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은 에너지다 2부 - (2) 전기는 어떻게 생산될까
원자력 발전(發電)은 핵분열 반응을 통해 생겨난 열에너지로 증기를 만들면서 시작된다. 이 증기는 발전기를 돌리는 동력이 된다. 발전기가 돌면 전기에너지가 생성된다. 과정을 좀더 상세하게 들여다 보자.
핵분열→열에너지→증기→터빈회전→전기발생…붕산수와 제어봉으로 핵분열 자유자재 조절가능
핵연료가 반응해 핵분열을 하면 열에너지가 1차로 냉각재에 전달된다. 물은 섭씨 100도에서 끓어 증기로 변한다. 하지만 냉각재는 끓지 않는다. 가압기로 압력이 대기압의 약 150배로 유지되기 때문에 냉각재는 330도 정도의 온도에서도 끓지 않고 물의 형태로 유지된다. 고온 고압상태인 냉각재는 자기가 가진 열을 증기발생기에 전달해주는 임무를 맡는다. 증기발생기를 통과한 냉각재는 다시 핵연료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 다시 열을 얻는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열은 끊임없이 생성되고 증기를 만들어낸다. 이 과정을 계속 돌리는 것이 바로 원자로냉각재펌프라는 것이다.

증기발생기에서 열에너지를 건네받은 물은 끓어올라 증기를 만든다. 증기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발전기에 연결된 회전날개, 일명 터빈을 돌린다. 터빈이 돌면 전기가 생선된다.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원자로냉각재펌프 가압기 등으로 구성된 주요 기기들은 330도의 고온과 대기압의 150배를 견뎌야 한다. 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설계기술과 제작기술이다. 우리나라는 이런 기술을 확보해 원자력에너지 국산화에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다.

원자력발전소 연료인 핵연료는 우라늄으로 만들어진다. 광산에서 캔 우라늄 1t을 정재하면 순수 우라늄 1kg정도를 얻는다. 이 1kg을 우라늄 정광이라고 부른다. 노란색이나 연한 갈색을 하고 있어 옐로우 케이크라고도 부른다. 99.3%의 우라늄 238과 0.7%의 우라늄 235로 구성돼 있다. 중수로형 발전소는 핵분열이 가능한 우라늄 235를 쓰지만 경수로형 발전소에는 우라늄 235의 비율을 2~5%로 높이는 농축과정이 필요하다. 농축을 반복하면 핵무기로 사용할 수 있는 90% 농도의 우라늄 235를 만들 수 있다.

핵연료가 원자로에 들어가면 얼마동안 에너지를 만들어낼까. 천연우라늄이 원료인 중수로 발전소는 매일 교체할 수 있다. 하지만 농축된 핵연료를 쓰는 경수로형 발전소는 한번 장전으로 3~5년간 연소된다. 핵연료를 교체할 때 가운데 있는 3분의 1을 빼내고 바깥쪽에 있는 것들을 가운데로 옮긴다. 나머지를 새로 채운다. 핵연료를 재장전할 때 중성자를 흡수해 핵분열 반응을 억제하는 붕산수를 원자로에 채워야 한다. 이 기술 역시 국산화에 성공한 상태다.

물을 뿌리면 불이 꺼지는 것처럼, 원자로 안에 붕소로 만든 제어봉을 넣으면 중성자가 급격히 줄어 핵분열을 멈춘다. 원자로를 가동할 때는 제어봉을 빼 핵분열을 시키면 된다. 긴급 상황이나 정비가 필요할 때는 제어봉을 핵연료 사이에 넣어 원자로를 정지시킨다. 정상적으로 운전될 때는 냉각수의 붕소 농도를 조절하면서 제어할 수 있다. 고장이나 재해를 제어할 수 있다고 말할 때 바로 이 기술을 의미한다. 고농도 붕산수를 주입하고 제어봉을 핵연료에 넣으면 안전하게 관리된다. 만일 전원이 끊겨 이런 작업이 안될 때를 대비해 제어봉이 핵연료로 떨어지게 설계돼 있어 자동정지된다. 제어기술의 승리다.

이 모든 과정을 제어하는 두뇌가 있다. 두뇌와 신경망을 통해 모든 신체를 제어하는 것처럼, 원전계측제어계통도 그런 역할을 한다. 발전소를 제어하기 위한 두뇌와 신경망을 가지고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원자력발전소에는 보호, 제어, 감시 시스템을 중심으로 압력 수위 방사능 유량 온도 등 발전소의 전반적인 상황을 감지하는 신경망이 퍼져 있다. 일종의 센서인 이 신경망들은 문제가 발생할 경우 감지해 원전계측제어계통에 보낸다. 24시간 관리된다. 문제가 발생하면 즉각적인 조치가 가능한 이유다.

바로 원전계측제어계통이 핵심역량이다. 미국 프랑스 캐나다 등 원전 선진국들만 보유하고 있던 기술이다. 우리나라는 2001년부터 이 기술을 국산화 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2008년 두산중공업이 완성해 신한을 1호기와 2호기에 적용됐다. 외국 회사의 기술에 의존하지 않는 독자적인 기술을 확보한 셈이다. 이젠 한국의 원전 기술을 수입하려는 나라들이 많아졌고, 경쟁력에서 다른 선진국을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