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서 가장 비참한 나라 베네수엘라”…차베스의 '퍼주기 복지'가 파탄 불러

◆고통지수 160…베네수엘라의 추락


남미 최대의 산유국 베네수엘라가 ‘세계에서 가장 비참한 나라’에 꼽히는 수모를 겪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해 물가상승률과 실업률로 산정한 베네수엘라의 고통지수가 세계에서 가장 높았다고 4일 보도했다. 베네수엘라의 주력 수출 품목인 원유 가격이 곤두박질친 가운데 물가는 치솟았기 때문이다.

-2월6일 한국경제신문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세계서 가장 비참한 나라 베네수엘라"…차베스의 '퍼주기 복지'가 파탄 불러 등
☞ 베네수엘라가 세계에서 국민이 가장 살기 힘든 나라로 꼽혔다. 땅덩이는 우리나라보다 10배 가까이 넓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원유를 갖고 있는 베네수엘라가 왜 이처럼 고통스러운 땅으로 추락했을까? 잘 알다시피 그건 차베스라는 포퓰리스트(대중영합주의) 정치인 때문이다. 베네수엘라는 우리에게 반면교사 역할을 하고 있다.

급속한 인플레이션과 경제 붕괴는 베네수엘라를 세계에서 가장 비참한 나라로 만든 주된 이유로 꼽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의 고통지수는 159.7로, 2위인 아르헨티나(39.9)에 비해 네 배 가까이 높다. 남아프리카공화국(32.0), 그리스(27.0)가 그 뒤를 이었다. 경제 고통지수(misery index)는 미국 경제학자 아서 오쿤(Arthur Okun)이 고안한 것으로 간단한 수치로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적 삶의 어려움을 나타낸다. 소비자물가 상승률(CPI)에 실업률을 더해 구한다. 물가와 실업률은 서민 생활과 가장 밀접한 경제지표다. 고통지수가 높을수록 사는 게 팍팍하다는 뜻이 된다. 예를 들어 A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 5%, 실업률은 10%고 B국은 각각 연 1%와 3%라면 A국의 고통지수는 15인 반면 B국은 4다. 따라서 A국 국민의 삶이 B국보다 어렵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베네수엘라는 지난해 98.3%의 물가상승률과 6.8%의 실업률로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올해에도 152%에 달하는 초인플레이션과 7.7%의 실업률이 전망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올 예상 고통지수(5.0)와 비교해보면 베네수엘라의 사정이 얼마나 나쁜지 알 수 있다. 베네수엘라 경제는 말 그대로 엉망이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10%(추정치)로 전년의 -4%에 이어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베네수엘라의 올 성장률을 -8%로 예상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발행한 국채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6,986.77bp(1bp=0.01%포인트)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베네수엘라 국채 1억달러어치를 살 경우 부도위험을 헤지(회피)하려면 6987만달러의 보험료(CDS 프리미엄)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사실상 국가 부도상태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이에 따라 베네수엘라 정부는 지난 15일 국가 경제비상사태를 선포하고 60일간 입법권을 단독으로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또 수입을 제한하고 기업 활동과 외환거래 통제 강화에 나서고 있다.

원자재 대국인 베네수엘라가 왜 이처럼 망가졌을까? 물론 첫째는 국제 원유 가격 급락을 꼽을 수 있다. 세계 5대 원유생산국인 베네수엘라는 전체 수출의 96%를 석유와 천연가스로 충당하고 있다. 또 국가 재정의 절반가량을 원유 판매에 의존해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안팎을 유지해야 나라살림이 유지될 수 있다. 2014년 중반만 해도 배럴당 100달러대에 거래되던 국제 유가는 올 들어 20~30달러대로 폭락했다.

