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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생글 582호 2018년 2월 12일

뉴스

[이슈&이슈] 미국, 법인세 인하 이후 근로자 임금 올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법인세 감세가 미국 산업계 전반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 단순히 최고세율을 35%에서 21%로 낮추는 것으로 끝난 게 아니다. 세제 개정 법안이 의회를 통과한 지 한 달여 만에 1000달러 보너스 지급(AT&T), 최저임금 인상(월마트) 등으로 시작한 감세 효과는 기업의 설비투자, 인수합병(M&A), 자사주 매입 확대 같은 선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기업들, 잇달아 신규 설비투자 검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재무부와 국세청이 수십 개에 이르는 개정 세법 조항에 대한 지침을 내놓자 기업들이 서둘러 기존 사업을 재평가하고 새로운 설비투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세법 개정이 단순히 기업의 세금을 깎아주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다양한 경영활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WSJ는 이를 두고 “미국 기업들이 포효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시장에서는 “감세 효과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금융회사 나티시스의 조지프 라보그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한 기업의 지출 확대는 다른 기업의 수익 증대로 이어진다”며 “세제 개편으로 올해 500대 우량 기업(S&P500)의 주당이익 합계가 7~8%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전문가들은 중장비업계가 감세 수혜 업종으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새로운 세법은 향후 5년간 기업이 설비투자를 하면 그해에 구매비용 100%를 감가상각할 수 있도록 해 투자 확대를 유도하기 때문이다. 영업이익이 많이 나는 해에 대규모 투자를 하면 법인세를 안 내도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 중장비업체 캐터필러가 이날 ‘깜짝 실적’을 발표하자 뉴욕증시에서 곧바로 주가가 뛰어오른 배경이다. 이 회사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129억달러로 전년 동기(95억달러) 대비 35% 증가했다. 상품가격 하락 여파로 4년간 실적 부진을 겪은 캐터필러는 글로벌 경기 회복세와 ‘트럼프 감세 효과’로 올해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발빠른 기업들은 설비투자를 늘리고 있다. 제약회사 아미쿠스는 최근 유럽 대신 미국에 2억달러 규모의 생산시설을 확충하기로 결정했다. 크리넥스 티슈를 생산하는 킴벌리클라크도 미국 내 한 생산시설에 수백만달러어치의 새 기계장비를 들이기로 했다.



비용절감으로 기업 M&A도 탄력받아

기업 M&A도 탄력받고 있다. 식품공급업체 아라마크는 최근 23억5000만달러 규모의 인수 거래 두 건을 진행했다. 세후 인수 비용은 세전보다 21% 저렴한 18억6000만달러다. 아라마크는 “새로운 세법으로 5억달러를 아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공급업체(아벤드라) 인수가 자산 구입 비용으로 인정돼 즉시 상각한 결과다.

기업 해외 유보금의 본국 송금세 인하도 M&A 기대를 높이고 있다. 해외에 쌓아둔 현금이 대거 미국으로 돌아오면 기업의 인수활동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이 현금 2500억달러를 미국에 송금하기로 결정하면서 다른 기업들 합류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올해 미국 제약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M&A 기대가 팽배한 분위기다. 바이오테크기업 셀젠은 최근 세포치료 기업 유노를 90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제약사 암젠은 390억달러에 달하는 해외 유보금을 미국으로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 기업들도 혜택 기대

외국 기업도 미국 내 감세 혜택을 누리려고 움직이고 있다. 유럽 은행들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이후 영국 내 지점과 인력을 미국으로 옮기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3일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법인세율이 낮아져 사업 환경이 좋아지면서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을 선진국 중에서 사업해야 하는 곳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티잔 티엄 크레디트스위스 CEO도 “글로벌 기업인들이 미국에서 사업하는 데 상당히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초콜릿업체 페레로가 네슬레의 미국 제과 부문을 인수한 것을 예로 들었다.

박상환 KPMG 뉴욕법인 파트너는 25일 한국 기업 대상 세법 설명회에서 “미국의 법인세율 인하로 한국보다 세율이 낮아졌다”며 “한국 기업들도 미국법인에 이익을 더 많이 남기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미국 상품을 수출해 10% 이상 이익을 남길 경우 21%보다 낮은 13.125%의 세율을 매기는 만큼 미국법인을 통해 수출하는 것도 한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허란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뉴욕=김현석 특파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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