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그 자체로 모두가 평등하고 존엄한 존재이다.
그래서 누구도 장애를 이유로 다른 사람을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생글기자 코너] 명화 속에 투영된 인간의 존엄성을 새기며
디에고 벨라스케스가 그린 ‘시녀들’이라는 그림 속에는 어린 공주와 시녀들, 공주의 광대로 보이는 두 명의 난쟁이와 갈색 개 한 마리가 등장한다. 이 그림은 1980년대에 미술계 인사들에 의해 역사상 최고의 명화로 뽑혔다고 하는데, 이 명화를 바탕으로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져 탄생한 작품이 바로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라는 소설이다.

열 살 소년 바르톨로메는 난쟁이 꼽추이다. 아버지는 자녀 중 유일하게 장애를 갖고 태어난 소년을 부끄럽게 생각해 남의 눈에 띄지 못하게 했고, 한 번도 곁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공주님의 마부였던 아버지를 따라 마드리드에서 새 생활을 시작한 바르톨로메는 근처 수도원의 수사님에게서 글을 배우면 자신도 왕의 서기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었고, 그의 형과 누나는 동생이 마을 사람들의 눈을 피해 수도원을 오가며 글을 배울 수 있게 바르톨로메를 빨래통에 넣어 메고 다니며 도움을 준다. 그러나 형이 제빵업자의 도제로 들어간 이후, 바르톨로메는 누나와 이웃 누나의 도움으로 어렵게 수업을 이어갔다. 글을 배우고 돌아오던 어느 날, 이웃 누나가 실수로 공주가 탄 마차와 부딪히는 일이 일어난다. 그 일로 바르톨로메는 빨래통 밖으로 튕겨 나왔고 수사님이 선물한 파란 잉크를 뒤집어쓴 채 공주의 눈에 띄게 됐다. 공주는 그를 조롱하며 궁전으로 데려가 자신의 인간개로 삼았다. 공주의 명령으로 강아지 의상을 입고 분장까지 하게 된 바르톨로메는 자신은 개가 아니라고 수없이 외쳤지만 결국 먹을 것을 얻고 살아남기 위해 공주 앞에서 개처럼 재주를 부릴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러던 중, 바르톨로메는 지워진 분장을 고치기 위해 들른 궁정 화방에서 자신이 그림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스승 파레하를 보며 화가의 꿈을 키운다.

이 책에는 장애가 있는 바르톨로메를 대하는 네 부류의 인간상이 나온다. 장애를 혐오스럽고 부끄러운 것으로 여기는 아버지, 바르톨로메를 사랑하지만 장애 때문에 그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하는 어머니, 그를 동물 취급하며 조롱했던 공주와 시녀들, 그의 외면보다는 재능을 알아보고 깜짝 마술쇼로 그를 공주의 놀잇감에서 구해낸 스승 파레하. 책 속에 등장하는 이 네 부류의 인간상은 우리 마음속에도, 우리가 사는 사회에도 존재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나 자신은 어느 부류에 속하고 있는지 질문을 던져보게 됐다.

김재윤 생글기자(염창중 1년) 2wondergirl@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