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와 모바일 지갑

스마트폰 하나로 금융거래와 각종 쿠폰 혜택까지 한꺼번에 받을 수 있는 ‘모바일 지갑’ 서비스가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모바일 지갑’은 사용자의 위치를 기반으로 다양한 O2O(온·오프라인 연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예컨대 서울 강남역 주변에 있는 20대 사용자들에게 인근 커피숍 할인 쿠폰 등을 전송하는 방식이다.

- 9월3일 한국경제신문

불붙은 ‘모바일 지갑’ 쟁탈전…세상을 바꾸는 ‘핀테크’ 혁명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불붙은 '모바일 지갑' 쟁탈전…세상을 바꾸는 '핀테크' 혁명 등
☞ 최근 금융산업과 금융시장의 최대 화두 중 하나가 바로 ‘모바일 지갑’이다. 스마트폰으로 결제와 송금, 신용카드 할인등 금융거래는 물론 멤버십 적립, 각종 쿠폰 혜택 등을 한꺼번에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모바일 지갑은 특히 온라인과 오프라인 업체들이 서로 넘나드는 O2O(Online to Offline, 온·오프라인 연결)라는 새로운 시장도 열고 있다.

모바일 지갑은 핀테크의 대표적인 상품으로 볼 수 있다. 핀테크(Fintech)는 파이낸셜(financial)과 기술(technique)의 합성어다. 스마트폰(모바일)을 활용한 모바일 결제와 송금, 개인자산관리, 크라우드 펀딩 등 금융서비스와 관련된 기술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 모바일 지갑은 이동통신회사 등을 중심으로 서비스되고 있다. SK플래닛은 지난해 ‘시럽월렛’을 선보였으며,KT는 최근 ‘클립(CLiP)’이란 서비스를 내놨다. 지난해 설립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얍컴퍼니는 O2O 상거래 플랫폼 ‘얍(YAP)’을 공식 출시하며 경쟁에 가세했다.

SK플래닛의 ‘시럽월렛’은 전국 5만8000여개 가맹점에서 쓸 수 있다. 가입자는 1450여만명으로 국내 모바일 지갑 중에 가장 많다. ‘시럽월렛’에 가입하면 400여개 제휴사의 멤버십 포인트를 적립하거나 사용할 수 있다. 문자 쿠폰, 기프티콘 등 사용자가 가진 다양한 쿠폰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시럽월렛’과 제휴한 특정 가맹점에 소비자가 들어서는 순간 쿠폰, 할인 혜택 등을 스마트폰 화면에 자동으로 알려주기도 한다.

SK플래닛은 최근 삼성카드와 제휴를 맺고 앱카드 서비스도 시작했다. 카드 정보를 등록해두면 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 신용카드 번호나 유효기간 등을 추가로 입력할 필요 없이 미리 등록해둔 비밀번호만으로 결제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SK플래닛은 ‘시럽오더’라는 모바일 선주문 서비스도 내놓고 새로운 O2O 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시럽오더’는 소비자가 매장에 방문하기 전에 앱을 통해 원하는 메뉴를 주문한 뒤 매장에 도착하면 곧바로 받아가는 서비스다. KT와 비씨카드는 지난 8월 국내 신용·체크카드 2500여종의 할인 정보를 제공하는 모바일 지갑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클립’을 출시했다. ‘클립’은 파리바게뜨 던킨도너츠 배스킨라빈스 등 대형 가맹점뿐만 아니라 중소 상점 등 전국 11만여곳에서 쓸 수 있다. 신용카드, 멤버십뿐만 아니라 각종 쿠폰 등도 묶어 소비자에게 최대 할인 혜택을 자동으로 알려준다.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불붙은 '모바일 지갑' 쟁탈전…세상을 바꾸는 '핀테크' 혁명 등
소비자는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신용카드 등을 ‘클립’에 미리 등록해두면 해당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가맹점에 설치된 와이파이를 통해 앱이 알아서 할인 정보를 알려주는 게 특징이다. 미리 설정해둔 반경(500m~3㎞) 내에 있는 가맹점 가운데 할인 혜택이 가장 큰 곳을 살펴볼 수도 있다. KT는 비씨카드와 함께 클립에 간편결제 기능도 담을 계획이다. 스마트폰 앱 하나로 최대 할인 혜택을 살펴보고 결제까지 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얍컴퍼니 등 신생 기업들도 O2O 상거래 =플랫폼을 내세워 관련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얍컴퍼니는 최근 콘텐츠를 강화한 O2O 플랫폼 ‘얍(YAP)’ 정식 버전을 선보였다. ‘얍’은 소비자가 현재 위치나 자신이 설정한 특정 장소를 중심으로 맛집 등 다양한 가게를 검색하거나 쿠폰, 멤버십 등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만든 앱이다. 국내 가입자는 300만명 이상으로 카페, 편의점 등 10만곳이 넘는 매장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핀테크가 활성화되면서 통신업체들이 금융회사들의 경쟁 대상으로 부상하고 있는 추세다. 기술의 발달이 새로운 시장, 새로운 경쟁자를 탄생시키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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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로켓 배송’과 창조적 파괴

