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에서 증권 관련 기사를 읽다보면 PER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하는 것을 알 수 있다.
'00종목은 PER가 5배','저(低)PER주에 투자하라','한국 증시의 PER는 세계에서도 최저수준'….
PER는 증시에서 사용되는 가장 기본적인 용어다.주가가 해당 기업의 내재가치(펀더멘털)에 비해 고평가됐는지,저평가돼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 지표라 할 수 있다.상당수 주식 투자자들이 PER의 높고 낮음에 따라 종목을 고르기 때문에 PER는 해당 기업의 주가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현재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것
그렇다면 PER란 무엇일까.
PER는 Price Earning Ratio의 약자로 '주가수익비율'을 말한다.
현재의 주가를 주당순이익(EPS:Earning per Share)으로 나눈 것이 바로 PER다.
여기서 EPS는 회사의 연간 순이익을 총발행 주식수로 나눈 것이다.
주식 1주당 얼마만큼의 이익을 창출하느냐를 따지는 지표다.
그러니까 PER는 주식 1주의 가격이 주당순이익의 몇 배인가를 나타낸 것이다.
예를 들어 A사 주가가 2만원,1주당 순이익이 2000원이면 PER는 10배(2만원/2000원)다.
일반적으로 PER가 높으면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이익에 비해 주가가 높게 평가됐고,반대로 PER가 낮으면 이익에 비해 주가가 낮게 평가됐음을 의미한다.
◆저(低) PER주들의 반란
PER가 국내 증시에 도입된 것은 1992년 주식시장이 외국인에게 개방되면서부터다.
당시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에서 PER가 낮은 종목들을 쓸어담아 주가를 폭등시켰다.
대한화섬 삼나스포츠 태광산업 연합철강 등이 외국인 투자자들이 사모은 대표적인 주식들이다.
외국인에게 주식시장이 개방되기 3개월 전인 1991년 10월부터 1992년 2월 말까지 불과 4개월간 이들 저PER주는 너나 할 것 없이 무려 3∼4배씩 폭등했다.
이른바 '저PER주 혁명'이 일어난 것이다.
이때부터 신문에도 PER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하기 시작했다.
당시 기사를 보면 저PER주들이 얼마나 높은 수익률을 냈는지 실감할 수 있다.
다음은 1992년 2월12일자 한국경제신문 기사의 일부다.
"증권거래소가 지난 1월 중 총 606개 상장회사의 PER 수준별 주가 상승률을 조사한 결과 시장전체의 월말 가중 평균 주가는 연초 대비 5.6% 올랐으나 PER 7배 이하의 저PER 종목 70개사의 주가는 31.8%나 상승했다."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나자 PER라는 개념에 생소한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너나 할 것 없이 저PER주 찾기에 혈안이 됐다.
요즘도 PER는 아주 유용한 투자 판단 지표로 활용된다.
올해 초 증시에서도 PER가 극히 낮은 중소형주들이 단기간에 2배씩 폭등하며 시세를 주도한 적이 있다.
대부분 철강 화학업종 중소형주들로,평소에는 투자자들로부터 시선조차 받지 못하던 이른바 '왕따주'였다.
이들이 폭등하게 된 계기는 증권사들이 앞다퉈 내놓은 투자 리포트를 통해 '대표적인 저PER주'로 소개하면서부터였다.
◆PER의 함정
그러나 저PER주라고 해서 무조건 저평가돼 있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
투자지표로서 PER가 매우 유용하지만 PER에 함정이 있다는 점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PER가 지닌 한계는 주가를 해당 기업의 연간 주당 순이익으로 나누는 산출방식을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분모로 사용된 주당순이익이 클수록 PER는 낮아지는데,해당기업이 정상적인 영업활동에서 적자를 내더라도 부동산 매각 등으로 당기순이익은 대규모 흑자가 발생할 경우 PER는 떨어지기 때문이다.
PER의 함정을 보여주는 극단적인 사례를 보자.과거 모 증권사가 거래소 상장회사인 N사에 대해 'PER가 5배를 밑돈다'는 이유로 저PER 종목으로 추천했으나 이 회사는 법정관리를 신청,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증권사 추천으로 이 종목을 산 투자자들은 불과 며칠 만에 주식값이 휴지조각으로 변하는 쓰라림을 맛봐야 했다.
실제로 PER가 매우 낮은 상장사들 가운데 상당수는 '벌어들인 이익 대비 주가가 낮아 저평가된 것'이 아니라 '이익이 불안정하다거나 잠재된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등의 이유로 시장에서 소외된 종목들이다.
따라서 PER의 높고 낮음만으로 우량기업 여부를 가리는 것은 엄청난 오류를 범할 수 있다.
보다 근본적인 한계는 PER가 미래의 기업가치를 감안한 것이 아니라 과거 실적치만 반영한다는 사실에 있다.
기업의 최근 이익이 비교적 많더라도 주가가 향후 불투명한 영업전망을 반영해 낮게 형성될 경우 PER는 시장평균보다 낮게 나타날 수 있다.
또 기업의 성장 잠재력에 대해서도 PER는 매우 제한된 정보만 제공한다.
