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의 매몰비용은 곧, 쓸모를 잃은 국민들의 세금이기 때문에
선택에 따를 사회적 여론과 비판도 무시하지 못할 요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몰비용이 진가를 발휘하는 지점이 바로 이곳이다.
[생글기자 코너] 선택이 올바르면 '매몰비용'이 줄어들죠
“그만 둬, 말아?”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의 상황을 직면한다. 내게 더 유용한 것을 선택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더 유용한 것이 무엇인지 저울질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원화돼 가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앞으로 더 복잡하고 골치 아픈 고민을 해야 할 터이다. 그런 상황에 큰 힘이 돼 줄, 선택의 학문인 경제가 주는 팁이 여기 있다. 바로 ‘매몰비용’이다.

매몰비용 사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내 일상 속의 경험이 있다. 학교에서 다루는 과목이 아니라 사회탐구 두 과목을 선택해 적지 않은 수강료를 지급하고 인터넷 강의를 듣던 내 친구 은지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배우는 사탐 두 과목과 새로운 다른 두 과목의 공부를 병행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이미 지급한 강의료는 포기하기에 더욱 더 쉽지 않았다. 그렇게 고민하기를 한 달, 그리고 매몰비용을 접했다. 그제야 은지는 깨달았다. 진정으로 해야 할 것은 이미 되돌릴 수 없게 된 매몰비용과의 저울질이 아니라, 어떤 과목이 정해진 시간 내에 진정으로 내가 잘해 낼 수 있는 과목인지를 고민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일상적인 고민에서부터 한 나라를 좌지우지하는 정책까지, 매몰비용의 스펙트럼은 광대하다. 정부의 선택인 정책 결정 과정에서는 그에 따르는 비용이 앞의 예시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크기 때문에 매몰비용을 외면하는 것이 쉽지 않다. 특히 정책의 매몰비용은 곧, 쓸모를 잃은 국민들의 세금이기 때문에 선택에 따를 사회적 여론과 비판도 무시하지 못할 요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몰비용이 진가를 발휘하는 지점이 바로 이곳이다. 적시를 놓치면 오히려 매몰비용이 더 커지는 법이다. 그때가 오기 전에 상황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사실이, 바로 매몰비용이 우리에게 주는 마지막 기회인 것이다.

일상에서든 경제학에서든 선택은 늘 중요하다. 선택은 곧 효율과 관련되고 비용과도 연관된다. 하지만 선택과 그에 따른 비용이 아깝다고 잘못된 선택을 버리지 못하면 ‘매몰비용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 또한 매몰비용으로 버려지는 비용을 줄이려면 애초부터 바른 선택이 필요하다. 국가의 정책을 수립하는 데도 이 원칙은 그대로 적용된다.

김채현 생글기자(송원여고 3년) ccan050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