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5개월 만에 기준금리 올린 까닭은…
코로나로 돈 너무 풀었나…가계빚 급증·물가 상승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6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연 0.75%로 결정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은 제공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6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연 0.75%로 결정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은 제공
한국은행이 지난달 26일 연 0.5%인 기준금리를 연 0.75%로 0.25%포인트 올리면서 사상 초유의 초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게 됐습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변경한 것은 지난해 5월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내린 이후 15개월 만입니다. 기준금리가 바뀌면서 시중은행 예금 금리뿐 아니라 돈을 빌릴 때 내야 하는 대출 금리도 따라서 오르는 등 경제 전반에 큰 변화가 생길 전망입니다.

그동안 초저금리 시대가 유지됐던 것은 코로나19로 전 세계적으로 경기 침체가 지속됐기 때문입니다. 경제가 잘 돌아가지 않으니까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금리를 낮추고 시중에 돈을 풀어 경기를 띄우려 했던 것이죠. 금리가 낮으니 돈을 저축하기보다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거나 소비하라는 의도에서입니다. 이 덕분에 우리 경제는 그동안 비교적 잘 움직여왔습니다. 코로나19가 세계적 유행으로 번진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GDP 증가율)은 -1%였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대부분이 큰 폭의 마이너스를 기록한 데 비하면 비교적 잘 대응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은은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을 4%로 전망하고 있고, 물가상승률 전망은 1.7%에서 2.1%로 올렸습니다.

초저금리로 가계부채가 늘어나고 집값 등 일부 자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가파른 물가 상승) 가능성도 커졌습니다.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다는 것이죠. 물론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번 인상에도 기준금리 수준은 여전히 완화적”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긴 했지만 돈줄을 죄기보다 풀고 있는 수준이란 의미죠. 다만 이 총재는 “금융 불균형 완화를 위해 (금리 인상의) 첫발을 뗀 것”이라고도 말해 앞으로 기준금리를 더 올릴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일반은행들도 슬슬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평균 연 0.9% 수준이던 은행 예·적금 등 수신금리가 8월 말을 기점으로 0.2%포인트 정도 올라 조만간 연 1%대 중반이 될 전망입니다. 대출금리는 더 뛰어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빚투(빚을 얻어 투자)’ 등 돈을 빌려 주식·암호화폐·부동산 등에 투자한 이들은 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늘어나게 됐습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큰 타격을 받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도 금리 인상 움직임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경제 성장세가 주춤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막 내린 초저금리 시대에 대해 4, 5면에서 더 알아봅시다.

정태웅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