더 중요한 건 원유를 팔아 벌어들인 돈을 펑펑 써댔다는 것이다. 2013년 사망한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은 1998년 집권한 후 석유회사들을 국유화한 뒤 여기에서 나온 자금으로 16년간 대중영합적인 정책을 펼쳤다. 원유를 판 돈으로 공장을 짓기보다 무상교육, 무상의료 등 선심 정책에 몰두했다. 그 결과 사회적으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현상이 만연, 열심히 일하기보다 정부에 손을 벌리는 게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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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값 하락은 베네수엘라 볼리바르화 가치를 떨어뜨리면서 급속한 인플레이션을 가져왔다. 변변찮은 산업이 없는 베네수엘라는 식료품과 생필품의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화폐 가치가 떨어지자 수입품의 물가가 큰폭으로 치솟았다. 이처럼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이 계속되면서 베네수엘라 돈은 도둑도 훔쳐가지 않을 정도로 가치가 추락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미화 1달러는 1년 전 암시장에서 100볼리바르였는데 이제는 700볼리바르를 줘야 한다. 암시장에서 볼리바르화 가치는 최근 2년 새 94% 폭락했다. 외환보유액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12월 214억달러였지만 2월에는 100억달러 수준으로 반 토막 났다.

이처럼 원유 판매에 의존한 ‘공짜 정책’에 제동이 걸리면서 민심도 크게 요동치고 있다. 무상정책으로 인기몰이를 했던 베네수엘라 집권여당인 통합사회주의당(PSUV)은 작년 12월 치러진 총선거에서 야권 연합인 민주연합회의(MUD)에 참패했다. 야권연합이 승리한 것은 17년 만이다. 베네수엘라 유권자들은 17년간 경제가 너무 망가진 뒤에야 여권을 심판했다. 하지만 베네수엘라가 일어서기까지는 상당한 고통을 감수해야 할 듯하다. 세상 만사가 그렇듯 허물기는 쉽고 쌓기는 어렵다. 4월 총선을 앞두고 각종 선심성 정책이 쏟아지고 있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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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고성장’ 인도 경제 모디노믹스의 기업 북돋우기 정책 효과 톡톡


◆‘모디노믹스’의 힘

인도가 2015회계연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7.6%에 이를 전망이라고 8일 발표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인도 통계청이 2015회계연도 성장률을 전년 같은 기간보다 0.3%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며 “주요 신흥국과 선진국 가운데 가장 빠른 경제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 2월10일 한국경제신문

☞ ‘거대한 코끼리(Giant Elephant)’의 질주가 거세다. 중국과 맞먹을 만큼 인구와 영토를 보유한 인도 말이다. 인도 정부가 밝힌 2015회계연도(2015년 4월~2016년 3월) 경제성장률은 7.6%. 중국의 지난해 성장률(6.9%)을 뛰어넘는 것이다. 인도의 성장률이 중국보다 앞선 건 16년 만이다.

세계은행은 ‘2016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도 세계 경제가 2.9%의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는 가운데 인도는 7.8%의 고성장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어떻게 이처럼 거대한 코끼리가 춤을 출 수 있는 걸까? 해답은 2014년 5월 취임한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경제정책 ‘모디노믹스(Modinomics)’에서 찾을 수 있다. 모디노믹스는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에 경제학(economics)을 합친 조어다. 모디노믹스의 핵심은 개혁개방, 규제완화를 통한 자유로운 경제활동의 진작, 외국자본 도입, 제조업 육성과 인프라 확충 등으로 요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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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디 총리는 취임 첫 해 내놓은 제조업 활성화 캠페인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에서 적극적인 투자 유치로 15%인 제조업 비율을 25%로 올리고 경제개혁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철도, 국방, 보험산업의 외국인 투자지분 한도를 확대하고 전력, 도로, 신도시 개발 등 인프라 구축에 나섰으며 투자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했다. 이런 정책은 외국자본을 끌어들였다. 모디 총리 취임 이후 17개월간 인도 내 외국인직접투자(FDI)는 3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세계 FDI가 16% 줄어든 것과 현격한 차이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