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생글생글 665호 2020년 5월 25일

시네마노믹스

거대노조-마피아-정치권력 ''어둠의 삼각관계''


“자네, 페인트칠을 좀 한다면서….”

프랭크 시런(로버트 드니로 분)은 아일랜드 이민자 출신 트럭 운전사다. 어느 날 우연히 마피아 두목인 러셀 버팔리노(조 페시 분)를 만나면서 평범한 운전사에서 ‘버팔리노 패밀리’의 행동대장으로 변신한다.

프랭크는 버팔리노의 소개로 당시 미국 최대 노조이던 국제트럭운전사조합(IBT)의 위원장 지미 호파(알 파치노 분)와 알게 된다. 호파가 대뜸 “자네, 페인트칠을 좀 한다면서”라고 묻자, 프랭크는 “네, 목공일도 좀 합니다”라고 대답한다. 페인트칠은 피로 벽을 칠한다는 뜻에서 마피아 세계에서 ‘킬러’의 은유적 표현이고, 목공일은 시체 처리를 의미한다. 살인청부는 물론, 뒤처리까지 가능하다는 프랭크의 대답에 만족한 호파는 그를 시카고로 데려오고, 그렇게 프랭크는 약 20년 동안 마피아 총잡이이자 노동조합의 간부로 활약한다.

미국 갱스터 누아르계의 대부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아이리시맨’은 프랭크를 통해 1950~1960년대 미국의 부패한 거대 노동조합 문제를 3시간 반의 러닝타임에 걸쳐 그려낸다.

마피아의 독점 경제학

영화 속 버팔리노 패밀리는 세탁업부터 대부업, 부동산개발업까지 그야말로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보여준다. 권력과의 결탁은 필수조건이다. 마피아식 사업 확장은 거침이 없다. 경영 원칙은 단순하다. 인위적으로 독점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세탁업을 차려서 덤핑 수준의 가격으로 지역 일감을 쓸어가자, 위기에 몰린 경쟁업체가 청부업자를 고용해 영업을 방해하려는 장면이 나온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마피아는 프랭크를 시켜 경쟁사 사장을 암살한다.

독점은 자연 독점과 인위적 독점으로 구분된다. 자연 독점은 진입장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소수의 공급자가 시장을 장악하는 상태를 말한다. 전기나 통신처럼, 막대한 초기비용과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 산업이 대표적이다. 이 경우 가격 독점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가격 통제권을 갖는다.

마피아가 개입하는 독점은 다르다. 진입장벽을 인위적으로 쳐 경쟁자가 발을 붙일 수 없도록 한다. 독점을 위해 필요하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버팔리노 패밀리는 쿠바의 카지노와 호텔 독점 사업권을 노리고 당시 케네디 정권과의 결탁도 서슴지 않는다.

사업에 방해가 되면 대통령조차 제거 대상이다. 종반부로 치닫는 과정에서 이권 사업을 놓고 호파와 사이가 틀어진 버팔리노가 “대통령도 제거하는 자들인데 노조위원장이 대수겠어”라고 호파 암살을 지시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죽음에 마피아가 연관돼 있다는 암시로 읽힌다.

노조와 마피아-권력의 3자 결탁

‘아이리시맨’의 가장 큰 축은 거대 노동조합이다. 영화 속에서 트럭노조 IBT는 세 확장을 위해 마피아와 손잡고, 정치권력과도 결탁하지만 때로는 갈등하고 대립하는 장면이 줄곧 등장한다. 노조와 범죄조직, 그리고 정치인이라는 어색한 조합은 어떻게 엮이게 됐을까.

1950년대는 그야말로 미국 노동조합의 전성기였다. 1935년 기업의 노동조합 방해 행위를 금지한 와그너법이 기름을 부었다. 호파는 1935년 당시 14만 명에 불과했던 IBT를 230만 명에 달하는 거대 조합으로 성장시키고, 프랭크의 설명대로 “50년대에는 엘비스, 60년대에는 비틀스만큼 유명한” 거물이 된다.

“우리 트럭이 멈추는 날, 미국이 멈춘다”는 호파의 연설은 단순한 허풍이 아니었다. 호파는 기습파업, 동조파업 등 노동조합의 조직력을 극대화한 전술로 미 전역의 트럭업체를 차례로 굴복시켰다. 디트로이트의 택시 운전사들이 IBT에 가입하지 않으려 하자 호파는 프랭크를 시켜 이들의 차량을 모두 폭파시키고, 그들을 조합원으로 끌어들인다. 마피아는 노조를 도와준 대가로 IBT 노조가 운영하는 대규모 연금을 자신들의 사업에 투자하도록 한다.

경제적 자원 손실 불러온 거대 노조

거대 노조는 사회 전체의 비효율과 자원 손실을 불러온다. 여느 시장과 마찬가지로 노동시장은 근로자의 노동공급과 기업의 노동수요가 균형을 이뤄 형성된다. 자연적인 시장에서 높은 임금과 고용 안정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은 어렵다. 경제학에서의 ‘노동 수요 임금탄력성’ 때문이다. 그래프에서 보듯이 정상적인 시장에서는 임금이 시장균형 수준보다 높게 유지되면 노동 공급량은 증가하고 수요량은 감소해 노동에 대한 초과공급, 즉 실업이 발생한다.

하지만 거대 노조는 이를 무시하고 시장에 개입한다. 법적으로 보장된 집단교섭권이나 파업권은 물론, 마피아 조직을 동원한 불법적 수단도 서슴지 않는다. ‘아이리시맨’에 등장하는 IBT가 전형이다. 노조 개입은 시장 왜곡을 초래한다. 개별 근로자의 숙련도나 시장 가치와 어긋난 임금 체계를 마련하고, 결과적으로 시장 전체의 임금 수준을 자연 균형 위로 끌어올린다. 노조 보호 울타리에 들어간 노조원은 온전히 임금 상승의 프리미엄을 누리지만 노조에 가입되지 않은 근로자나 새롭게 시장에 진입하는 저숙련 근로자는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 경제학은 이 같은 비효율을 ‘사중손실(deadweight loss)’이라고 설명한다.

전범진 한국경제신문 기자 forward@hankyung.com

NIE 포인트

① 독점이 수요와 공급의 시장균형을 무너뜨려 비효율을 낳는 이유는 무엇일까.
② 임금 인상과 고용 안정은 자연적인 노동시장에서 양립 가능할 수 있을까.
③ 정규직 노조원의 보호가 비정규직이나 비노조원의 이익과 충돌한다면 어떻게 조정해야 할까.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