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잃은 내가 만난 운명의 Book (48) 김영용의 '생활 속 경제'
경제학자들은 우리가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접하는 것들에 대해 그냥 지나치지 않고 질문을 갖거나 의문을 품기 좋아한다. “아이를 맡기고 오랜만에 외식하는 부부는 왜 고급 레스토랑을 찾지?” “왜 극장에서 판매하는 팝콘은 더 비싸지?” “대형마트 영업시간을 제한하면 소비자들은 과연 동네 슈퍼마켓으로 발길을 돌릴까?” 등과 같이 말이다. 때론 그들은 “왜 소련은 무너졌는가?” “기업은 왜 생기고 기업가는 어떤 존재인가?”와 같은 진지한 질문에 답을 하려고 노력하거나 ‘경쟁’이나 ‘비용’과 같은 경제학 기본 개념을 설명하려고 애를 쓰기도 한다.

경제적 유인에 반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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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경제학자들은 사람들의 행위나 사회 현상을 이해하고 설명하려고 노력하는데, 이때 그들이 항상 염두에 두는 원리가 있다. 바로 “사람들은 경제적 유인(incentive)에 반응하여 행동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소비자들은 구입할 수 있는 상품들 중 그들의 만족을 가장 많이 충족시켜주는 것을 선택하려고 하고, 기업들은 그들에게 가장 높은 이익을 가져다주는 가격을 매기려고 한다는 것이다. 한편 “과연 정부는 무엇을 추구하는 주체인지?”도 한 번 생각해 볼 만하다.

여기서 소개할 김영용 전남대 교수의 ‘생활 속 경제’라는 책도 경제학자들의 이러한 사고 과정의 소산이다. 물론 단순히 경제학자들의 지적 호기심을 엿보라는 의미에서가 아니라 그들처럼 사고하는 훈련을 통해 사람들이 행동하는 원리를 이해하고 사회 현안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세우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소개하는 것이다.

실생활 현상에서 경제원리 설명

‘생활 속 경제’는 시장경제의 원리에서부터 경제학의 기본 개념인 수요와 공급, 경제학 교과서에서는 잘 설명하고 있지 않은 기업과 기업가, 가격을 통제하려는 정부 정책, 그리고 교육·의료·복지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분야의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럼 지금부터 책의 내용에 대해 살펴보려고 하는데, 여러분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여 책을 읽고픈 유인을 주기 위해 주요 칼럼의 주제들을 7개의 질문을 통해 전달하려고 한다.

<질문1>도로공사에서 관리하는 고속도로보다 민자(民資) 고속도로의 제설 작업이 보통 더 신속하게 이루어진다. 공중 화장실은 각 가정의 화장실보다는 덜 깨끗하다. 지리산에 서식하던 토종 곰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왜 이러한 현상들이 일어나는 것일까? 좀 더 어렵지만 비슷한 논리를 적용하여 소련이 붕괴했던 이유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질문2>중간고사가 끝난 기념으로 여러분은 친구들과 부산으로 여행을 갔다고 하자. 부산의 명소를 실컷 구경하고 저녁을 먹으려고 하는데 어떤 친구는 돈을 아끼자면서 근처 식당에서 백반을 먹자고 하고 다른 친구는 부산까지 왔는데 유명한 식당에 가서 회를 먹자고 한다. 여러분은 누구의 의견에 따르겠는가? 그 이유는? 수요의 법칙(law of demand)을 이용하여 여러분의 선택을 설명해 보기 바란다. 여기서, 수요의 법칙이란 A상품의 B상품에 대한 상대가격이 내려가면(올라가면) A상품의 수요량이 증가(감소)하는 것을 말한다. 이 예는 경제학에서 알치안-알렌 정리(Alchian and Allen Theorem)라고 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질문3> 어떤 상품의 수요량이 가격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면 그 상품의 수요가 탄력적이라고 하고 그렇지 않으면 비탄력적이라고 한다. 수요 탄력성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으면 모든 소비자에게 동일한 가격을 부과하는 것보다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비자에게는 낮은 가격을, 그렇지 않은 소비자들에게는 높은 가격을 매기는 것이 더 많은 이득을 주는 전략이다. 이 원리를 이용하면 일상에서 관찰할 수 있는 다양한 가격설정 방식을 설명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극장 주인이 왜 저녁보다 아침에 영화 관람료를 더 싸게 책정하는지 설명해 보기 바란다. 의욕이 넘치는 독자는 극장에서 파는 팝콘이 더 비싼 이유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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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비용이 무엇인가

