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과학자들이 해양심층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5년 전부터다. 해양수산부 산하 해양연구원은 지난 2000년 '해양심층수의 개발,이용,관리를 위한 연구개발과 실용화 촉진'이라는 프로젝트를 만들어 본격 연구에 들어갔다. 때마침 일본 등에서 해양심층수로 만든 고급 생수가 수입되면서 해양심층수라는 전문용어가 일반에까지 알려졌다. 해양심층수개발 연구 프로젝트는 지난 5년간 착착 진행돼 내년부터는 이를 이용한 무공해식품 화장품들이 속속 선보일 전망이다.


◆동해안에서 심층수 캔다

아직까지 상업용 국산 해양심층수는 나오지 않았다. 일부 실험용 해양심층수만 만들어졌을 뿐이다. 하지만 연말께부터는 국산 해양심층수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정부는 강원도 북부 앞바다에서 채취한 해양심층수를 육지에 연결한 송수관으로 운반하기 위한 해양심층수연구센터를 건설하고 있다. 강원도 고성군에 설치하는 이 시설은 오는 11월 중 완공될 예정이며 연말부터 본격적으로 심층수를 퍼 나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해양심층수연구센터는 수심 300m 지점과 500m 지점 두 곳에 송수시설을 설치,매일 1000t가량의 해양심층수를 뽑는다.

이어 심층수에 포함된 소금 성분을 제거하는 담수화 작업을 벌인다. 연구센터에서는 또 △해양심층수를 이용한 무공해 고부가가치 농수산물의 생산 △심층수의 낮은 온도를 이용한 냉방 및 냉장 등에 대한 연구도 진행할 예정이다.

연구센터 관계자는 "지난해 심층수를 이용한 김 양식을 시범적으로 실시한 결과 일반 표층수에 비해 성장 속도가 1.5~2배 정도 빠르게 나타났다"며 "일단 심층수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면 당장 응용할 수 있는 분야도 다양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고성군 해양심층수연구센터를 포함,2015년까지 동해에서 7곳의 해양심층수 개발 단지를 순차적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이뤄진 해양심층수와 관련한 연구 성과로는 먹는 심층수 제조 기법 등이 있으며 관련 특허 15건이 특허청에 출원돼 있다.

◆해양심층수 생수,두부,화장품 내년부터 슈퍼마켓에

슈퍼마켓이나 할인점에서 해양심층수를 이용해 만든 국산 식품은 내년 초쯤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상품을 준비하고 있는 곳은 해양연구원과 함께 해양심층수 관련 연구를 수행한 8개 기업이다.

백세주로 유명한 국순당은 해양심층수를 활용해 증류식 소주를 내놓을 계획이며 애경산업은 화장품,동원F&B는 녹차음료를 만들 예정이다. 샘표식품(장류),현대약품(이온음료),강릉 초당두부(두부),두산R&D센터(청주),대학촌(발효음료) 등도 각각 해양심층수를 활용한 제품을 만들 것으로 보인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건강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된 만큼 해양심층수 관련 시장이 2~3년 안에 1조원 규모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메이저 식품 및 화장품 업체들이 연구에 대거 참여한 것도 해양심층수 관련 시장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식품과 화장품 외의 제품들은 연구를 좀 더 거친 후에야 상품화될 것으로 보인다. 해양심층수는 온도가 낮아 냉방 냉장용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수산물 양식 등에도 활용할 수 있다.

해양부는 민간 기업의 본격적인 사업 참여를 위해 '해양심층수의 개발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내년 하반기 이후 시행 목표로 연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송형석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