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지 않음을 알고 있음에도 바뀔 수 없다고 단정 지어 넘기고,
남들이 내게 "조금 더 버텨라" 하는 말에 내 생각을 숨기고
고개 숙이는 행동이 과연 나에게 당당할 수 있는 행동일까.
[생글기자 코너] 불합리함에 맞서는 용기 있는 우리가 되자
지난 4월 10일 드라마 ‘라이브’의 한 장면이 유튜브에 올라왔다. 영상에서는 경찰 고시에 합격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 교육생이 자퇴하는 장면이 나오고, 이어 이들의 상사쯤으로 보이는 경찰이 “자퇴하냐? 나 이제 다른 데 가는데 조금만 더 버티지”라며 자신 때문에 자퇴하는 교육생들에게 약을 올렸다. 이어 교육생이 “당신과 이곳이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어서”라고 답하자 “맞아, 나 조금 부당하지. 근데 네가 경찰이 되면 있어야 하는 곳은 더 불합리하거든. 근데 여기 말고 다른 사회는 합리적이냐?”라고 답한다. 어리고 낮은 계급의 경찰 교육생을 자퇴하게 만들고도 마치 자신의 행동이 합리적인 것처럼 그들을 비웃는 사회의 한 장면을 담은 내용이었다.

하지만 “저것도 못 버티면 자퇴하는 게 맞다” “사회 나가면 더 한 사람들 많이 만날 텐데 그게 싫으면 자퇴해야지”라며 오히려 자퇴한 경찰 합격생을 비판하고, 가해자인 상사를 옹호하는 듯한 댓글들이 있었다. 사실 우리는 이 상황을 도덕적으로 옳지 못한 상황이라고 배워왔다. 근데 댓글을 단 어른들은 사회문화라고, 그냥 사회생활을 하며 거쳐야 하는 일종의 관문이라고, 그냥 버텨야 한다고 한다. 과연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참고 버텨야 하는 걸까, 아니면 교과서에서 배운 것처럼 불합리함에 맞서 표현해야 하는 걸까.

전에 인터넷에서 “같은 동아리 선배한테 인사 안 해서 혼났어. 어차피 받아주지도 않으면서”라는 글의 댓글에서는 “그냥 참아. 3학년들 곧 졸업해”라며 불합리함이 우리 힘으로 바꿀 수 없는, 바뀌지 않는 불변의 진리인 마냥 얘기했던 것이 기억난다. 그 뒤로 글쓴이는 지나가는 선배들이 인사를 받아주지 않아도 계속 형식적으로 인사를 했다고 했다. 옳지 않음을 알고 있음에도 바뀔 수 없다고 단정 지어 넘기고, 남들이 내게 “조금 더 버텨라” 하는 말에 내 생각을 숨기고 고개 숙이는 행동이 과연 나에게 당당할 수 있는 행동일까.

한 번 떠올려보자. 학생인 우리들도 후배에게 드라마 속 한 장면처럼 행동하지는 않았던가. 행동하지는 않았어도 한 번쯤 본 적은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 남들의 잣대에 맞춰서 ‘다들 버티는데 나만 못 버티는 건가’라며 상처받을 것이 아니라, 버텨야 한다고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불합리한 행동에 정당하게 맞설 수 있는, 자신의 행동에 용기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유진 생글기자(대전신일여중 3년) tkstjchemdgkrr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