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세계 1위를 달리는 것은 무엇일까.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한국 세계 1위'를 입력했더니 '메모리반도체 생산량,초고속 인터넷 보급률,네티즌 참여도,제철 조강 생산량,교육열' 등이 나왔다.

심지어 손톱깎이와 낚싯대 보급률도 한국이 1등이란다.

증권 분야에서도 우리나라가 세계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는 게 있다.

바로 옵션 거래량이다.

"KOSPI 200의 옵션 거래량이 급감하고 있지만 여전히 세계 파생상품 총 거래량의 28%를 차지하며 단일상품 거래량 기준으로 세계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지난 7월7일자 한국경제신문 증권면 기사의 일부다.


◆사고 팔 수 있는 권리가 옵션

옵션(option)이란 특정 대상물을 미리 정해 놓은 가격으로 지정된 날짜(만기일)에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선물(futures)이 거래 대상물 자체를 놓고 사고 파는 것이라면,옵션은 대상물을 매수(또는 매도)할 수 있는 권리만을 대상으로 해서 사고 파는 것이다.

쉽게 말해 아파트를 사고 파는 대신 분양권(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권리)만을 놓고 거래하는 것과 같다.

옵션에서 가장 대표적 거래 대상물은 선물에서와 마찬가지로 KOSPI 200 지수다.

KOSPI 200은 거래소시장에 상장된 종목 중 시가총액이 큰 상위 200개 기업만을 골라 별도의 지수로 만든 것이다.

옵션에는 두 가지가 있다.

살 수 있는 권리인 콜옵션(call-option)과 팔 수 있는 권리인 풋옵션(put-option)이 바로 그것이다.

예컨대 KOSPI 200 옵션 시장에서 콜옵션을 매수한 사람은 KOSPI 200 지수를 미리 정해진 가격(행사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한 대가로 매도자에게 프리미엄(옵션 가격)을 지급한다.

반대로 콜옵션 매도자는 프리미엄을 받는 대신 매수자의 권리 행사에 응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옵션은 대박?

옵션은 당초 현물 주식거래나 선물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적은 비용으로 회피(hedge)할 수 있도록 고안된 파생금융상품이다.

예컨대 주식시장이나 선물시장에서 가격 하락으로 인한 손실발생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될 경우 적정한 규모의 풋옵션을 매수함으로써 손실을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옵션에만 투자하는 경우는 '위험회피수단'이 아니라 '가장 위험이 큰 금융상품'으로 돌변하게 된다.

선물거래와 마찬가지로 적은 증거금만으로도 최대 7배 가까이 투자할 수 있는 데다(레버리지 효과) 현물이 아니라 권리를 사고 파는 것인 만큼 가격변동폭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먼저 KOSPI 200을 대상으로 한 옵션이 어떻게 거래되고 있는지를 알아보자.옵션 대금은 프리미엄에 10만원을 곱해 산출하며,그 가격은 소수점 둘째자리까지 수치로 표시된다.

예컨대 행사가격이 102포인트인 콜옵션(만기일에 102로 살 수 있는 권리)의 프리미엄이 3.00포인트에 형성돼 있다고 가정해보자.투자자 A씨는 향후 상승장을 예견하고 콜옵션을 매수키로 했다.

옵션 한 계약을 사는 데 드는 비용은 3포인트(프리미엄)×10만원×1계약=30만원이다.

그 후 만기 때 KOSPI 200 지수가 120까지 상승한다면 이 옵션 매수자는 프리미엄 차액(120-102)×1계약×10만원=180만원을 손에 쥐게 된다.

당초 투자금액이 6배로 불어난 것이다.

그러나 옵션 거래는 대박뿐만 아니라 '쪽박'도 만들어낸다.

주가지수가 예상과 달리 오르지 않아 만기일에도 102포인트에 머물러 있는 경우에는 프리미엄 차액이 O(102-102)이기 때문에 한 푼도 건질 수 없다(프리미엄 차액 0×1계약×10만원=0원).옵션 투자에서는 대박뿐만 아니라 쪽박의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는 것이다.

옵션 투자자들은 불행하게도 소액투자로 큰 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기대에 젖어 있다.

흔히 '옵션=로또'라는 등식이 일반화돼 있는 것이다.

◆옵션의 최대 피해자는 '개미'

옵션 거래는 시장 참여자들의 손익 합계가 제로(0)가 되는 제로섬(zero-sum)게임 구조를 갖고 있다.

한쪽이 이익을 보면 반드시 다른 한쪽은 그만큼의 손해를 보게 돼 있다는 얘기다.

거래할 때마다 수수료를 내는 것까지 감안하면 사실은 마이너스섬 게임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옵션 시장에서 승자일까,패자일까.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개인들은 2003년 KOSPI 200 옵션 시장에서만 3000억원 이상의 손실을 입었다.

반면 외국인들은 비슷한 규모의 이익을 거뒀다.

최근 들어 옵션 투자의 토양인 지수변동성이 크게 줄어들면서 투기적 매력이 예전만큼 못해지자 옵션 시장을 쓸쓸히 떠나는 개인들도 늘어나고 있다.

정종태 한국경제신문 증권부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