를 극복한다는 구상이다.

일부에선 재도전에는 기업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만큼 재계의 입김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는 고성장을 달성하기 위한 양대축으로 '기술혁신'과 '시장개방'을 앞세우고 있다.

기술혁신을 통해 제조업,서비스업,금융업 등 각 분야에서 생산성을 향상시키겠다는 것이다.

기업의 기술 혁신을 지원하기 위해 IT(정보기술),BT(생명공학기술) 등 성장 분야의 투자에 대한 감세정책을 실시하고,기업이 사원 능력개발을 목적으로 한 투자에 대한 세제 우대 등도 검토하기로 했다.

아베 장관은 대외경제 정책에서도 자기 색깔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적 갈등으로 진전이 없는 한국 중국 등과의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한국의 경우 2004년 11월 이후 2년여간 실무 협상이 진전되지 않은 상태인데,이달 말 일본의 정권 교체와 함께 실무 협상이 본격 재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장규호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daniel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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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망언' 자주 한 아베 신타로의 아들

◆ 아베 신조 누구?

아베 신조 관방장관은 1954년생으로 전후 세대를 대표하는 정치가다.

올해 52세로 60,70대 노년층이 주도해온 일본 정치권에서 '젊은 정치인'으로 통한다.

그는 일본의 전통과 국익을 중시하는 보수우익 성향의 민족주의자다.

지난 7월 초 펴내 베스트셀러가 된 자서전 '아름다운 나라로'에서 자신의 민족주의적 성향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인간은 국가의 역사 조직 전통 문화 속에서 존재감이 증명된다.

국가를 떠나 존재할 수 없다.

천황은 역사상 일본의 상징이다"라고 썼다.

아베 장관이 이 같은 성향을 갖게 된 것은 대물림 정치가 흔한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정치 명문가 출신의 집안 내력과 무관치 않다.

연합군이 일본을 점령했을 때 만들어진 평화헌법과 미·일 안보조약의 개정을 숙원으로 삼았던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가 외할아버지,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망언을 자주 한 아베 신타로 전 외상이 아버지다.

아베 장관은 "어려서부터 아버지와 외할아버지를 보면서 정치가의 꿈을 키웠다"고 말한다.

1982년 아버지 신타로의 비서로 공직생활을 시작한 뒤 1991년 아버지가 병으로 사망하자 지역구를 물려받아 1993년 중의원에 처음 당선됐다.

부인은 모리나가제과의 마쓰자키 아키오 전사장 장녀 아키에씨.형 히로노부(미쓰비시상사)는 고이즈미 총리의 재계 파트너인 우시오전기 회장의 장녀와 결혼하는 등 재계쪽 인맥도 탄탄하다.

지역적 배경도 튼튼하다.

그가 태어난 야마구치현은 일본의 47개 광역 자치단체 중 총리를 가장 많이 배출한 지역이다.

그가 총리가 되면 이 지역 출신으로 8번째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