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11월23일자 A2면

윤리 논란에 휩싸인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의 2004년 '배아줄기세포 첫 추출' 논문을 게재한 미국의 과학잡지 사이언스가 22일 난자 기증자에 대한 보상금 지급을 이유로 논문을 취소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 인터넷판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케네디 사이언스 편집장은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도 참여한 (황 교수의) 논문 내용이 과학적으로 적절하지 못하다는 어떠한 정보도 갖고 있지 않다"며 (현 단계에서는) 논문에 대한 취소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케네디 편집장은 대신 "난자에 대해 대가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논문 내용이 틀린 것으로 확인될 경우 정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략)

한편 영국 과학잡지 네이처는 황 교수팀에 대해 제기해온 윤리 의혹과 관련,이날 한국경제신문에 e메일을 보내 "연구원의 난자가 사용됐느냐 하는 것은 분명히 어려운 윤리 문제"라며 "관련 연구에 대한 윤리적 평가는 나라와 개인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네이처는 그러나 "연구 분야에서는 정직과 투명성이 중요하다"며 "만약 황 교수가 연구원의 난자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난다면 왜 그가 그것을 (이전에) 부인했었느냐가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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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서울대 교수 팀의 배아 줄기세포연구 성과는 과학 전문잡지인 미국의 '사이언스(Science)'와 영국의 '네이처(Nature)'를 통해 발표됐다.

국내 언론을 마다하고 굳이 이들 잡지를 선택한 것은 과학기술 분야에서 가장 신뢰도가 높으며 영향력 또한 엄청나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사이언스와 네이처는 배아줄기세포 관련 논문을 표지 등에 잇달아 게재하고 배아 줄기세포 추출사례를 세계 10대 뉴스로 선정하는 등 황 교수의 업적을 세계에 알리는 데 앞장서왔다.

황 교수를 세계적인 스타 과학자로 만드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해온 셈이다.

하지만 이들 잡지가 든든한 후원자 역할만 해온 것은 물론 아니다.

네이처는 줄기세포 연구를 위한 난자 채취 과정에서의 문제를 최초로 제기했으며,사이언스 또한 황 교수측에 연구용 난자 취득 과정에 대해 해명을 요청하는 등 윤리분야의 감시자 역할도 해왔다.

◆'사이언스'와 '네이처'는 쌍두마차

'사이언스가 놀라면 세계도 놀란다''네이처에 한번 게재되면 10년간 연구가 보장된다''네이처가 영국의 자존심이라면 사이언스는 미국의 자존심이다'….네이처와 사이언스가 전 세계 과학저널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표현들이다.

네이처와 사이언스는 중요한 논문을 게재함으로써 세계 과학기술분야의 흐름을 주도해왔다.

네이처는 다윈의 진화론 논문을 비롯 왓슨과 크릭의 DNA 이중나선구조 등을 소개했다.

사이언스도 뢴트겐의 X선 발견과 모건의 초파리 돌연변이 연구,아인슈타인의 중력렌즈 이론 등을 다루었다.

이들 잡지의 논문 심사과정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사이언스는 물리학 화학 생물학 우주과학 등 종합과학을 다루며 매년 제출되는 6700편 이상의 논문 가운데 실제 출판되는 것은 15%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네이처의 경우 연간 기고하는 연구논문 1만여편 가운데 5% 정도만이 실린다.

논문 저자는 다른 저널에 이를 발표하지 말아야 할 뿐 아니라 출판 후 판권을 네이처에 양도하고 실험에 사용된 시약이나 재료를 다른 과학자에게도 공개할 것 등을 서약해야 한다.

◆한국 과학자 논문 게재 크게 늘어

이처럼 까다로운 심사 기준으로 인해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한국 과학자의 논문은 유명 잡지에 실린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들어서부터는 해마다 크게 늘어나고 있다.

과학기술부에 따르면 네이처 사이언스 셀 등 세계 3대 과학저널에 실린 한국 과학자의 논문은 1995년 2건에서 1998년 6건,2003년 13건,2004년에는 19건으로 계속 늘어났다.

올 들어서도 네이처에만 조민행 고려대 교수의 '광합성 초기의 에너지 이동경로 규명'(3월),이흔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의 '수소첨단저장법 개발'(4월),황우석 서울대 교수의 '세계 최초 복제개 스너피 탄생'(8월4일자 부분표지),구승회 성균관대 교수의 '당뇨병 유발 단백질 발견'(9월8일자),김경규 성균관대 의대 교수와 김양균 중앙대 의대 교수의 'Z형 DNA의 생성원리 세계 최초 규명'(10월20일자 표지논문) 등이 실렸다.

네이처는 올 10월 중 한국인을 주 저자로 하는 논문 3건이 게재됐다고 발표했다.

사이언스에도 김태국 KAIST 교수의 '자석원리를 이용한 신약후보 물질 개발기술'(7월1일자) 등이 게재됐다.

◆황 교수 성과 발표 놓고 신경전

세계적인 연구성과인 황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추출 논문도 사이언스와 네이처를 통해 소개됐다.

사이언스는 2004년 2월12일 황 교수팀이 세계 최초로 인간 배아줄기세포 생산에 성공했다는 내용을 게재,전 세계 과학기술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 후 네이처는 같은 해 5월호 기사를 통해 "황 교수팀 연구실의 박사 과정 여학생이 난자 기증자에 포함돼 있다"며 윤리적 문제를 처음으로 제기했다.

황 교수팀 연구실의 박사과정 K씨 등 2명이 줄기세포 연구과정에서 난자를 기증했다고 보도한 것이다.

사이언스는 올 5월20일자에서 또다시 황 교수팀의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 추출 성공 사례를 터뜨렸다.

줄기세포 연구성과가 두 번 연속으로 사이언스에 실리면서 네이처쪽에서 황 교수측에 불만을 나타냈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결국 네이처는 지난 8월4일 황 교수 팀의 복제개 '스너피'를 처음으로 공개함으로써 그나마 체면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네이처는 제럴드 섀튼 미국 피츠버그대 교수가 난자 기증 과정에서의 윤리적 문제를 제기하면서 황 교수와 결별을 선언하자 11월17일 황 교수에 대한 조사 촉구를 요청,윤리논쟁을 촉발시켰다.

김경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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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 풀이 ]

△세계 3대 과학잡지

미국의 사이언스와 셀(Cell),영국의 네이처를 일컫는다.

사이언스는 미국 과학진흥협회가 발행하는 과학종합주간지로 1880년 발명가 에디슨이 창간했으며 매주 16만명의 회원에게 발송된다.

네이처는 영국 네이처출판그룹이 발행하는 과학 전문 주간지로 1869년 영국 천문학자 로키어에 의해 탄생했으며 현재 세계 430만명에 이르는 전문 독자를 대상으로 발간되고 있다.

셀은 생명과학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다.


△영향력 지수(IF)

Impact Factor의 머리글에서 따온 것으로 저널의 인용정보를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2년 동안 학술잡지에 실린 논문이 그 다음 해에 평균 몇 번이나 과학자들의 논문에 인용되었는지를 나타내며 논문의 수준을 평가하는 지수다.


△SCI

Science Citation Index의 머리글자에서 따온 것으로 과학논문인용 색인이라 한다.

SCI는 Institute for Science Informations (ISI)사에서 출판하는 색인지로,과학논문의 질을 평가할 수 있다.

자연과학분야 저널 3500여종의 논문,레터(letter),북 리뷰(book review) 등이 포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