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은 에너지다 2부 - (4·끝) 생각을 바꾸자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기획 시리즈 ‘원자력은 에너지다’를 끝내면서 느끼는 소회가 아니다. 스티븐 존슨이라는 과학저술가가 쓴 책 제목이다. 이 책은 고도의 현대문명을 가능케 한 6가지 혁신을 역사에서 찾아내 소개한다. 6가지가 무엇인지는 이 시리즈에서 다룰 내용이 아니다. 인류 문명을 발전시킨 원동력을 아이디어와 혁신에서 찾았다는 점이 중요하다.
전기를 생산하는 가장 싸고 좋은 방법은 원자력발전…통계와 데이터를 통해 과학적으로 보는 시각이 중요
에너지를 둘러싼 인류의 ‘겁’

아이디어와 혁신. ‘원자력은 에너지다’를 시작하면서 학생 독자들에게 전해주고자 했던 주제다. 수많은 사람의 아이디어와 혁신이 없었다면 원자력은 에너지가 될 수 있었을까? 아인슈타인도 ‘질량이 에너지가 된다(E=MC 제곱)’는 물리현상에 대해 처음엔 매우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마침내 원자력이 가장 효율적인 에너지임을 입증해냈다. 그것이 바로 원자력 발전이다.

인류는 에너지에 대해 줄곧 회의적이었다. 원시인은 불을 좋아하면서도 무서워했다. 불을 꺼뜨리지 않고 잘 관리하는 것은 리더의 중요한 임무가 됐다. 인류는 첫 동력을 인간의 근육에서 얻었다. 노예의 근육은 피라미드를 쌓아올리게 했다. 노예를 많이 확보하는 일은 제국의 전쟁을 불렀다. 인간의 생각이 훌쩍 진보한 것은 산업혁명 때였다. 증기기관과 석탄은 인류 역사를 통틀어 가장 혁명적인 에너지를 창출했다. 기계의 등장은 생산성을 전례없이 끌어올렸다. 인류는 절대빈곤에서 서서히 벗어나기 시작했다. 인구가 늘었고, 과학과 기술은 급성장했다. 그 바탕이 에너지의 발견이었다.

석탄은 인류에게 암울한 미래를 드리웠다. 영국 런던의 하늘은 시꺼멓게 변했고, 강에는 검은 물이 흘렀고, 석탄은 고갈될 운명이었다. 19세기 유럽은 그야말로 석탄고갈론 공포에 휩싸였다. 석탄이 없어지면 얼어죽을 것이란 소문은 사람들의 생각을 절망으로 몰아넣었다. 19세기의 위대한 과학자 중 한 사람인 스탠리 제본스는 1865년 석탄고갈로 인해 영국 산업의 성장이 멈출 것이라고 걱정했다. 석탄 유한론은 영국은 물론 유럽의 상식이 됐다.

“석탄이 고갈돼 산업이 망한다”

제본스가 몰랐던 것은 ‘석탄이 더 필요할 것이므로 더 발견하면 이익을 남길 수 있다’고 생각한 사업자의 존재였다. 사업자들은 새로운 탄광을 찾아냈고, 더 좋은 채탄 방법을 발명했다. 그 결과 석탄 매장량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났다. 수십년 사이 석탄고갈론은 쑥 들어갔다. 생각을 바꾸면 아이디어와 혁신이 생기는 법이다.

