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혁신의 아이콘' 편의점] 전국 4만개 '국민 유통 플랫폼'… 편의점은 지금도 변신 중이죠
복합기를 만들던 동화산업은 1988년 5월 편의점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코리아세븐을 설립했다. 1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1989년 5월6일, 한국 최초의 편의점 ‘세븐일레븐 올림픽점’이 서울 방이동에 문을 열었다. 지금 편의점은 집 근처에서 손쉽게 생필품을 구입하고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이다. 당시엔 이런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구멍가게만 있던 시절, 깔끔한 인테리어에 젊고 친절한 직원들이 물건을 파는 편의점을 놓고 사람들은 ‘고급 슈퍼’로 불렀다. “연예인이나 정치인들이 커피를 마시며 조찬 모임을 했던 곳”(손윤선 전 세븐일레븐 1호점 점장)이기도 했다. 편의점은 1990년대 들어 젊은 층이 데이트를 즐기는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특히 1997년 말 외환위기를 겪은 뒤에는 ‘저렴한 한 끼 식사’를 제공하면서 국민 유통채널로 성장했다.

올림픽과 외환위기가 키운 편의점

편의점은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글로벌화 바람이 불면서 처음 등장했다. 세븐일레븐 올림픽점이 출발이었다. 1990년 훼미리마트(현 CU)와 LG25(현 GS25), 미니스톱 바이더웨이(2010년 세븐일레븐에 합병)가 잇따라 시장에 뛰어들었다. 1호 편의점이 생긴 지 4년 만인 1993년 1000호점을 돌파했다. 편의점 선진국인 일본보다 2년 빨랐다. 유통 1위 기업 롯데쇼핑이 1994년 코리아세븐을 인수하면서 편의점은 본격적인 성장기에 들어섰다.

편의점은 ‘밝은 매장’ ‘24시간 영업’ ‘라면이나 김밥을 안에서 먹을 수 있는 장소’ 등의 강점을 앞세워 젊은 층을 사로잡았다. 정가를 고집한 탓에 초기엔 ‘가격이 비싸다’는 부정적인 인식도 있었다. 하지만 규모의 경제와 물류 혁신으로 이런 인식도 사라졌다.

1992년 등장한 삼각김밥은 편의점 30년사에 한 획을 그은 제품이다. 세븐일레븐이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식품매장의 일본식 삼각김밥 ‘오니기리’를 편의점으로 가져와 900원에 판매했다. 짜장면이 1000원이던 시절, 나름 비싼 먹거리였다.

세븐일레븐은 1999년 7월 자체 기술로 가격을 낮춘 700원짜리 ‘참치마요네즈 삼각김밥’을 내놓았다. 삼각김밥은 외환위기 이후 국민 편의식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2002년 한 해 팔린 삼각김밥만 1억 개가 넘었다. 식당에 앉아 따뜻한 밥과 국을 먹는 데 익숙했던 소비자들을 편의점 테이블로 끌어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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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변신과 진화

과거 단순 소매점이던 편의점은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식당, 각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생활 플랫폼으로 변신하고 있다. 전국 방방곡곡에 촘촘하게 연결돼 있는 점포망과 다양한 자체브랜드(PB) 제품의 경쟁력은 갈수록 위력을 더하고 있다.

‘대표 편의식’의 바통을 이어받은 도시락은 편의점 성장의 견인차다. CU ‘백종원 도시락’, 세븐일레븐 ‘11찬 도시락’, GS25 ‘고진많(고기진짜많구나) 도시락’ 등이 출시되면서다. 편의점에서 ‘제대로 된 한 끼’를 해결하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 공공요금 수납, 택배, ATM 등 비식품 서비스 역시 CU의 카셰어링(쏘카의 공유자동차를 편의점에서 픽업), GS25의 신한카드 픽업, 세븐일레븐의 세탁 등으로 확장 중이다. 유통업계에서는 “편의점의 변신은 현재 진행형이고, 끝도 알 수 없다”고 말한다.

4만 점포 시대의 그늘도

편의점의 가파른 성장만큼 그늘도 만들어냈다. 2001년 3000개 수준이던 편의점은 2007년 1만 개, 2016년 3만 개를 넘었다. 지난 3월 말 기준으로는 4만192개다. 3만 개를 넘어선 지 2년여 만에 4만 개를 돌파했다. 편의점 밀집도는 ‘편의점 대국’으로 불리는 일본을 넘어섰다. 일본의 편의점은 인구 2200명당 1개꼴인데, 국내에선 1300명당 1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편의점의 점포당 매출은 지난해 2월 처음으로 전년 동월 대비 마이너스(-3.5%)를 기록했다. 이후 올해 1월까지 12개월 연속 줄었다. 점포 수는 급증하고 있지만 실속은 없어진 것이다. 이 때문에 기존 점포에서 1㎞ 이내에 동업종 출점을 금지하는 내용의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발의(조경태 자유한국당 의원)되는 등 신규 점포 개설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편의점의 심야 영업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편의점을 표적으로 삼은 규제는 아니지만,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 역시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증권업계는 올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편의점 가맹점주의 순수익이 14.3% 감소하고, 종사자 수도 1만5500여 명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NIE 포인트

우리나라 편의점이 지난 30년 동안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정리해보자. 편의점의 심야 영업이나 신규 점포 개설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그 근거는 무엇이고, 타당한 발상인지도 토론해보자. 최저임금 인상이 편의점에 미치는 영향도 정리해보자.

이유정 한국경제신문 생활경제부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