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시 폭락

중국 증시가 폭락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8일 5.9% 내린 3507.19로 마감했다. 지난달 12일 연중 최고치인 5166.35까지 오른 뒤 하락세로 돌아서 3주동안 32.1% 내렸다. 이 기간 상하이 증시와 선전 증시에서 증발한 시가총액은 3조2500억달러(약 3700조원)에 이른다. 그리스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2370억달러의 10배가 넘는다. 이 때문에 그리스 위기보다 중국 증시 붕괴가 세계경제에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 7월9일 한국경제신문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3주새 3700조원 날아간 중국 증시…커지는 '차이나 리스크' 등
3주새 3700조원 날아간 중국 증시…커지는 ‘차이나 리스크’

☞ 중국의 자본시장이 심상치 않다. 상하이 증시와 선전 증시가 급락세다. 겁에 질린 투자자들이 무더기로 주식을 파는 투매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상하이 증시의 상하이종합지수는 3주새 30%가 넘게 급락했다. 상하이 증시와 선전 증시에서 이 기간동안 증발된 시가총액(주가에 발행주식수를 곱한 것)은 무려 3조2500억달러(약 3700조원)로 프랑스 증시에 상장된 기업들의 전체 시가총액과 맞먹는다. 급기야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이 “중국 증시가 폭락했지만 전세계에 미치는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언급하고 나섰을 정도다.

올들어 승승장구하던 중국 증시가 최근 하루 3% 이상 급락하는 날이 속출하면서 왜 이처럼 고꾸라진 것일까?

우선 단기간에 과도하게 상승한 데 따른 후유증을 꼽을 수 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홍콩 증시를 통해 상하이 증시에 투자할 수 있는 제도인 후강퉁(홍콩 증시와 상하이 증시간 교차거래) 시행 전인 작년 11월 14일 2478.82에서 지난달 5일 5000선을 돌파해 7개월간 100% 이상 급등했다. 증시가 오르자 투자자들은 앞다퉈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거래를 일삼았다. 상하이와 선전 증권거래소의 신용융자 거래 잔액은 지난 5월 21일 현재 2조300억위안(약 357조원)으로 2010년 신용융자 거래가 허용된 이후 처음으로 2조위안을 넘어섰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초 중국 당국이 신용거래 규제를 강화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촉발됐다. 여기에 중국 당국이 지난달 10일 궈타이쥔안 증권 등 24개사의 상장을 승인하는 등 주식 공급을 늘리기로 하면서 투기적 매도세가 확산됐다. 기업들이 IPO(기업공개)를 하면 증시에서 거래되는 주식수가 늘어나고, 이는 증시의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보다 근본적 요인은 중국 경제가 별로 좋지 않다는 점이다. 주가는 실물경제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경기가 얼마나 좋은지 나쁜지를 알려준다. 특히 현재의 경기보다는 미래의 경기를 반영한다. 앞으로 기업들의 수익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으면 오르고, 반대로 수익이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 많으면 약세를 보인다.

중국 경제는 그동안 빠른 성장세를 이어왔다. 이런 고도 성장은 중국이 미국과 힘을 겨룰 수 있는 국가로 부상하는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최근 성장률이 급격히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중국 정부가 목표로 하고 있는 성장률은 7.0%다. 중국 정부는 이 성장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금리와 지급준비율을 낮추는 등 여러차례 부양책을 써왔다. 그러나 그 효과는 별로 크지 않다. 중국은행 국제금융연구소 천웨이둥 상무부 소장은 “소비, 투자, 수출, 공업생산 등 주요 경제지표가 둔화되고 있다”며 “2분기 성장률은 6.8% 안팎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증시 급락은 세계 증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중국 증시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의 경우 손실이 커져 울상이다. 중국은 아직 자본시장 투자가 개방돼 있지 않다. 자격을 갖춘 기관투자가들에만 한도를 정해 일정 규모안에서 투자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그래서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중국에 투자하려면 중국 본토에 투자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펀드에 가입해야 한다. 국내 85개 중국 본토 펀드는 최근 1개월새 마이너스 2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중국 증시 급락 여파로 홍콩 증시도 약세를 보여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에 투자하는 H주 펀드도 최근 한달간 마이너스 11.7%, 3개월간 마이너스 1.9%의 수익률을 보였다. 후강퉁을 통해 중국 본토 주식을 직접 산 투자자들도 손해를 보고 있다.

