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노스케의 경영 이념만 빼고는 다 바꿔라."

일본 업계에서 '경영의 신'으로 추앙받고 있는 고(故)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창업한 '마쓰시타전기'를 다시 일으켜 세운 나카무라 구니오 사장이 경영 혁신을 부르짖으며 한 말이다.

마쓰시타전기는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사망한 뒤 서서히 침몰해 갔다.

평면 TV 분야에서 소니에 밀리는 등 가전 왕국의 자존심이 구겨졌고 경영 신화도 무너져 갔다.

그러나 나카무라 구니오 사장이 2000년 6월 취임하면서부터 상황은 달라졌다.

○3년 경영계획 '창생21' 프로젝트 추진

물론 나카무라 사장도 취임 첫 해에는 곤경을 겪지 않을 수 없었다.

2000년 마쓰시타는 최대 적자를 냈고,실적이 늘어나지 않자 회사를 재기시킬 것이라는 그에 대한 주위의 기대도 실망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이때부터 그의 경영 능력은 발휘된다.

그는 곧 3개년 중기 경영 계획인 '창생 21'을 발표했다.

창업자가 확립한 사업부 체제를 해체하고 사업 영역을 개편하는 등 낡은 체제를 파괴하는 데 힘을 쏟았다.

2만개가 넘는 계열사의 판매망도 통합했다.

백색 가전을 중심으로 규격품을 대량 생산해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더이상 통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한 연구 개발 및 설계 혁신과 셀 생산 도입,비용 감축 등 구조 개혁에도 나섰다.

2001년에는 창사 후 처음으로 조기 퇴직제를 도입해 한꺼번에 2만2000명의 직원을 줄였다.

다음 해에는 주요 5개 관련 회사를 자회사로 만들었고,2003년에는 사업부를 재편하는 등 과감한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비용을 줄였다.

나카무라 사장은 파괴와 함께 창조 작업도 병행했다.

디지털 가전 시대의 도래를 내다보고 회사 경영 자원을 PDP와 DVD 등 신규 사업에 집중시켰다.

PDP 공장 건설에만 3500억엔을 쏟아부었다.

○취임 5년 만에 흑자전환

무기력한 존재로 잊혀져 가던 85년 역사의 마쓰시타전기는 세상의 연구 자료가 될 만큼 훌륭한 회사로 탈바꿈했다.

특히 나카무라 사장의 풍부한 외국 주재 경험은 이 회사를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게 만들었다.

나카무라 사장은 신기술의 중요성을 항상 강조했다.

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마쓰시타는 제조 공정 혁신을 통해 경영 방향을 재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1962년 마쓰시타전기에 입사해 2000년 6월 사장에 취임한 나카무라 구니오는 역대 사장들이 떨쳐내지 못했던 '경영의 신'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그늘을 완전히 벗어나 회사를 21세기형으로 재편한 것이다.

결과는 바로 나타났다.

그가 취임한 지 5년째 되면서 회사는 흑자 전환이란 놀라운 결과를 낳았다.

나카무라 사장은 이제 마쓰시타의 슬림화를 추진하고 있다.

내년부터 2009년까지 3년에 걸쳐 약 1조엔의 부채를 줄이면서 현금 유동성을 높일 계획이다.

마쓰시타전기의 총자산은 현재 8조엔 수준이다.

기업 환경이 언제 급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자산 감축과 부채 절감을 통해 현금을 늘리기로 결정한 것이다.

본업인 가전 사업과 연관성이 적은 사업의 정리에도 나섰다.

계열인 마쓰시타 리스 크레디트 주식을 지난해 봄 일부 처분한 데 이어 1990년 인수한 유니버설 스튜디오 관련 출자 관계도 최근 종료했다.

마쓰시타는 최근 5년간 셀 생산 도입과 IT 제품 관리 시스템 도입 등으로 약 3700억엔을 절감했다.

○'파괴와 창조'의 경영자

마쓰시타의 재생 비결은 바로 '창업 정신만은 잃지 않되 다른 옛 모습을 완전히 벗어 버린다'는 것이었다.

새로운 마쓰시타를 창조하려는 나카무라 사장의 의지는 한마디로 '파괴와 창조'였다.

나카무라 사장은 스스로를 "말수가 적고 기가 약하며 내성적인 데다 골똘히 생각하며 잔 걱정이 많은 5중고의 사람이다"고 말한다.

다분히 겸손이 배어 있는 그의 말에선 치밀한 계획성과 깊은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안정락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