소셜커머스 기업 쿠팡이 경북 김천에 이어 광주광역시와 투자 협약을 맺고 물류센터를 건립한다. 쿠팡은 4일 광주시청에서 진곡산단부지에 5만3531㎡ 규모의 물류센터를 건립하기 위해 600억원을 투자하는 협약을 체결한다고 3일 밝혔다. 앞서 쿠팡은 지난달 김천시와 1000억원 규모의 물류센터 건립을 위한 투자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쿠팡은 원활한 ‘로켓배송’ 서비스를 위해 전국 단위로 물류센터를 확장할 계획이다.

- 9월 3일 연합뉴스

위법 논란에 휩싸인 ‘쿠팡 로켓 배송’…‘창조적 파괴’의 두 얼굴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불붙은 '모바일 지갑' 쟁탈전…세상을 바꾸는 '핀테크' 혁명 등
☞ 소셜커머스 업체인 쿠팡이 택배 분야를 강화하고 있다. 고객들이 주문한 상품을 좀 더 빠르고 정확하게 배달해줌으로써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쿠팡이 김천에 이어 광주에 대규모 물류센터를 건립키로 한 것은 이런 뜻이 담겨 있다.

소셜커머스(Social commerce)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Social Network Service)를 통해 이뤄지는 전자상거래를 가리키는 말이다. 현재 쿠팡, 티켓몬스터(티몬), 위메프, 쿠차 등 많은 업체들이 소셜커머스 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시작한 쿠팡의 택배 서비스인 ‘쿠팡 로켓배송’은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택배업체 대신 쿠팡이 평일과 공휴일에 관계없이 자체 인력과 차량을 이용, 주문 후 24시간 안에 주문 상품을 빠르고 정확하게 배달해주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쿠팡은 매출액 기준 온라인쇼핑 1위 업체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쿠팡이 직접 상품을 배송하자 많은 택배업체들의 일감이 전보다 줄어들게 생긴 것이다. 그래서 택배업체들은 “쿠팡이 택배업 허가도 받지 않고 배송을 하는 건 위법”이라고 법에 호소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법제처가 쿠팡의 로켓배송 관련 심의를 벌이고 있다. 법제처는 △정부 부처의 입법 활동을 총괄·조정하고 △국무회의에 상정될 법률안·조약안, 대통령령안, 총리령안, 부령안 등을 심사하며 △법령의 의미를 명확하게 하는 법령해석 등의 일을 하는 정부 부처다.

핵심 쟁점은 로켓 배송이 대가를 받는 유상운송 행위인가 아니면 무상으로 제공하는 고객서비스인가 라는 점이다. 택배업체들은 “쿠팡이 화물자동차 운송사업 허가도 받지 않고 화물을 유상으로 운송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물류업체들의 모임인 통합물류협회측은 “배송 비용이 물품 가격에 전가되는 만큼 로켓 배송은 유상운송으로 볼 수 있다”며 “자가용 등 자가 차량을 이용한 로켓 배송은 유상운송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쿠팡측은 “상품을 직매입해 자사 상품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화물자동차 운송사업 허가를 취득하지 않아도 자가용 화물자동차로 운송이 가능하다”며 “로켓 배송은 배송비도 받지 않는 무상운송이므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이같은 논란 뒷면에는 혁신이 가져오는 창조적 파괴라는 문제가 포함돼 있다. 쿠팡의 ‘로켓 배송’은 소비자 입장에서 볼 때 편리하고 혁신적인 서비스다. 소셜커머스 업체가 배송도 직접 책임짐으로써 쿠팡에 대한 고객들의 신뢰와 충성도를 높였다.

그런데 ‘로켓 배송’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쪽이 있다. 전문 택배업체와 개인 화물사업자들이 그들이다. 우리나라 물류 산업은 현재 개인 화물사업자들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들은 1600만원을 내고 택배 영업을 할 수 있는 ‘노란색 차량 번호판’을 받는다.

그리고 택배사들로부터 물량을 배정받아 운송하고 운임을 받게 된다. ‘쿠팡 로켓 배송’처럼 소셜커머스나 대형 유통업체가 자체 배송을 확충할 경우 생계가 곤란해질 가능성이 크다. 혁신이 또다른 쪽엔 파괴가 되는 셈이다. 법제처가 창조에 중점을 두는 법 해석을 내릴지, 파괴의 방지에 더 초점을 맞출지 결과가 주목된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m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