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2월 유가증권시장(옛 거래소시장)에 상장된 기업은 모두 705개사다.

그런데 한국경제신문 증권면 시세표를 보면 전체 상장종목 수는 이보다 155개 더 많은 860개에 이른다.

왜 이런 차이가 날까? 해답은 우선주에 있다.

현대자동차라는 상장사를 찾아보자.시세표에서 현대차를 보면 '현대차'라는 종목 외에 '현대차1우''현대차2우''현대차3우' 등 3개 종목이 더 나온다.

현대차는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주식(보통주)이고 나머지 3개는 우선주다.

이처럼 한 개 종목에 우선주가 추가로 붙어 상장종목 숫자가 기업 숫자보다 많아지게 되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증권면을 보면 우선주에 관한 기사도 종종 등장한다.

다음은 2월6일자 기사의 일부다.

"삼성전자 우선주가 지난 1년간 72.5% 상승한 반면 보통주는 48.3%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개월간 상승률도 각각 46.6%와 30.0%로 우선주의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우선주의 강세 배경으로 △과거 경기호조시 보여준 우선주의 높은 상승 탄력 △상대적으로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우선주의 경우 수급에 의한 변동성이 큰 점 등이 거론된다."

◆배당 많은 대신 의결권 없는 주식

우선주(優先株·preference shares)는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는 대신 보통주보다 통상 1% 이상 배당을 더 받을 수 있는 주식이다.

회사가 망했을 경우 잔여재산의 분배에서도 보통주에 비해 우선적 지위가 보장된다.

다시 말해 우선주 투자자는 회사 경영에 참여할 수 없지만 배당을 더 받는 등 투자 측면에서는 실속을 챙길 수 있다.

그렇다면 우선주를 발행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어떤 장점이 있을까.

현행 상법에 따르면 모든 주식회사는 보통주와 함께 우선주를 발행할 수 있다.

증권거래법에도 상장사에서 발행된 우선주는 보통주와 마찬가지로 주식시장에 상장돼 거래될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기업이 우선주를 발행하고 있지는 않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중 100여개 기업이 우선주를 발행해놓고 있다.

이들 기업이 우선주를 발행하는 이유는 △주식수를 늘려도 의결권이 없기 때문에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동시에 주식시장에서 자금조달을 쉽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보통 우선주는 보통주 이름 뒤에 '1우''2우''3우' 등이 붙는다.

1우는 첫 번째로 발행한 우선주라는 뜻이고,2우는 두 번째로 발행한 우선주라는 뜻이다.

우선주는 발행주식 수가 보통주보다 적다.

따라서 거래되는 유통물량도 보통주에 비해 적어 주가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크다.

◆우선주는 보통주보다 싸다?

우선주는 일반적으로 보통주에 비해 할인된 가격으로 거래된다.

의결권이 없어 경영권을 노리는 '큰손'들의 관심권 밖에 있는 데다 거래물량이 적어 주가가 쉽게 움직이는 '위험주식'이라는 이유 등으로 투자자들로부터 덜 주목받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우선주들의 주가를 보면 대부분 보통주의 50∼70% 선에서 가격이 형성돼 있다.

그러나 과거에는 달랐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우선주 가격은 1999년부터 보통주 가격을 추월하기 시작,2002년 말까지 3년여간 보통주보다 비싸게 거래됐다.

1999년 말에는 우선주에 투기적인 세력이 가담해 주가가 이상 폭등하면서 보통주보다 무려 184배나 비싼 우선주가 출현하기도 했다.

인천정유라는 주식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사의 보통주 주가는 1200원 선에 불과한 반면 우선주 주가는 23만원대에 육박했다.

증권선물거래소 관계자는 "당시 우선주 물량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을 악용한 일부 작전 세력들이 대량거래를 일으켜 우선주 주가를 폭등시킨 후 고가에서 처분하면서 나중에 주가가 폭락,일반 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졌다"며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우선주가 일반인들 사이에 투자기피대상으로 지목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우선주의 폭등과 폭락이 반복되는 현상은 이른바 '우선주 파동'으로 불렸고,이 때문인지 요즘에도 우선주 주가가 동반 강세를 보이면 상승장의 막바지 신호가 아니냐는 식의 우선주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남아 있다.

그러나 여전히 우량 종목의 우선주들은 배당을 중시하는 장기 투자자들 사이에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정종태 한국경제신문 증권부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