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기와 글쓰기

▶정부가 식료품 가격을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알아보자.
오늘 저녁 집안에서 식료품 구매를 담당하는 분께 직접 물어봅시다. “요즘 장바구니 물가 어때요?” 이 기사의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엄마, 아빠, 누나, 형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이다. 장바구니 물가 조사는 가장 빠르고 가장 정확한 물가 조사다. 품목별로 한 번 물어보자. 달걀은 어때요? 국수는 어때요? 라면은 어때요? 두부는 어때요?

여러분이 들을 수 있는 대답은 “많이 내렸어”가 아닐 것이다. 대신 “많이 올랐어. 올라도 너무 올랐어”라는 답을 들을 공산이 크다. 소비자는 식료품 가격이 오르지 않기를 늘 바란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상태에서 늘 사먹는 식료품 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가정주부는 가능한 한 생활비를 절감하기 위해 노력한다. 취업이 어렵고, 다니던 일자리마저 잃은 가정이 많은 지금의 여건에선 더 하다.

두부와 콩나물은 정말 자주 먹는 식료품이다. 통조림도 마찬가지다. 사이다와 콜라도 자주 찾는다. 이런 것들의 가격이 적게는 6%대에서 많게는 16% 올랐다. 이슬비에 옷 젖는다고 100원, 200원 오른 게 모아지면 한 달 생활비가 껑충 뛴다. 소득은 그대로 이거나 오히려 줄었는데 먹는 비용이 늘었다. 혼자 사는 사람이 즐기는 즉석밥의 가격 인상도 부담으로 다가온다.

기업은 올릴 수밖에 없다고 하고, 정부는 소비자 물가를 관리하느라 못 올리게 압력을 넣는 중이다. 이 때문에 라면 업체는 올리기로 했다가 철회했고, 누가 먼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까 눈치작전 중이다. 국제 밀가루와 팜유 가격이 오르고 인건비가 상승해서 라면 가격을 올려야 한다는 게 기업의 주장이다. 2017년에 가격을 올린 이후 한 번도 인상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격을 올려야 한다는 업계의 읍소와 이를 기어코 잡으려는 정부 사이에 소비자가 끼어 있는 모습이다.

원래 가격 규제는 정부가 직접 나서서 할 일이 아니다. 업체들이 경쟁해서 가격을 올리는 게 부담스럽도록 경쟁을 시켜야 한다. 라면업계가 만일 담합해서 가격을 올린다면 그때 법의 잣대를 대면 된다. 오뚜기, 삼양식품, 농심이 가격과 품질 경쟁을 하도록 심판을 보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만일 한 업체가 가격을 올리면 소비자는 그에 따라 소비 판단을 한다. 가격을 올린 업체의 라면을 사 먹을지, 아니면 올리지 않은 업체의 라면을 선택할지를.

오늘 저녁, 학생 여러분은 장을 보는 분의 어깨를 한 번 주물러 드리라. “계란 가격이 많이 올라서 힘드시죠?”라는 위로의 말과 함께.

고기완 한경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