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시봉의 내 인생을 바꾼 한마디] 침묵하는 자는 휴식한다. - 계곡집 -
어 자 쟁 묵 자 식

語 者 爭, 默 者 息.

말하다 사람 다투다 침묵하다 사람 쉬다

말하는 자는 다투게 되고,

침묵하는 자는 휴식한다. - 계곡집 -

▶ 조선의 문인 장유(張維, 1587~1638)는 ‘침묵의 집’을 뜻하는 ‘묵소(默所)’를 짓고 ‘침묵’에 대한 글을 남긴다.

온갖 묘함이 나오는 문으로 침묵만 한 것이 없다. 영악한 자는 말하고 꾸밈없는 자는 침묵하며, 조급한 자는 말하고 침착한 자는 침묵한다. 말하는 자는 수고롭고 침묵하는 자는 편안하다. 말하는 자는 낭비하고 침묵하는 자는 아낀다. 말하는 자는 다투게 되고 침묵하는 자는 휴식한다. (중략) 말은 침묵으로 깊어지고 생각은 침묵으로 터득된다. 깨어서는 침묵으로 태연하고 잠잘 때는 침묵으로 편안하며, 재앙은 침묵으로 멀어지고 복은 침묵으로 모여든다. 말하는 자는 모두 이와 반대가 되니 득실을 분명히 알 수가 있다. 그러므로 내 거처에 명명하고 종일토록 편안히 앉아 지낸다.

말하기는 쉽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조심스러울 때 말보다 글을 쓴다. 글로 쓰면 오해의 소지가 없는 언어를 선택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말은 녹취하지 않는 이상 공중으로 사라지지만 글은 지워지지 않고 어딘가에 남는다. 너무 말하고 싶을 때 글로 쓰자. 또 너무 글로 쓰고 싶을 때 침묵하자. 그냥 침묵하고 묵묵히 행동으로 옮기자. 훗날 돌아보면 그편이 더 현명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 한마디 속 한자-默(묵) 잠잠하다, 말이 없다.

▷ 묵인(默認): 모르는 체하고 하려는 대로 내버려 둠으로써 슬며시 인정함.

▷ 묵묵부답(默默不答): 잠자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