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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생글 577호 2017년 12월 4일

생글 논술대회

[생글논술경시대회] "출제의도 파악해 제시문 분석하는 게 논술의 포인트죠"

1. 출제 의도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 말이 ‘빨리빨리!’라고 한다. 빠른 속도를 중시하는 한국인 품성의 기원이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변화의 속도가 빠른 사회인 것만은 틀림없다. 물론 이런 빠른 속도가 한국의 경제성장에 일조한 바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빠른 속도보다 중요한 게 분명 존재한다. 빠르게 가는 게 능사는 아닌 것이다. 경제성장, 물질적 풍요를 위해 효율성과 생산성을 추구하며 ‘빠름’을 지향해 온 현대인의 삶이 행복과는 거리가 멀었음을 인식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도 ‘슬로 라이프(slow life)’를 추구하며 자신의 삶에 집중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도시의 바쁜 생활에서 벗어나 한적한 농촌의 삶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증가 추세이다. 이러한 변화의 기저에는 빠른 사회 변화가 무엇을, 누구를 위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존재한다.

2. 제시문 분석

(가)

현대 사회는 속도가 숭배되는 사회이다. 무한경쟁 시대에는 속도가 경쟁력이다. 속도의 시대이고 속도가 모든 것을 결정하고 변화시키고 있다. 실제 컴퓨터와 인터넷은 인간의 사고와 생활양식을 급속도로 바꾸고 있다. 앞으로 디지털 기술은 더욱 놀라운 속도혁명을 일으킬 것이다. 속도의 물결에 앞장서면 승리자이지만 이탈하면 낙오자가 되기 일쑤이다.

제이 그리피스(Jay Griffiths)는 ‘시계 밖의 시간’에서 ‘비록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현대에 이르러 시간의 묘사방식마저 철저하게 이데올로기적’이라고 지적했다. 시간이라는 개념에 사회의 지배적인 가치관이나 사상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우리는 인간의 ‘시간’이 아니라 기계의 시간, 즉 ‘시계’에 지배당한 삶을 살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휴일이면 도시를 떠나 시간이 더 많이 존재하는 곳을 찾아간다. 자연이 시간으로 충만해 있는 반면, 도시는 시계로 넘쳐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런 각박한 분위기에 휘둘리며 너무 앞만 보며 달리고 있다. 더욱이 신자유주의에 기초한 세계화는 무한경쟁을 무기로 삼는다. 이 때문에 기업은 엄청난 경쟁력을 요구당하고 그들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 더 나은 제품을, 더 빨리 만들어서, 더 빨리 돈을 벌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 오늘날의 세상이다. 빠름이야말로 경쟁력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보화 사회의 경쟁력은 곧 속도이고 그 속도에 적응하는 자만이 이 사회를 이끌어 나갈 수 있다.

☞ 제시문 (가)는 빠름, 속도가 곧 경쟁력이며 이러한 경쟁력을 갖추어야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글이다. 지은이는 이러한 속도가 기술문명에 의해 인간의 삶이 지배되었음을 보여준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오늘날의 정보화 사회, 디지털 기술, 신자유주의 하에서는 이러한 속도에 적응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나)

속도는 기술 혁명이 인간에게 선사한 엑스터시의 형태이다. 오토바이 운전자와는 달리, 뛰어가는 사람은 언제나 자신의 육체 속에 있으며, 끊임없이 자신의 물집들, 가쁜 호흡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뛰고 있을 때 그는 자신의 체중, 자신의 나이를 느끼며,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자신과 자기 인생의 시간을 의식한다. 인간이 기계에 속도의 능력을 위임하고 나자 모든 게 변한다. 이때부터, 그의 고유한 육체는 관심 밖에 있게 되고 그는 비신체적, 비물질적 속도, 순수한 속도, 속도 그 자체, 속도 엑스터시에 몰입한다.

(중략)

어찌하여 느림의 즐거움은 사라져버렸는가? 아, 어디에 있는가, 옛날의 그 한량들은? 민요들 속의 그 게으른 주인공들, 이 방앗간 저 방앗간을 어슬렁거리며 총총한 별 아래 잠자던 그 방랑객들은? 시골길, 초원, 숲속의 빈터, 자연과 더불어 사라져버렸는가? 한 체코 격언은 그들의 그 고요한 한가로움을 하나의 은유로써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그들은 신의 창(窓)들을 관조하고 있다고. 신의 창들을 관조하는 자는 따분하지 않다. 그는 행복하다. 우리 세계에서, 이 한가로움은 빈둥거림으로 변질되었는데, 이는 성격이 전혀 다른 것이다. 빈둥거리는 자는, 낙심한 자요, 따분해하며, 자기에게 결여된 움직임을 끊임없이 찾고 있는 사람이다.

☞ 제시문 (나)는 밀란 쿤데라의 <느림>에서 발췌하였다. 이 글에서는 기계문명의 속도가 현대인의 인간성을 상실하게 했음을 지적하며 느림을 추구한다. 속도는 몸을 잊게 하고 자신이 누구인지 잊게 하여 인간성을 상실케 한다. 기계문명의 속도, 자본주의의 급속한 발전은 마약처럼 정신을 잃게 만든다는 것이다.

반면에 자신의 육체로 뛰어가며 만들어내는 속도는 기계문명의 속도처럼 빠르지 않지만 몸이 있다는 것,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게 한다. 이러한 느림이야말로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


(이하 생략)

*24회 생글논술경시대회 전체 유형 논제 및 해설은 홈페이지 수상자 발표에서 다운로드하실 수 있습니다.

김은희 < 생글논술경시대회 출제위원 logicanonsu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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