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베이 사장 '맥 휘트먼' … 치밀한 분석력으로 e베이 성장 주도

미국 온라인 경매 회사인 e베이 사장 멕 휘트먼(49)은 요즘 미국에서 '뜨는' 여성 기업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달 선정한 '주목을 끄는 여성 최고경영자(CEO)'리스트에서 1위에 올랐고,지난 1일에는 포천이 뽑은 '가장 영향력있는 재계 여성 50인'에서도 2년 연속 1위에 등극했다.


포천 리스트 1위는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팩커드(HP) 회장이 1998년 선정 원년부터 2003년까지 6년 연속 독점하며 '재계의 여제'라는 별명을 얻었던 자리다.


피오리나가 화려한 외모와 언변으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것과 달리 휘트먼은 언론에 전신 사진이 게재되는 일이 드물다.


외모와 옷차림이 수수한 데다 말수도 적다.



◆데이터 분석력 뛰어난 수재


휘트먼은 수재다.


명문 프린스턴대에서 경제학을 배웠고 하버드비즈니스스쿨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땄다.


경력 관리도 철저히 했다.


MBA를 끝낸 후 1979년 '마케팅 사관학교'로 통하는 P&G에서 브랜드 관리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 컨설팅 회사 베인앤드컴퍼니로 옮겨 8년간 컨설턴트로 일했다.


이후 디즈니,스트라이드 라이트,FTD,해스브로 등에 잇달아 스카우트됐다.


그 때마다 보직이 높아지고 수입도 늘었다.


휘트먼이 e베이에 사장으로 합류한 것은 1998년이다.


당시 e베이는 직원 수가 30명밖에 안 되고 사업도 미국에 국한돼 있었기 때문에 휘트먼이 e베이로 옮긴 데 대해 '잘 풀렸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1995년 e베이를 창업한 피에르 오미디어가 전문경영인으로 명성을 쌓은 휘트먼을 무리해서 영입한 이유는 "누구나 어떤 물건이든 사고판다"는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휘트먼은 오미디어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e베이의 초고속 성장


휘트먼이 사장으로 온 뒤 e베이는 미국 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이 됐다.


매출은 1998년 9억달러에서 지난해 32억달러로 뛰었고 순익은 700만달러에서 8억달러로 불었다.


올 들어서는 지난 한 해 매출과 순익을 3분기 만에 돌파해 실적 기록을 또다시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휘트먼이 이렇게 e베이를 초고속으로 성장시킬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그가 컨설턴트 시절 배운 치밀한 데이터 분석력이 이 회사에서 제대로 빛을 발했기 때문이다.


e베이는 네티즌이라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돈을 버는 회사다.


e베이 사이트(www.ebay.com)에서는 네티즌들이 수시로 들고 나며 하루 수백만건의 상품을 경매 방식으로 직접 사고 판다.


이들은 소속과 성향을 규정하기 어렵고 변덕이 죽 끓듯 한다.


휘트먼은 e베이 같은 회사에서는 장기 전략을 짜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믿었다.


대신 "측정 불능이면 관리 불능(If you can't measure it,you can't control it)"이라고 말했다.


자사와 경쟁사의 페이지뷰 수,1회 방문시 머무는 시간,활동 회원과 비활동 회원의 비율 등 모든 데이터를 꼼꼼하게 챙기면서 문제점이나 개선의 여지가 발견될 때마다 지체없이 대책을 내놓는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했다.


'6월에는 월요일이 가장 한가하고 11월에는 금요일이 가장 바쁘다'는 통계를 직접 만들고 6월 월요일마다 공짜 상품을 집중 살포하는 식이다.


물론 e베이가 성공하게 된 데는 창업자 오미디어의 판단대로 이 회사의 사업 아이디어가 워낙 혁신적이었다는 점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


◆두 아이의 평범한 엄마


휘트먼은 미국 재계에서 일과 가정의 균형을 잘 맞추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잘나가는 기업인이지만 집에서는 두 아이의 평범한 엄마다.


피오리나의 남편이 AT&T의 법인담당 부사장으로 있던 1998년 아내를 내조하겠다며 조기 퇴직한 것과 달리,휘트먼의 남편은 현직 신경외과 전문의로 휘트먼만큼 바쁘다.


포천지는 휘트먼에 대해 "겸손하다.


꾸밈없이 키득거리며 사람을 편하게 해준다"고 묘사한 적이 있다.


휘트먼은 어린시절 모친과 함께 여름방학 내내 고향인 뉴욕에서 알래스카까지 국립공원을 순회하며 캠핑을 다녔던 기억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그는 "나는 야영하는 것도 좋아하고 포시즌 같은 특급호텔에서 자는 것도 좋아한다"며 "어려서의 여행 경험은 나를 유연한 사람으로 만들어주었다"고 말했다.


정지영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cool@hankyung.com



■ e베이는 어떤 회사


e베이는 세계 각국에서 9000명을 고용하고 1억6800만명의 회원을 확보한 전자상거래 회사다.


회원 숫자만 많은 것이 아니라 이중 절반 정도가 최근 12개월 동안 적어도 한번 이상 e베이에서 물건을 샀거나 판 '활동 고객'이다.


e베이의 취급 품목에는 제한이 없다.


이 회사 사이트(www.ebay.com)에 가면 입던옷 책 CD 중고차 가전제품 등 거의 모든 물건을 사고 팔 수 있다.


품목에 제한이 없기 때문에 e베이의 경매는 전 세계적인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한번은 18세 영국 여성이 자신의 '처녀성'을 매물로 내놔 44세 런던 남성에게 8400파운드(약 1500만원)에 낙찰됐고,올 6월에는 캐롤라인 스미스라는 미국 여성이 자신의 이마에 광고 문구를 평생 문신으로 남겨주겠다고 제안해 골든플레이스 닷컴이라는 온라인 카지노 회사로부터 1만달러(약 1000만원)를 받았다.


e베이는 7년 전까지만 해도 커뮤니티 수준의 사업을 했으나 지금은 지난해 한국 옥션 지분 100%를 인수한 것을 포함해 독일 오스트리아 인도 호주 등 유럽과 아시아 전역에 진출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