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 환율이 7년2개월 만에 900원 선(100엔=900원)이 무너졌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거래되는 원·엔 환율(외환은행 고시환율 기준)은 지난달 31일 4원16전 떨어진 899원36전(100엔당)에 마감됐다.

900원 선이 무너진 것은 1998년 8월24일(899원2전) 이후 처음이다.

원·엔 환율이 떨어진 것은 올 들어 일본 엔화를 비롯한 아시아 주요국 통화들이 미국 달러화에 약세(환율 상승)를 보이는 가운데 유독 한국 원화만 상대적으로 강세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과 비교할 때 엔·달러 환율은 12.8%가량 오르며(엔화 평가절하)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 원·달러 환율은 0.7%가량 상승(원화 평가절하)하는 데 그쳤다.

원·엔 환율은 작년 말까지만 해도 100엔당 1009원46전으로 '10 대 1'의 교환비율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올해 1분기 말에는 947원74전까지 하락,'9 대 1' 시대로 접어든 이래 꾸준히 내림세를 탔다.

원·엔 환율이 하락하면 일본으로부터 부품·소재 등을 수입하는 국내 업체들은 그만큼 저렴하게 제품을 들여올 수 있어 이득이다.

그러나 세계 시장에서 일본 제품들과 경쟁하고 있는 국내 주력 수출품들은 가격 경쟁력 악화를 감수해야 한다.

한국은행은 원·엔 환율이 1% 하락할 경우 무역수지 흑자는 3억달러 정도 줄어들고 이로 인해 경제성장률은 0.04%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올 들어 원·엔 환율이 10%가량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원·엔 환율 하락으로만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0.4%포인트 정도 하락할 것으로 추정된다.

김정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올해는 세계 경제 활황에 힘입어 원·엔 환율 하락의 부정적 영향이 대부분 상쇄됐다"며 "그러나 향후 세계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면 원·엔 환율 하락 효과가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4년 초에는 정부의 강력한 외환시장 개입으로 원·엔 환율이 1100원 선을 넘었는데 올해는 900원 선 밑으로까지 떨어졌군.정부의 인위적인 환율방어 정책의 후유증이 우리나라와 경쟁관계에 있는 일본 엔화와의 환율불안을 가중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한 것은 아닌지….

김동윤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