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소속된 팀의 ‘Hotspur’도 미국 영어에 익숙한 사람은 핫스퍼[ha:t]로 발음하겠지만 적을 때는 영국식인 홋스퍼[h⊃t]로 한다. 외래어 표기가 영국식 발음을 토대로 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는 외래어표기법이 지닌 맹점이기도 하다.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말할땐 '바디'라 해도, 적을땐 '보디'로
영국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이 한껏 주가를 올리고 있다. EPL 사무국은 지난 18일 손흥민이 EPL 소속 선수 가운데 랭킹 15위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현지 언론도 “이번 시즌 토트넘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선수 중 손흥민이 단연 눈에 띈다”고 극찬했다고 한다. 그가 소속된 팀은 ‘토트넘 홋스퍼(Tottenham Hotspur) FC’다. 10여년 전 국가대표팀의 이영표 선수가 뛰던 곳이라 국내에도 많이 알려져 있다.

외래어 표기 기준은 영국식 발음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말할땐 '바디'라 해도, 적을땐 '보디'로
토트넘이나 홋스퍼는 우리식으로 치면 합성어다. 각각 ‘토튼+햄’ ‘홋+스퍼’의 구성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토트넘과 토튼햄이 섞여 있고 홋스퍼 역시 핫스퍼로 쓰는 사람이 많다. 외래어표기법 1986년 공표된 지 3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읽고 적는 게 통일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결론부터 말하면 토트넘이 맞고 토튼햄은 틀린 표기다. 핫스퍼는 홋스퍼라고 적어야 한다. 그것이 실제 발음에 가깝기 때문이다. 또한 외래어표기법의 표음주의 원칙에 따른 것이다.여기에다 영어권 외래어를 적을 때 간과하면 안 되는 한 가지가 더 있다. 영어를 옮기는 우리 외래어 표기는 영국 발음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이다. 이는 명문규정은 아니지만 관용적으로 그리 해왔다.


서로 다른 표기는 이미 이영표 선수 시절에도 문제가 됐다. 그러자 정부언론외래어심의공동위에서 2005년 제65차 회의를 열어 ‘토트넘 홋스퍼’로 통일했다. 당시 프리미어리그의 다른 팀 표기도 함께 내놨는데 ‘Fullham’이 ‘풀럼’으로 된 게 이때다. ‘풀햄’이 아니다. 토트넘이나 풀럼은 영국의 ‘Birmingham’을 ‘버밍엄’(버밍햄이 아님)으로 적는 이치와 같은 것이다. 각각 ‘햄(ham)’과 결합하면서 h가 묵음이 되고 연음화 현상이 일어났다. 이에 비해 미국 앨라배마주의 도시는 버밍햄으로 적는다.

외래어 표기를 현지 발음에 가깝게 적는다는 정신은 조선어학회(한글학회의 전신)에서 1933년 ‘한글 맞춤법 통일안’을 제정할 때부터 이어져온 전통이다. 이 원칙은 많이 알려져 있는 것 같다. 문제는 영어 발음이 영국식과 미국식이 조금씩 다르다는 점이다. 예전에 영어사전이 모두 영국 발음을 바탕으로 한 것처럼 외래어 표기 역시 전통적으로 영국식 발음을 취해왔다. 하지만 요즘 우리가 쓰는 영어는 미국 영어다. 그 차이에서 오는 ‘낯섦’이 표기에서 드러난다. 가령 톰(Tom)과 탐, 톱(top)과 탑의 차이는 무엇일까? 발음은 [바디](body)로 배웠는데 적을 땐 보디라고 한다. 왜 그럴까? 바디로 적으면 안 되나? 워크샵은 틀린 거고 워크숍이라 해야 맞나?

손흥민이 소속된 팀은 ‘홋스퍼’

미국식 영어발음에 익숙한 사람은 탐[tam], 탑[ta:p], 바디[ba:di], 워크샵[a:p]으로 적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외래어표기법상 표기는 톰[tm], 톱[tp], 보디[bdi], 워크숍[p]이다. 모두 영국식 발음을 취했다. 배운 것은 미국식 발음인데 표기는 영국식으로 적게 돼 있기 때문에 심리적 저항이 생긴다. 수퍼맨, 바텀업으로 적고 싶지만 이를 슈퍼맨, 보텀업으로 적어야 하는 것도 같은 원리다.

손흥민이 소속된 팀의 ‘Hotspur’도 미국 영어에 익숙한 사람은 핫스퍼[ha:t]로 발음하겠지만 적을 때는 홋스퍼[ht]로 하는 까닭도 마찬가지다. 동시에 이는 외래어표기법이 지닌 맹점이기도 하다. 현실 발음과 괴리된 표기는 언어생활을 불편하게 한다. 영어권 외래어를 적을 때 미국식 발음을 취하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