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두 번째 부자이자 투자회사 벅셔 해서웨이의 회장인 워런 버핏이 최근 자신의 재산 85%에 해당하는 370억달러(약 35조원)를 자선 단체에 기부키로 했다.

기부 금액으로는 역사상 최대 규모다.

그는 특히 기부금의 대부분을 자신의 친구이자 세계 최고 부자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이 운영하는 '빌 & 멜린다 게이츠 재단'에 내놓을 예정이어서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세계 1,2위 부자들 간의 자선 행위와 우정이 전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는 최근 '미국을 위대하게 만든 15인'을 선정하며 초강대국 미국의 힘이 '기부'와 '봉사'에서 나온다는 이색적인 분석을 내놓았다.

뉴스위크는 미국을 지탱해 주는 힘은 4만2100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나 연간 4782억달러 규모의 군사력도 아닌 바로 남을 위해 봉사하는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평생 모은 재산을 조건 없이 자선 사업에 내놓고 남은 인생을 타인을 위해 헌신하는 정신이야말로 미국을 세계 최강국으로 만들어 주고 있다는 것이다.

기부의 생활화

인텔의 창업자 고든 무어는 부인인 베티 무어와 함께 2001년부터 5년간 70억4600만달러를 기부했다.

무어는 특히 환경 보호와 과학 연구 사업 지원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최고 부자 39위에 이름을 올린 엘리 브로드는 젊은 시절 2만5000달러로 사업을 시작해 재산을 55억달러까지 모았다.

그가 황혼기에 관심을 돌린 사업은 바로 자선 활동.그는 지난해 11월 유전자 연구센터인 '브로드 연구소'에 1억달러를 기부하는 등 지금까지 교육 및 의료 지원을 위해 20억달러를 내놓았다.

인터넷 경매 사이트인 이베이를 설립한 피에르 오미디아르는 아직 젊은 나이임에도 자선 활동에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2004년 부인과 함께 자선 벤처펀드인 '오미디아르 네트워크'를 창설한 후 자신의 재산 100억달러를 기반으로 지난해부터 교육 및 의료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기업 기부도 활발

미국의 대형 소매체인인 '타겟'은 기업으로서는 유일하게 '미국을 위대하게 만든 15인'에 선정됐다.

뉴스위크는 타겟의 사회 공헌 활동에 대해 높은 점수를 줬다.

타겟은 1962년 설립 이후 매년 세전 이익의 5%를 기부해 왔으며 작년의 경우 1억100만달러를 기부했다.

매주 200만달러 정도를 기부하는 것이다.

타겟은 필요한 시설과 노동을 직접 제공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1999년 설립한 이른바 '타겟 하우스'.이곳은 백혈병 등 소아암으로 고생하는 어린이들과 가족들을 위한 장소다.

편의시설이 완벽한 데다 무료이기 때문에 가족이나 어린이 환자들이 부담 없이 생활할 수 있다.

타겟 직원들과 퇴직자들은 직접적인 자원 봉사에도 열심히 참여해 지난해의 경우 타겟 직원들은 7000여개의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총 31만5000시간 이상을 투자했다.

봉사의 생활화

재산 기부 활동만이 자선의 전부는 아니다.

가진 것은 많지 않지만 남을 위해 헌신하는 노력은 기부보다도 더욱 값진 것일 수 있다.

뉴스위크가 '미국을 위대하게 만든 15인'으로 첫손 꼽은 베니타 싱과 루스 데골리아는 25세의 평범한 대학생들이지만 과테말라 아동들을 위해 학교 졸업도 미룬 채 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기업을 찾아 다니며 모금하기보다는 직접 수공예 장식품이나 목걸이·머그컵 등을 팔아 지원 자금을 마련한다.

이들은 올해 과테말라 어린이들의 학비 지원으로 60만달러를 내놓았다.

미국의 맥아더 재단으로부터 '천재상'을 수상한 바이올리니스트 애런 드워킨도 1996년 음악 단체인 스핑스를 조직해 매년 흑인과 라틴계 어린이들에게 음악을 알리는 데 전념하고 있다.

이 밖에도 아프리카 자선단체 지원에 열성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영화배우 브래드 피트와 미국 내 가장 영향력 있는 목사인 릭 워런,조류인플루엔자(AI) 전문가 낸시 콕스,CNN방송의 아메리칸 모닝 앵커인 솔리댓 오브라이언 등도 남을 위해 적극적으로 헌신하는 인물로 꼽혔다.

안정락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