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7월4일자 A10면

현대자동차 등 대형 노조를 포함,13개 노조가 산별 전환을 결정했지만 산별교섭 진행 여부를 놓고 노사간 마찰이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민주노총 산하 금속연맹이 오는 10월까지 소속 단위노조를 모두 금속산업노조에 가입토록 하겠다고 밝혀 노사 간 갈등이 더욱 첨예화할 것으로 보인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금속노조에 가입한 140여곳 가운데 두산중공업 한진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등 대형 사업장은 산별중앙교섭에 참여하지 않고 기업별로 지회교섭을 벌이고 있다. 금속노조에 참여하는 사업장들의 규모와 경영실적이 천차만별이어서 한자리에 앉아 공동교섭을 벌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으로 볼 때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GM대우자동차 등 이번에 산별노조 전환을 결정한 대형 사업장의 경우에도 노조의 의지와 상관없이 회사측이 교섭에 응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산별교섭을 둘러싸고 노사 간 대립이 예상된다.

윤기설 한국경제신문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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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노조들의 잇단 산별노조 전환 문제로 시끌벅적하다.

단일 기업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현대차를 비롯 기아차 GM대우 등 자동차회사와 로템,두원정공 등 13개사의 노조가 최근 금속 산별노조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금속노조는 기존의 4만2000명을 포함해 12만9000여명을 거느린 거대 단일 산별노조로 거듭나게 된다.

이러한 산별노조 전환에 대해 노동계에서는 기업 단위를 넘어 비정규직 노동자문제 등 사회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재계에서는 2중,3중의 교섭과 비생산적인 파업,정치투쟁 등으로 엄청난 피해를 몰고 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물론 우리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제5조)에는 '근로자는 누구든지 자유로이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가입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어 근로자들은 기업별 직종별 지역별 산업별 노조 가운데서 선택할 수 있다.

또한 일부 노조원이 산별노조에 가입하더라도 문제될 게 없으며,산별노조는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권을 행사할 수 있다.

실제로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와 보건의료노조,한국노총 산하 금융노조가 이미 산별노조로 전환돼 있다.

그런데도 산별노조 전환문제가 새삼 논란이 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업노조 비해 교섭력 훨씬 강력

산별노조는 유사 업종의 개별 기업 노조들을 통합한 하나의 단일 노조를 일컫는 것으로,여러개 노조가 느슨한 연합체를 구성하고 있는 현행 금속노조연맹과는 큰 차이가 있다.

기업 노조들이 산별노조로 전환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선 산별노조는 단체교섭과 파업 등 노조 활동이 중앙 노조의 책임과 지침에 따라 통일되므로 기업별 노조에 비해 교섭력이 훨씬 강할 수밖에 없다.

특히 개별 노조의 권력 독점과 기득권을 약화시키는 반면 사용자와의 공동 교섭을 통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기업 노조의 교섭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

이를 통해 비정규직을 포함한 고용불안 문제를 해결하고,대기업 노조의 이기주의와 비정규직 외면에 대한 비판,노조 간부들의 부패 등 노동운동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겠다는 것이 노조측의 전략이다.

실제로 노동계는 복수노조를 비롯 노조 전임자에 대한 급여 지급 중단 등이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가면 노조 역량이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그동안 산별노조 전환에 온 힘을 다해왔다.


○재계는 정치파업 교섭비 증가 등 우려

하지만 재계의 입장은 완전히 다르다.

재계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큰 우리 사회의 여건을 감안할 때 산별교섭으로 원만한 합의를 도출하기가 쉽지 않다고 주장한다.

산별교섭이 이뤄지면 대기업 노조원들이 손해를 보고 중소기업체는 경영에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노사가 일괄교섭을 통해 합의점을 이끌어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개별 기업 내 노사관계가 원만한 경우에도 상급단체의 지침에 따라 파업에 돌입하게 되는 것은 물론 정치적 이유 등으로 인한 파업이 촉발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더욱이 중앙교섭이 끝나더라도 지부 또는 지회별로 또다시 교섭을 벌여야 하는 만큼 교섭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현대차를 비롯한 대형 노조가 산별교섭을 주도하면 현재보다 '중앙교섭'이 더 힘들어질 게 불을 보듯 뻔하다고 주장한다.


○산별노조 대책 마련에 노사정 지혜 모아야

문제는 현 상황에서 산별노조 전환이 과연 바람직하냐는 점이다.

우선 개별 기업의 수익성이나 경영 여건 등이 천차만별이며 급여와 복리후생 수준도 제각각인 상황에서 일률적인 합의를 추구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근로자들에게도 득이 될 게 없음은 말할 것도 없고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까지 떨어뜨릴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이치다.

더 큰 문제는 심각한 폐해를 경험한 유럽 등 선진국들에서는 개별노조로 환원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도 우리는 오히려 산별노조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산별노조의 경우 기업이나 국가경제 상황은 무시한 채 정치 투쟁이나 사회이슈에 끼어들 공산이 크다.

따라서 노조는 투쟁 일변도나 조직의 생존 논리만을 염두에 둔 노동운동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산별노조 자체에 대해 노사는 물론 정책당국도 함께 고민하고 대책을 강구해야 할 때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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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 풀이 ]

◆산별노조=동일 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근로자를 하나의 노동조합으로 조직한 것을 말한다.

기업별 노조는 기존 노동조합을 해산할 필요없이 조합원 총회나 대의원회에서 과반수 참석에 3분의 2 찬성으로 산별노조로 전환할 수 있다.

1997년 노동관계법 개정으로 기업별노조가 산별노조로 전환할 수 있게 됐다.

병원노련이 보건의료노조로 전환한 데 이어 금융·언론노조,금속·택시노조 등이 연맹에서 산별노조로 전환됐다.


◆복수노조=노동조합이 분열해 탈퇴자가 노조를 결성하거나 또는 비노조원이 별도의 노조를 결성할 경우 해당 노조를 일반적으로 복수 노조라 부른다.

현행 복수노조 금지 규정은 기업별노조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일부 노조원이 산별노조에 가입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내년 1월1일부터는 복수노조가 허용된다.


◆노동조합연맹=동일 업종 또는 산업군이 합친 기업별 노조의 협의체.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 산하 노동조합연맹 등은 기업별노조와 산별노조의 중간 단계로 볼 수 있다.

노동조합연맹은 산하 노조로부터 교섭권을 위임받지 않고는 교섭에 참가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