따라서 우량기업을 선별하려면 PER와 함께 업종 전망,기업의 성장 잠재력 등에 대한 보조지표를 활용하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정종태 한국경제신문 증권부 기자 jtchung@hankyung.com
'00종목은 PER가 5배','저(低)PER주에 투자하라','한국 증시의 PER는 세계에서도 최저수준'….
PER는 증시에서 사용되는 가장 기본적인 용어다.주가가 해당 기업의 내재가치(펀더멘털)에 비해 고평가됐는지,저평가돼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 지표라 할 수 있다.상당수 주식 투자자들이 PER의 높고 낮음에 따라 종목을 고르기 때문에 PER는 해당 기업의 주가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현재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것
그렇다면 PER란 무엇일까.
PER는 Price Earning Ratio의 약자로 '주가수익비율'을 말한다.
현재의 주가를 주당순이익(EPS:Earning per Share)으로 나눈 것이 바로 PER다.
여기서 EPS는 회사의 연간 순이익을 총발행 주식수로 나눈 것이다.
주식 1주당 얼마만큼의 이익을 창출하느냐를 따지는 지표다.
그러니까 PER는 주식 1주의 가격이 주당순이익의 몇 배인가를 나타낸 것이다.
예를 들어 A사 주가가 2만원,1주당 순이익이 2000원이면 PER는 10배(2만원/2000원)다.
일반적으로 PER가 높으면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이익에 비해 주가가 높게 평가됐고,반대로 PER가 낮으면 이익에 비해 주가가 낮게 평가됐음을 의미한다.
◆저(低) PER주들의 반란
PER가 국내 증시에 도입된 것은 1992년 주식시장이 외국인에게 개방되면서부터다.
당시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에서 PER가 낮은 종목들을 쓸어담아 주가를 폭등시켰다.
대한화섬 삼나스포츠 태광산업 연합철강 등이 외국인 투자자들이 사모은 대표적인 주식들이다.
외국인에게 주식시장이 개방되기 3개월 전인 1991년 10월부터 1992년 2월 말까지 불과 4개월간 이들 저PER주는 너나 할 것 없이 무려 3∼4배씩 폭등했다.
이른바 '저PER주 혁명'이 일어난 것이다.
이때부터 신문에도 PER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하기 시작했다.
당시 기사를 보면 저PER주들이 얼마나 높은 수익률을 냈는지 실감할 수 있다.
다음은 1992년 2월12일자 한국경제신문 기사의 일부다.
"증권거래소가 지난 1월 중 총 606개 상장회사의 PER 수준별 주가 상승률을 조사한 결과 시장전체의 월말 가중 평균 주가는 연초 대비 5.6% 올랐으나 PER 7배 이하의 저PER 종목 70개사의 주가는 31.8%나 상승했다."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나자 PER라는 개념에 생소한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너나 할 것 없이 저PER주 찾기에 혈안이 됐다.
요즘도 PER는 아주 유용한 투자 판단 지표로 활용된다.
올해 초 증시에서도 PER가 극히 낮은 중소형주들이 단기간에 2배씩 폭등하며 시세를 주도한 적이 있다.
대부분 철강 화학업종 중소형주들로,평소에는 투자자들로부터 시선조차 받지 못하던 이른바 '왕따주'였다.
이들이 폭등하게 된 계기는 증권사들이 앞다퉈 내놓은 투자 리포트를 통해 '대표적인 저PER주'로 소개하면서부터였다.
◆PER의 함정
그러나 저PER주라고 해서 무조건 저평가돼 있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
투자지표로서 PER가 매우 유용하지만 PER에 함정이 있다는 점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PER가 지닌 한계는 주가를 해당 기업의 연간 주당 순이익으로 나누는 산출방식을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분모로 사용된 주당순이익이 클수록 PER는 낮아지는데,해당기업이 정상적인 영업활동에서 적자를 내더라도 부동산 매각 등으로 당기순이익은 대규모 흑자가 발생할 경우 PER는 떨어지기 때문이다.
PER의 함정을 보여주는 극단적인 사례를 보자.과거 모 증권사가 거래소 상장회사인 N사에 대해 'PER가 5배를 밑돈다'는 이유로 저PER 종목으로 추천했으나 이 회사는 법정관리를 신청,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증권사 추천으로 이 종목을 산 투자자들은 불과 며칠 만에 주식값이 휴지조각으로 변하는 쓰라림을 맛봐야 했다.
실제로 PER가 매우 낮은 상장사들 가운데 상당수는 '벌어들인 이익 대비 주가가 낮아 저평가된 것'이 아니라 '이익이 불안정하다거나 잠재된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등의 이유로 시장에서 소외된 종목들이다.
따라서 PER의 높고 낮음만으로 우량기업 여부를 가리는 것은 엄청난 오류를 범할 수 있다.
보다 근본적인 한계는 PER가 미래의 기업가치를 감안한 것이 아니라 과거 실적치만 반영한다는 사실에 있다.
기업의 최근 이익이 비교적 많더라도 주가가 향후 불투명한 영업전망을 반영해 낮게 형성될 경우 PER는 시장평균보다 낮게 나타날 수 있다.
또 기업의 성장 잠재력에 대해서도 PER는 매우 제한된 정보만 제공한다.
따라서 우량기업을 선별하려면 PER와 함께 업종 전망,기업의 성장 잠재력 등에 대한 보조지표를 활용하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정종태 한국경제신문 증권부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