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가 유난히 기다려지는 가을이다.

깊어 가는 가을날 빨간 우체통을 보면 문득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고 때로는 막연히 누군가에게서 편지를 받고 싶어지기도 한다.

우리 주위에는 편지와 관련된 재미있는 사연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섬마을 분교의 초임 교사였던 강연숙씨는 초임교사 시절 제자를 대신해 쓴 편지로 새 친구를 얻었다.

열 살박이 한 제자가 수업 시간에 쓴 동시를 방송국에 보냈는데, 라디오 방송을 들은 여대생 박춘희씨가 '도시 구경을 시켜 주겠다'는 편지를 보내 왔다고 한다.

어린 학생은 한 달이 넘도록 편지를 가지고만 다녔고,우연히 강 선생님이 이 편지를 보게 됐다.

다 낡아 너덜너덜해진 편지의 답장을 쓴 강 선생님과 박춘희씨는 서로의 편지를 전해 주는 우체부를 기다리며 대문 안으로 편지 떨어지는 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이가 됐다.

가난한 집안 형편 때문인지 누구보다 심한 사춘기를 앓았다는 황준호씨는 학창 시절 여러 번 자퇴를 결심했었다.

세상 어느 누구와도 마음을 터놓지 못하던 그를 날마다 등교시킨 건 형수의 편지였다.

매일 아침 한지에 붓펜으로 정성껏 쓴 편지가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지금도 삶이 고단하게 느껴지는 날에 그 어렴풋한 편지의 기억을 떠올리면 저절로 힘이 난다고 한다.

이강희씨는 공산품이나 식료품 등의 소비자 불편사항이나 아이디어를 편지로 적어 관련 회사에 보내곤 한다.

보수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회사 간부나 실무자가 직접 찾아와 시정을 약속하거나 자신의 아이디어에서 도움을 얻어 제품의 질이 좋아지는 것만으로도 편지 쓰는 즐거움은 충분하다고 말한다.

전화나 e메일이 보편화된 디지털 시대에 우표 붙은 편지는 지극히 아날로그적이지만 왠지 모를 아련한 향수를 전해 준다.

올 가을에는 내 마음의 소식을 담아 편지를 써 보는 것이 어떨까.

그동안 미처 표현하지 못한 사랑과 격려,고마움과 미안함을 담아 가을 편지를 써 보자.

강지훈 생글 기자(부산 건국고 2년) namisabo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