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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기업 모두 '호주머니' 털리는 것 같은데…
국방·치안·기간시설 확충 등 나라살림의 바탕
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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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세금해방일’이 갈수록 늦춰진다고 한다. 세금해방일은 국민이 1년 중 벌어들인 소득으로 일단 세금(tax)을 납부한다고 가정한 뒤 순수하게 자신의 소득을 위해 일하기 시작하는 날이라는 개념이다. 이날부터 세금 부담에서 해방된다는 뜻이다. 조세총액을 국민순소득(NNI : 상품의 실제 시장 거래가격을 기준으로 구한 국민소득)으로 나눈 조세부담률을 연간 일수로 나눠 계산한다. 1997년에는 3월 14일이었는데 계속 늦춰지다 지난해에는 4월 4일인 것으로 분석됐다. 국민의 소득이 늘어나는 것보다 세금 부담이 더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세금은 한 나라 살림살이의 바탕이다. 국방 치안 연구개발 산업장려 기간시설확충 등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하는 모든 활동에 들어가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국민으로부터 걷은 돈이다. 정부가 공동체의 유지와 발전을 위해 많은 일을 하고 있지만 개인 입장에서는 아무런 반대급부 없이 강제로 내야 한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 세금이다. 과거 여러 나라에서 과도한 세금 징수는 민란이나 국가전복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얼마만큼의 세금을 누구에게 거둘 것인가는 매우 민감한 문제이고, 근대 이후로는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서 법률로 정하도록 했다.

지난 2일 내년도 예산안과 함께 국회를 통과한 15개 세금 관련 법안도 올 한 해 치열한 논쟁을 거쳤다. 그동안 소득(과표 기준) 5억원 이상인 사람에게 42%의 소득세를 물렸지만 내년부터는 10억원을 초과하면 45%를 내야 한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투자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 20%의 세율을 처음 적용하기로 했지만 시행은 2022년으로 1년 늦춰졌다. 부가가치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소상공인의 기준은 연매출 3000만원 미만에서 4800만원 미만으로, 부가가치세 간이과세 대상은 현행 매출 4800만원에서 8000만원 미만으로 완화됐다. 부자에게 세금을 더 물리고 서민의 부담을 낮춰줬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지만 형평성 논란은 여전하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올해 국내총생산(GDP)이 뒷걸음질 칠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내년도 정부의 조세수입계획은 482조6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0.2% 늘었다. 미국의 건국영웅 벤저민 프랭클린이 세상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것은 죽음과 세금뿐이라고 했다는데 세금이 과연 무엇인지 4, 5면에서 알아보자.

정태웅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