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 가치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린 '플라자 합의' 이후 일본 정부는 급작스런 '엔고(高)'에 대처하기 위해 중앙은행을 통해 초저금리 정책을 폈다. 플라자 합의란 1985년 9월23일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선진 5개국 중앙은행 총재가 뉴욕 플라자 호텔에서 만나 '미국의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일본 엔화와 독일 마르크화를 평가절상(달러가치 평가절하)하기로 합의'한 것을 말한다.

이후 일본 기업들은 한층 강해진 엔화와 초저금리를 바탕으로 너도나도 신규공장 건설에 나섰고 부동산 투기 광풍이 불었다. 그러나 이는 곧 거품 경제로 이어졌다. 거품이 꺼지면서 일본 경제는 90년대 초반 이후 매출 부진과 설비 과잉에 허덕이면서 기나긴 불황,이른바 '잃어버린 10년'의 터널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 기간 중 일본 제조업체는 생산거점을 인금이 싼 중국 등 해외로 이전했다. 부동산 거품 붕괴는 일본 은행들의 '줄도산'을 초래했다. 은행의 붕괴는 은행과 거래하는 기업의 부실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며 엄청난 수의 기업이 쓰러졌다.

그러나 최근 일본 기업은 10여년의 불황을 겪으면서 꾸준한 구조조정 과정을 거쳤다. 지금은 군살을 거의 제거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14년 내리 하락했던 부동산 가격도 하락세를 멈출 기미를 보이고 있다. 작년에 도쿄 중심가의 택지 가격이 17년 만에 처음 상승세를 기록하는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오름세로 돌아서고 있다. 지난 10여년의 장기불황을 스스로 '잃어버린 10년'이라면서 자조(自嘲)하던 일본인들이 요즘에는 잃어버린 10년이 아니라 '준비한 10년'이라고 말할 정도로 자신감을 되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