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韓流)를 둘러싼 아시아인들의 열광이 뜨거워지면서 이에 대한 역풍 또한 거세지고 있다.
일부 연예인들을 향한 동경과 열망이 패션과 음식 등 한국 문화 전반으로 확산되는 신한류(新韓流) 현상과 함께 한국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반한류(反韓流,중국)와 혐한류(嫌韓流,일본)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신한류 열풍은 올해 초 MBC 드라마 '대장금'이 방영된 이후 동충하초와 인삼 판매가 두 배 늘어날 정도로 확산됐다.
그러나 한 편에서는 중국 방송사들이 한국 드라마 편성 경쟁을 벌이면서 현지 문화계 인사들의 반감을 사고 있고 일본에선 한국의 반일 감정이 역작용을 일으키면서 일본인들을 자극하고 있다.
한류(韓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신한류(新韓流)가 아시아 문화계의 화두다.
2000년을 전후로 대만 언론이 쓰기 시작한 '한류'라는 표현은 원래 댄스 그룹 HOT,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전지현 등 특정 연예인에 대한 동경과 갈망을 묘사하는 말이었다.
반면 신한류는 패션과 음식을 포함한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과 부러움이다.
◆거세게 몰아치는 '대장금' 열풍
중화 문화권에서 한류에 새로운 변화를 불어넣은 것은 MBC 드라마 '대장금'이다.
이 드라마는 지난해 대만을 시작으로 올초 홍콩,9월부터는 중국에서도 후난성 위성 TV를 통해 전파를 타면서 큰 인기를 끌어모았다.
매일 2회씩 방영되는 '대장금'의 중국 내 시청률은 10% 이상이다.
밤 10시 이후에만 외화 방영을 허용하는 중국 방송문화법에 따라 매일 심야에만 방송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폭발적인 인기다.
홍콩에서는 지난 5월 주연 배우 이영애가 방문했을 때 2만명이 운집했다.
한국 드라마는 1997년 중국에 수출된 '사랑이 뭐길래'와 '별은 내 가슴에'가 연달아 히트한 이래 아시아 각지로 꾸준히 수출됐다.
'대장금' 열풍은 출연 배우들을 뛰어넘어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관심을 배가시켰다는 점에서 종전보다 뜨겁다.
이 드라마가 방영된 지역에서는 한국 요리법 배우기와 한식당이 인기다.
중국에는 신부들에게 웨딩 촬영용으로 '대장금' 의상을 빌려주는 곳도 생겼다.
홍콩에선 인삼과 동충하초 판매가 두 배 늘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대장금'이 인기이다 보니 중국에선 지역 방송사 간에 한국 드라마 편성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베이징중앙TV는 한국에서 얼마 전 종영한 MBC 드라마 '굳세어라 금순아'를 벌써 수입해 내보내고 있고 중앙TV는 최수종 채림 주연의 옛 드라마 '저 푸른 초원 위에'를,싱콩 위성TV는 KBS 사극 '해신'을 방영하고 있다.
'파리의 연인'은 상하이교육TV를 통해,'풀하우스'는 항저우 위성TV를 통해 전파를 타고 있다.
한국 영상물은 현재 중국에서 방송되는 외화 중 80%를 장악했다.
◆서점가와 관광업계로 확산되는 한류
중국에선 서점가에도 신한류 바람이 분다.
'대장금' 중국어판 소설이 출간돼 초판 3만권이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다.
곧바로 같은 물량의 2쇄를 찍었으나 금세 동이 났다.
우리나라에서 52%의 시청률 기록을 세운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은 드라마가 수출되기도 전에 상하이인민출판사가 지난 8월 중국어판 소설로 출간,두 달 만에 5만권을 팔았다.
귀여니(본명 이윤세)의 인터넷 소설 '그 놈은 멋있었다'와 '늑대의 유혹'도 중국어판으로 출간돼 인기를 얻고 있다.
한국의 온라인 게임은 지난해 말 이미 중국 시장에서 75%의 점유율을 기록한 데 이어 신한류를 타고 계속 선전 중이다.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 주요 동남아시아 국가들에서도 한국 드라마 및 연예인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일본에선 2003년 말부터 NHK방송이 방영한 배용준 최지우 주연의 '겨울 연가'가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면서부터 한류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한국 관광 붐으로 이어졌다.
'겨울 연가'와 배용준의 인기는 수년째 감소세였던 일본인의 한국 관광에 다시 불을 지펴 지난해 관광객 수(244만명)는 2003년보다 36% 늘었다.
◆일본에서는 한국 가요와 영화도 인기
일본 한류의 특징은 TV 드라마가 외끌이를 하고 있는 중화권에서와는 달리 가요와 영화 등 다양한 한국 문화 콘텐츠가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이다.
음반과 고가의 대작 영화를 흡수할 만큼 경제력과 시장 규모를 갖췄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일본에 수출된 장동건 원빈 주연의 '태극기 휘날리며'가 외화로는 이례적으로 300개 상영관을 확보한 후 올해 9월 배용준 손예진 주연의 '외출'도 400개 극장에서 상영됐다.
정우성 손예진 주연의 '내 머리 속의 지우개'는 지난 10월 개봉돼 첫주 2주 연속 극장 흥행 1위를 기록했다.
한국 가수들의 일본 진출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지난 6월 일본 오리콘 차트 싱글 순위 10위권에는 한국 가수가 5명이나 들었다.
보아의 '두 더 모션(Do the motion)'이 1위를 기록한 것을 포함,류시원 세븐 K(강윤성) 박용하의 노래가 각각 2,3,6,10위에 올랐다.
일본 후지TV는 배용준 장동건 이병헌 원빈을 '한국 4대 천왕'으로 꼽았다.
과거 홍콩 액션물의 유행을 타고 유덕화 여명 장학우 곽부성이 '홍콩 4대 천왕'으로 불리며 명성을 누렸던 것처럼 이제는 한국 연예인이 그 지위를 대체한 것이다.
정지영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