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기와 글쓰기

▶'사재기'가 시장경제를 어떻게 왜곡시키는지 생각해보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품귀 대란’을 빚었던 마스크가 다시 시중에 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적 마스크 ‘매진’ 대신 ‘판매 중’을 써 붙인 약국이 늘고 있고 온라인뿐 아니라 대형마트, 편의점에서도 마스크 구매가 가능해졌다. 정부가 공적 마스크 공급량을 대폭 늘렸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며 사재기가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숫자로 읽는 세상] 사재기 사라진 마스크…가격도 1000원대로 하락
약국의 공적 마스크 재고 현황을 볼 수 있는 앱 ‘마스크 알리미’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마스크 재고가 100장 이상인 약국은 전체의 77.6%였다. 재고가 없는 약국은 약 2%에 그쳤다.

공적 마스크 물량에 여유가 생기자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마스크가 등장했다. 서울 회기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배모씨(30)는 지난주 집 근처 편의점에서 KF94 마스크 다섯 장을 장당 2500원에 샀다. 편의점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지난 2~3월에는 마스크 생산량 대부분이 공적 마스크로 공급됐는데 최근 수급이 완화돼 편의점에도 조금씩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쿠팡, 11번가 등에서도 KF94 마스크가 장당 2000~3000원대에 다섯 장, 열 장 단위로 팔리고 있다. 중고거래 앱 ‘번개장터’에선 1000원 후반대에 마스크를 판매하는 글들이 게시돼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며 온라인에서 5000원대로 올랐던 마스크 가격이 최근 공적 마스크보다 300원 높은 1800원에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는 ‘마스크 대란’이 사라진 가장 큰 이유로 공적 물량 확대를 꼽았다.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 16일 공적 마스크 공급량은 약 887만 장이었다. 첫 공급일인 지난 2월 28일(501만 장)보다 77%가량 늘었다. 3월 말, 4월 초엔 하루 공급량이 1000만 장을 넘기도 했다. 수요는 눈에 띄게 줄었다. 11번가에 따르면 4월 1~15일에 마스크 판매량은 직전 15일(3월 17~31일) 대비 48% 감소했다. 그 전 15일(3월 2일~16일)보다는 71% 줄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공급량은 예전과 비슷한데 사재기 수요가 감소하면서 재고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노유정 한국경제신문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