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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생글 710호 2021년 6월 7일

시네마노믹스

사랑이 끝나도 끊기 어려운 가족이라는 끈…''미련''의 매몰비용, 결혼보다 더 힘든 이혼


“당신을 평생 알고 지내야 한다니 끔찍해.”

영화 ‘결혼이야기’의 주인공 찰리(애덤 드라이버 분)와 니콜(스칼릿 조핸슨 분)은 첫눈에 반해 결혼한다. 귀여운 아들 헨리(아지 로버트슨 분)까지 얻으며 이들의 행복한 생활은 영원할 것 같았다.

균열은 작은 틈에서 시작됐다. 니콜은 결혼과 양육을 위해 꿈을 포기하고 자신의 취향조차 잊은 채 살아가는 생활에 지쳐 간다. 찰리는 아내의 변화가 이해되지 않았다. 뜨거운 사랑은 식었지만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남아 있기에 좋은 관계로 헤어지고 싶은 두 사람은 자연스러운 합의를 꾀한다. 하지만 변호사가 개입하며 이혼 과정은 말 그대로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된다.
서로 달랐던 결혼의 기회비용
2019년 12월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결혼이야기’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함께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올랐을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다.

영화는 두 사람이 이혼 조정관과 상담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아름다운 이별을 위해 서로의 장점을 나열하는 두 사람. 너무 달랐던 이들이 왜 사랑에 빠졌는지 이유들이 나온다. 니콜은 찰리에게 ‘2초 만에’ 반했다고 했다. 당시 니콜의 나이는 스무 살. 영화 ‘올 오버 더 걸’이 히트하며 할리우드에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을 때다. 찰리는 “LA에 남아 스타가 될 수 있었는데 나와 결혼해 뉴욕으로 와 연극을 했다”고 말한다.

니콜은 결혼을 위해 ‘사회적 성공’이라는 기회비용을 지불한 셈이다. 경제학에서 기회비용은 그 행동을 취하기로 하면서 포기할 수밖에 없는 다른 가능성의 가치를 뜻한다. 합리적 선택은 주어진 조건 또는 자원 속에서 비용은 가능한 적게 치르고 만족은 최대한 크게 만들어 주는 대안을 선택하는 것이다. 합리적 선택을 위해서는 비용을 정확히 계산해야 한다. 기회비용은 선택에 따른 진정한 비용으로 볼 수 있다.

찰리 역시 나름의 기회비용을 치른다. 그는 “자수성가한 20대 감독으로서 유명하고 잘나가던 시절 여러 사람이랑 즐기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고 했다. 독신으로 누릴 수 있는 자유라는 기회비용을 치러야 가능한 게 결혼이기 때문이다.
소비자 잉여와 네트워크 효과
그럼에도 두 사람이 결혼한 것은 이를 통해 얻는 이익이 비용보다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니콜과 찰리는 결혼을 통해 안정감, 사랑하는 사람과의 감정 교류, 아이의 출산 등 여러 장점을 누린다. 경제학적으로 해석하면 결혼을 통한 소비자 잉여가 그만큼 크다고 볼 수 있다. 소비자 잉여는 우리가 어떤 물건을 사려고 할 때 지불할 용의가 있는 금액보다 그 물건을 사용하면서 얻을 수 있는 가치가 크면 생기게 된다. <그림>에서 소비자가 지불하고자하는 금액이 수요곡선(D)인데 실제 지불한 가격은 시장가격(P)이므로 빗금친 삼각형 부분이 소비자가 더 싸게 재화를 구매함으로써 얻게 되는 잉여가 된다. 소비자 잉여는 소비자가 시장에 참여했을 때에만 발생하며 참여하지 않으면 얻지 못한다.

결혼을 선택할 때는 외부의 영향도 많이 받는다. 경제학에서는 ‘네트워크 효과’라고 부른다. 다른 사람의 수요에 의해 판단이 영향을 받는 현상을 뜻한다. 미국 경제학자 하비 라이벤스타인이 소개한 개념이다. 밴드왜건(bandwagon) 효과가 대표적이다. 밴드왜건은 퍼레이드 행렬의 맨앞에서 분위기를 띄우는 밴드가 탄 마차를 말한다. 요란한 퍼포먼스로 관심을 끌면 사람들이 줄줄이 따라가는 모습을 빗대어 표현한 용어다. 밴드왜건 효과에 따르면 주위 사람들이 어떤 물건을 사기 시작하거나 사회적 유행이 되면 평소 갖고 싶지 않던 물건이라도 사고 싶어진다. 주변 친구들이 모두 결혼하면 덩달아 나도 결혼해야 하는 것 아닌가 고민하고 실제 결혼을 하게 된다.
그동안의 추억은 모두 매몰비용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니콜은 잃어버린 자신의 인생에 대해 아쉬움이 생겼다. 남편의 직장 때문에 떠나온 고향(LA)도 늘 그리웠다. 성공가도를 달리는 남편과 달리 자신은 뒤처지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이런 가운데 찰리가 함께 일하는 무대감독과 외도를 한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이혼을 결심한다. 결혼을 유지해 얻는 효용보다 비용이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경제학적으로 결혼보다 이혼이 복잡한 이유는 기회비용과 함께 매몰비용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매몰비용은 한번 지출한 뒤에는 어떤 방법으로도 다시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을 말한다. 고정비용과는 다르다. 고정비용으로 지출한 것 중에는 원하기만 하면 다시 회수할 수 있는 것도 있다. 매몰비용은 절대 회수할 수 없다. 예를 들어 그 사람과의 결혼 생활 동안 잃어버린 청춘과 들인 시간, 노력 등이다. ‘내가 들인 돈이 얼마인데’라는 식으로 본전을 따지는 것이 매몰비용을 의미한다.

경제학에서는 어떤 선택을 할 때 매몰비용을 고려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이미 회수할 수 없는 비용 때문에 추가로 투자하는 것은 더 큰 손해를 가져올 수 있어서다. 본전 생각으로 이미 회수가 불가능한 비용에 연연하는 것은 비합리적 선택이라 할 수 있다.

강영연 한국경제신문 기자
NIE 포인트
① 합리적 선택을 위해 기회비용과 매몰비용을 고려하는 이유는 왜일까.

② 소비자 잉여와 생산자 잉여가 합쳐져 사회적 총잉여가 되는데 사회적 총잉여를 극대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③ 결혼의 효용과 비혼 혹은 이혼의 효용 가운데 어느 쪽이 더 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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