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대신 세상을 배웠어요."
초등학교를 동시에 그만두고 1년 동안 가족과 함께 세계 27개국을 여행한 세 자매가 있었다.
여행을 마친 뒤 복학했으나 잠시 뒤 "아직 못 본 것이 많다"며 다시 1년 동안 40개국을 배낭여행했다.
그리고 1년 뒤.세 자매는 모두 검정고시를 거쳐 입학하기가 쉽지 않은 제주외고에 나란히 합격했다.
제주외고 1학년 조예솔(17)과 조한빛(16) 조한별(16) 자매가 그 주인공들이다.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중학교 3년 동안 열심히 공부했던 우리에게는 그야말로 '화려한 전적'이 아닐 수 없다.
아빠 조영호씨와 엄마 노명희씨의 세 자매인 이들 가족은 뒷이름을 따 '솔빛별 가족'이라 불린다.
솔빛별 가족은 97년 처음으로 여행을 떠났다.
아빠는 직장을 그만두고 나그네가 됐다.
1년 동안 세계여행을 하고 돌아온 후 제주도로 이사를 와서 2년 남짓 생활을 했다.
그러다가 2002년 또다시 모든 것을 훌훌 털고 여행을 떠났다.
아이들에게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아빠 영호씨의 바람대로 솔,빛,별 세 자매는 교과서 대신 세상을 배웠다.
렌터카를 타고 사막을 건너보기도 하고,광산촌에서 하루를 지내보기도 했다.
한밤 중에 낯선 곳에 도착해 우왕좌왕했었던 일도 있고,24시간 내내 기차를 타보기도 했다.
여행을 떠나지 않았다면 경험하지 못했을 소중한 기억들이다.
예솔이는 "세상을 여행하면서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배웠다"며 "지금 이렇게 발뻗고 누울 수 있는 집이 있다는 것이 너무나 감사하다"고 했다.
하지만 어려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여행에서 돌아온 후 가장 막막한 것은 그동안 빼먹었던 학교 수업이었다.
중학교로 다시 들어가자니 1년 동안 배우지 못한 내용이 너무나 많았다.
예솔이와 한빛,한별 자매는 중학교로 들어가는 대신 검정고시를 택했다.
매일 도서관에서 책을 안고 씨름하고,집에 와서는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시험을 준비했다.
예솔이는 "얼마나 공부를 해야하는지,어떻게 공부를 해야하는지를 모르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그냥 무작정 막무가내로 하루 종일 도서관에 앉아 공부하기도 했다.
그렇게 1년을 보낸 끝에 검정고시를 거쳐 올해 제주외고에 합격할 수 있었다.
"여행을 하면서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끈기와 용기를 가지면 된다'라는 걸 배웠어요. 이제는 끈기와 용기를 갖고 공부를 할 시간이죠.열심히 노력하는 만큼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믿고 있어요." 예솔양의 당당한 말이다.
이승호 생글기자(제주 오현고 3년) lovegwijok@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