사실 석탄 사업자들도 몰랐던 것이 있다. 바로 석유의 등장이었다. 석유의 극적인 등장으로 인해 석탄은 더 이상 수지타산을 맞추기 힘든 에너지가 됐다. 석탄은 많이 잊혀졌고, 매장된 채로 잘 꺼내 쓰지도 않는 에너지로 전락했다. 고래를 사냥해 기름을 얻던 사업자도 사라졌다. 석유가 고래를 살렸다는 말은 그래서 성립한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석유를 쓰자 석유고갈론이 등장했다. 석유를 이렇게 많이 쓰다간 사라진다는 스토리였다. 1885년 미국 지질조사국은 캘리포니아에서 석유가 나올 가능성은 없다고 했고, 1914년 미국 광산국은 장래의 총생산 한계는 57억배럴로 10년이면 동난다고 겁을 줬다. 1939년 미국 내무부는 13년치밖에 안 남았다고 했다. 1951년이 되자 재차 13년치의 매장량밖에 없다고 했다. 석유고갈론은 잊을만하면 나타났다. 21세기인 지금 확인매장량만 조 단위의 배럴로 늘었다. 석유가 사라지고 있다면 가격이 오르는 것이 정상이지만, 지금 유가는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석유의 운명은 가격면에서 비관적이다. 최근엔 셰일가스가 발견돼 석유의 인기가 뚝 떨어져 있다. 셰일가스는 새로운 채굴기술이 낳은 에너지다. 가격은 석유의 10분의 1 수준이다. 셰일가스가 쏟아진다면 비싼 석유를 써야 할 이유가 있을까. 에너지는 가격과 효율 등 경제성이 필수다. 석탄이 역사의 뒤편으로 물러난 이유도 가격과 효율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석탄 좀 써주세요” 해도 거들떠보는 사람이 드물다. 환경 보호 압력도 석탄을 짓누르는 원인 중 하나다.

석유도 뒤로 밀어내는 에너지 혁신

셰일 가스도 안전할까. 그렇지 않다. 생각을 바꿔보면 정답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전기를 만드는 최고 효율의 에너지는 원자력이다. 우라늄 1㎏은 석탄 3000t, 석유 9000드럼을 태울 때 얻을 수 있는 열량을 낸다. 우라늄 1㎏의 크기는 물컵 크기밖에 안 된다. 환경 측면에서도 석탄과 석유를 태울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 배출량보다 비교도 안될 정도로 적다. 원자력발전은 핵분열을 이용해서 전기를 만들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화력발전을 완전히 대체할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원자력 발전이다. 정부가 원자력발전소를 더 짓겠다고 한 것은 환경면에서, 에너지비용 측면에서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인식은 오래전에 비해 별로 변하지 않았다.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하면 어떻게 하나’라는 걱정을 떨치지 못한다. 사람들은 화력발전소가 폭발할 걱정은 안 하면서 원자력발전소 폭발을 걱정한다. 천재지변이 아닐 경우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원전폭발 가능성은 오이 장아찌 항아리가 폭발할 가능성보다 적다(줄리안 사이먼의 근본자원2)는 말도 있다. 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사망자가 원자력에 비해 18배나 많다는 것이 미국 의학협회의 공식 보고다. 원자력에 반대하는 이유는 주로 정치적이거나 이데올로기적인 것이라는 사이먼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원자력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인가

에너지는 현 상태에서 정체할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인류의 아이디어와 혁신은 현상유지를 거부한다. 지금 석유로 가지 않는 자동차가 나온다. 수소자동차다. 자동차 전부가 수소를 쓴다면 석유가격은 더 떨어질 것이다. 원자력 에너지는 앞으로 환경, 효율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화력발전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 사라진다면 원자력 에너지는 지구를 더욱 깨끗하게 만드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할 것이다. 원자력발전 제어기술도 더욱 향상될 것이 뻔하다. 한국의 원자력발전소 제어기술은 세계 최고이다.

인류는 이렇게 여기까지 왔다. 지나온 과거를 돌이켜보면 좋은 일뿐인데 미래가 어둡기만 하다는 것은 옳은 예측일까. 지구로 쏟아져 들어오는 태양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거나, 핵융합 에너지를 쓰게 되는 날이 올까? 인류의 아이디어와 혁신을 감안하면 그런 날이 올 가능성이 높다.

원자력발전에 대한 두려움은 제어와 관리라는 과학영역에서는 기우에 불과하다. 미국 중국 등 세계 주요 국가들이 원자력발전소 건설경쟁에 들어간 것도 이런 과학에 근거를 둔다. 과학적 통계와 데이터를 기준으로 보면 원자력 발전소만큼 안전한 발전시설도 없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