지난 2007년에도 중국 증시가 반토막이 되면서 국내 투자자들이 큰 손해를 입은 적이 있다. ‘차이나 리스크’가 무역뿐만 아니라 자본시장에서도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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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보고서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 추진이 암초를 만났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회사 ISS가 합병에 반대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ISS는 3일 자문 보고서를 통해 “합병 절차가 법을 준수하고 있지만 삼성물산의 주식 가치가 저평가돼 있어 주주에게 현저히 불리하다”며 “합병 이후 시너지 효과에 대한 전망도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밝혔다.

- 7월4일 연합뉴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계획에 반대한 ISS
“단기 투기목적 헤지펀드에 힘실어줘” 비판 거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미국 금융사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의 자회사였다가 현재는 사모펀드가 주인인 회사다. 이 회사는 세계 주요 기업의 주주총회(주총) 안건을 분석해 전세계 1700여개 대형 기관투자가에게 찬·반 형식으로 의견을 제시한다. 이렇게 제공하는 보고서가 ISS 보고서다. 물론 유료 서비스다.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3주새 3700조원 날아간 중국 증시…커지는 '차이나 리스크' 등
세계 여러 나라의 기업들에 거액을 투자하는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이 ISS의 보고서를 많이 활용한다. 투자은행 증권사 자산운용사 연·기금 국부펀드 등은 투자한 기업의 주총 등에서 임원선임 등 경영의사를 표시할 때 ISS 보고서를 참고해 찬반 여부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주요 기관들에게 ISS 보고서는 일종의 ‘의사결정 지침서’인 셈이다.

이 ISS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다. 삼성물산의 주식 가치가 저평가돼 있어 삼성물산 주주에게 현저하게 불리하며 삼성측이 밝히고 있는 합병 이후 시너지 효과에 대한 전망도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이유에서다. ISS는 보고서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은 0.95 대 1은 돼야 한다”며 “0.35 대 1인 현재 합병비율은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불리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은 “ISS의 보고서가 경영환경이나 합병의 당위성과 기대효과, 그리고 해외 헤지펀드의 근본적인 의도 등 중요한 사안에 대해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점에 대해 아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국립대 신장섭 교수(경제학과)도 “ISS는 2014년부터 베스타 캐피털이라는 사모펀드가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며 “투자 철학이 회사의 가치를 사업을 통해 높이는 게 아니라 갖고있는 자산을 이리 찢고 저리 찢고 나눠서 주가를 올리는 행동주의 펀드와 비슷하다”고 전했다.

삼성물산 주식을 갖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가운데 어느 정도가 ISS의 권고를 따를지는 불투명하지만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삼성측으로선 상당한 암초를 만났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합병 여부를 결정할 오는 17일 임시 주주총회(주총)에서의 표 대결이 주목되고 있다. 합병 결의는 주총 특별결의 사항으로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이런가운데 삼성물산 주식을 사들여 합병 반대를 외치고 있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에 이어 과거 삼성물산과 경영권 분쟁을 일으켰던 영국계 헤지펀드 에르메스가 최근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정밀화학 지분을 5.02% 사들였다. 한 대기업 임원은 “최근 글로벌 헤지펀드들의 국내 기업 지분 매입이 잇따르면서 외국계 자본의 공격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며 “국내 기업들에도 유럽이나 미국에서 허용된 포이즌필이나 차등의결주 같은 경영권 방어 수단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