<질문4>경제학에서 중요한 개념 중의 하나가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이다. 기회비용이란 여러 대안 중 최선의 기회를 선택함으로써 포기하게 되는 차선 기회의 가치를 말한다. 이 개념을 이용하여 우리는 왜 서울에서보다 순천에서 길을 물으면 더 친절하고 자세하게 알려 주는 경향이 있는지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여러분 중에는 서울 사람들이 순천 사람보다 더 무례하기 때문이라고 답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질문5>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텔레콤 등 우리 주변에는 많은 기업들이 있다. 엉뚱하지만 이런 질문을 해 보자. 왜 이런 기업들이 등장하는가? 컴퓨터, 자동차, 통신서비스 등을 생산하려면 이런 기업들이 꼭 필요한가? 사실 이 질문은 약 80년 전 처음으로 제기됐던 것인데, 경제학자 로널드 코즈(Ronald Coase)는 이에 성공적으로 답한 공로로 1991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여러분도 한번 도전해 보기 바란다. 그리고 스스로 만족할 만한 답을 제시했다고 생각이 들면 기업가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기 바란다.

<질문6>지난 1989년 일부 라면업체들이 라면 제조에 비누나 윤활유 원료로 사용되는 공업용 우지(牛脂)를 사용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 있었다. 국민 건강은 생각하지 않고 돈에만 눈이 멀었다며 대기업들은 거센 비난을 받았다. 10년 후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이 사건으로 라면업체들은 커다란 손실을 보고 사실상 사업을 접어야 했다. 왜 우지 파동과 같은 사건이 발생했을까? 당시 정부는 저소득층이 부담 없이 라면을 사먹을 수 있게 하려는 의도에서 라면 가격을 낮은 수준으로 규제하고 있었다는 게 힌트다. 전 국민을 슬픔에 빠뜨린 세월호 사고의 원인에 대해서도 비슷한 맥락에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질문7>정부는 어느 한 기업이 값싸고 좋은 품질의 상품을 선보여 소비자들로부터 너무 많은 선택을 받으면 독점적 지위를 얻었다며 특별 관리에 들어간다. 또한 상대 기업과 경쟁하려고 가격을 내린 기업에 대해 불공정 거래행위를 했다며 제재를 가하는 경우도 있다. 여러분이 독점 기업의 경영자라면 경쟁사가 없다고 소비자를 무시하고 제멋대로 상품의 가격을 올리겠는가? 가격경쟁을 하지 말라고 규제하는 정부의 목표는 도대체 무엇인가? 이런 질문들을 통해 경쟁의 본질과 어떻게 하면 경쟁을 보호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기 바란다.

정부간섭보다 시장이 잘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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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백년대계인 교육, 소중한 생명을 다루는 의료, 근로능력이 없거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복지와 관련된 현안들에 대해 이 책은 시장원리를 적용한 해법을 제시한다. 즉, 정부 주도의 교육을 민영화하여 교육상품의 선택권을 학생과 학부모에게 돌려주고 교육기관 간 경쟁을 촉진하며, 의사들의 사익추구 활동을 보장하여 의료서비스의 품질을 높이고 사람들의 일할 유인을 충분히 고려하여 복지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 인간의 이성이 구조적으로 무지하기 때문에 시장 과정(market process)에 의존해야 한다는 ‘하이에크(Hayek)’의 지적을 무시하고 경제에 자꾸 간섭하려는 정부에 일침을 가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처럼 ‘생활 속 경제’는 사람들은 경제적 유인에 따라 행동하며 그들의 행동은 정부의 간섭이 없는 자유시장에서 가장 잘 조정된다는 관점에서 다양한 이슈들을 다루고 있다.

정회상 <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