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 환율을 결정하는 통화 바스켓에 한국 원화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원화의 움직임이 위안화 환율을 결정하는 데 그만큼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이다.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장은 지난 10일 "미 달러와 유로화 엔화 원화 등이 복수 바스켓을 구성하는 주요 통화"라고 밝혔다. 저우 행장은 이날 상하이에서 열린 인민은행 제2 총본부 개소식에서 이같이 밝히고 "이 밖에 싱가포르 달러,영국 파운드,러시아의 루블,말레이시아 링키트,호주 달러,태국 바트화,캐나다 달러 등도 바스켓을 구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화를 비롯한 11개 통화가 바스켓에 포함돼 있음을 확인해준 셈이다.
통화 바스켓은 여러나라 통화를 한 바구니에 넣고 평균값을 구해 그 값에 위안화 가치를 연동시키는 제도를 말한다.
가능한 한 많은 통화를 바구니에 담아 자국 통화의 환율 변동폭을 최소화하려는 제도로 바구니에 들어가는 각 통화의 가중치가 여기서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저우 행장은 통화별 가중치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주요 통화'라고 언급한 4개 통화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저우 행장은 "상대국과의 무역 규모와 중국에 대한 자본투자 실적 등을 감안해 구성 통화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통화바스켓에 포함되는 주요 4대 통화인 한국 원화·미국 달러화·일본 엔화·유로화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원화에 대한 파급효과를 가늠하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석진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 원화가 포함될 것이란 점은 두 나라 간의 교역규모를 고려할 때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라며 "중요한 것은 원화가 차지하는 비중"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중국과 한국의 교역규모를 고려할 때 통화바스켓에서 원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10% 미만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그 파급효과도 미미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중국이 이번 통화바스켓 구성에서 홍콩과 대만을 제외한 것은 두 나라 통화의 환율 움직임이 위안화와 유사해 필요성이 적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르면 이달 말부터 한국 원화를 중국 내 은행에서 위안화로 환전할 수 있게 된다.
중국 최대 은행인 공상은행은 베이징 상하이 광둥 랴오닝 지린 장쑤 저장 후난 다롄 산둥 칭다오 등 11개 성과 시의 54개 지점에서 원화를 위안화로 바꿔주는 태환업무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원화는 중국 내 관광지나 호텔 등에서 이미 비공식적으로 유통되고 있지만 은행을 통해 정식으로 환전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중국을 찾는 한국인 여행객들은 굳이 한국에서 위안화를 환전하지 않아도 중국에 가서 직접 환전해 쓸 수 있게 된다.
공상은행은 이번 주말부터 54개 중국 내 지점과 서울지점 간의 기술적 협의를 거쳐 이르면 이달 말 환전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다른 중국은행들도 원화 태환업무를 인민은행에 신청 중인 것으로 전해져 중국을 찾는 한국 여행객이나 개인 자영업자들을 중심으로 원화의 위안화 환전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베이징=오광진 한국경제신문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