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황제에서 재선 뉴욕시장으로 … '마이클 블룸버그'

월가의 '금융 미디어 황제'에서 '뉴욕 시장'으로 변신한 마이클 블룸버그(63).그가 4년 만에 또다시 뉴욕 시장에 뽑혔다.


뉴욕 시장은 미국에서 대통령 다음으로 뽑히기 어렵다는 선출직이다.


그 위상과 영향력이 부통령을 능가한다는 평가를 듣는 중요한 자리다.


2001년 선거에서 민주당의 마크 그린 후보와 힘겨운 접전을 펼쳤던 공화당의 블룸버그 시장은 지난 11월8일 치러진 선거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민주당의 페르난도 페레어 후보를 눌렀다.


현직 시장이라는 이점도 물론 작용했지만 대다수 유권자들이 페레어의 존재를 몰랐을 정도로 선거 이전부터 블룸버그 시장의 압도적인 승리가 점쳐졌다.


뉴욕은 전통적으로 공화당보다 민주당 지지자가 훨씬 많은 지역이다.


그러나 민주당 지지자들조차 블룸버그에게 표를 던질 정도로 그의 인기는 높다.



◆증권정보 제공 블룸버그통신 창업


블룸버그는 1942년 매사추세츠에서 태어났다.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출발해 억만장자가 됐다는 점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일군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존스홉킨스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은 블룸버그는 1966년 채권투자로 명성이 높은 살로먼 브러더스의 증권 중개인으로 취직하게 된다.


평직원으로 살로먼 브러더스에 입사한 그는 탁월한 영업력을 발휘,초고속으로 파트너 직위까지 승진했고 40세 이전에 이미 백만장자 대열에 합류했다.


오늘날의 블룸버그를 만든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회사측의 해고 통보였다.


1981년 살로먼 브러더스로부터 갑작스럽게 명예퇴직 통보를 받은 그는 '위기=기회'라는 생각을 실천에 옮겼다.


회사에서 받은 퇴직금 1000만달러를 투자해 증권정보를 제공하는 블룸버그 통신을 설립했다.


◆TV 라디오 포함한 금융미디어 제국으로 발돋움


월가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금융정보 서비스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당시 초대형 증권사의 정보 축적방식은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3주일 전에 주식이 어떻게 거래됐는지 알려면 월스트리트저널의 해당 날짜 신문을 일일이 찾아봐야 할 정도였다.


컴퓨터가 과거와 현재의 데이터들을 수집,분석하고 즉각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던 그는 컴퓨터 안에 모든 정보를 집어넣고 이를 하나의 단말기를 통해 리얼타임(실시간)으로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시중에 떠도는 투자 관련 뉴스와 소문,과거의 주식 정보들을 신속하게 전달한다는 블룸버그의 아이디어는 큰 반향을 일으켰다.


간단한 컴퓨터 조작만으로 대량의 정보를 신속하게 받아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블룸버그 단말기는 빅 히트를 쳤고,회사는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다.


단순한 금융정보 서비스 제공 회사가 아니라 세계적인 통신사는 물론 TV와 라디오를 모두 보유한 '금융 미디어 제국'으로 변신하게 된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금융정보 시장의 오랜 황제였던 로이터도 제쳤다.


블룸버그 단말기가 없으면 국경을 뛰어 넘는 주식·채권·외환 거래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세계 금융계에서 차지하는 블룸버그의 정보서비스 위력은 엄청나다.


◆정치인으로 변신 성공


기업인으로서 모든 것을 성취한 블룸버그는 이제 정치 분야에서 또 다른 승부를 벌이고 있다.


2001년 루돌프 줄리아니 시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사직한 뒤 뉴욕 시장에 오른 블룸버그는 특유의 근성을 발휘했다.


뉴욕시의 악명 높은 범죄율을 낮췄고,각종 민원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했다.


과감하고 뚝심 있는 업무추진 방식은 유권자들로부터 큰 호감을 샀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결국 재선에 성공했고,공화당의 차기 대통령 후보군 중 한 명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2001년 뉴욕 시장 선거에서 5000만달러 이상을 지출한 블룸버그는 이번 선거에서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돈으로 선거를 치른 정치인'이란 이미지를 남겼다.


인기에 지나치게 집착한다는 비난도 듣는다.


지난달 장난성 제보 전화를 받고 정보의 신뢰성을 확인하지 않은 채 뉴욕시 전역에 비상 경계령을 발동한 것은 시장 선거를 앞두고 인기 관리에 집착,과잉 대응을 한 사례로 꼽힌다.


정치인 블룸버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유영석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yooys@hankyung.com



■ 블룸버그, 금융정보시장 1위


세계 금융정보 시장에서 24년 역사의 신예 블룸버그가 150년 전통의 로이터를 제치고 점유율 1위로 올라선 것은 놀라운 일이다.


블룸버그가 로이터를 앞지르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관측이 오래 전부터 나왔으나 실제 점유율 순위가 뒤바뀌기는 처음이다.


최근 시장조사업체인 인사이드 마켓 데이터(IMD)에 따르면 2003년 매출 기준 블룸버그의 금융정보 시장 점유율은 1년 동안 39.7%에서 43.1%로 확대된 반면 로이터는 42.7%에서 39.8%로 감소했다.


전 세계 금융정보 시장 규모는 67억달러에 달한다.


로이터는 뉴스 단말기 수에서 여전히 블룸버그를 크게 앞지르고 있다.


그러나 로이터의 단말기 수는 2002년 49만3000대에서 2003년 42만7000대로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블룸버그 단말기 수는 같은 기간 17만1300대에서 17만9271대로 증가했다.


단말기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블룸버그가 매출에서 로이터를 앞지른 것은 2배 이상 차이 나는 월평균 서비스 수수료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거의 모든 종류의 금융정보를 제공해 단말기 한 대당 1342달러의 수수료를 벌어들였다.


반면 로이터는 521달러를 버는 데 그쳤다.


IMD의 데이비드 앤더슨 대표는 "당분간 블룸버그의 상승세가 계속되겠지만 로이터의 저력도 만만치는 않다"며 "두 업체 간 치열한 경쟁이 월가의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