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놀자
-
과학과 놀자
과도한 면역작용은 '땅콩 알레르기' 같은 부작용도 초래
TV를 비롯한 다양한 매체에서 ‘건강을 위해서 면역력을 키워야 한다’라는 말을 많이 들을 수 있다. 심지어 쇼핑 채널에서는 ‘면역력 향상에 좋은 음식’이라는 명목으로 수많은 상품이 범람하고 있다. 도대체 면역이 무엇이며, 면역력이 높아지면 좋아질까 하는 의문이 들 것이다. 면역은 ‘특정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성 미생물이 발달하는 것을 막거나 병원체가 만들어내는 물질의 효과를 방해하여 이 질병에 저항하는 능력을 갖춘 상태’로 정의된다.면역계는 자신의 몸에서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체와 외부 물질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방어체계이다. 즉, 병원체가 몸 내부로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고, 만약 들어왔다면 이를 제거하고 무력화하게 하는 것이 면역계의 역할이다. 면역계는 외부 물질이면 무조건 차단하고 배제하는 ‘선천면역’과 한 번 경험한 외부 물질을 인식해 이것만을 특이적으로 차단하고 배제하는 ‘적응면역’으로 구분된다. 선천면역과 적응면역선천면역은 외부와 접촉하는 피부 등의 장벽 조직과 대식세포에 의한 식세포작용 등에 의해 일어난다. 장벽 조직은 외부 물질이 몸 내부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는다. 예를 들어 사람의 피부는 죽은 세포인 각질로 둘러싸여 있어서 외부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침투할 수 없다. 만약 상처를 통해 병원체가 들어왔다고 하더라도 우리 몸 곳곳에 있는 대식세포가 이들을 잡아먹어 제거한다. 선천면역과 달리 적응면역은 특정 병원체나 물질을 표적으로 하며, 이들을 제거하고 무력화하기 위해 면역세포를 활성화한다. 활성화된 면역세포는 이 병원체에 딱 맞는 항체를 만들거나 병원체에 감염된 세포를 제
-
과학과 놀자
'0과 1의 불확정성' 토대로 양자역학은 새 정보기술 제공할 것
조지 소로스의 회사 이름이 퀀텀펀드이고, 혁신적인 발전을 '퀀텀 리프' 또는 '양자 도약'이라고 해 비즈니스에 '퀀텀' 또는 '양자'라는 용어가 쓰인 지는 꽤 됐다. 얼마 전에는 "검찰개혁은 양자역학이라도 동원해야 이해가 되느냐"는 말까지 나왔다. 이해하기 어려운 것의 대명사로 양자역학 또는 양자물리학이 등장한 셈이다. 필자는 1990년대에 근무하던 연구소에서 양자컴퓨터와 양자암호통신 연구를 시작하자고 제안했지만, "양자가 무엇이냐"고 질문하는 사장님을 설득할 수 없었다.우리나라는 물론 한자 종주국인 중국조차 일본 학자들이 만든 한자 번역어를 많이 쓰는데, 동음이의어로 인한 혼란이 자주 뒤따른다. 한글로 ‘양자’라고 쓰면 언뜻 양자회담의 양자(兩者)나 입양한 양자(養子)가 우선 떠오른다. 일본 서적을 많이 읽는 사람들이 우리 한자음 ‘양자’로 기억하는 일본 물리학 용어에도 양자(陽子)가 있다. 이는 수소원자의 핵인 프로톤(proton)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양성자(陽性子), 중국에서는 질자(質子)라고 한다. 양자역학의 양자는 퀀텀(quantum)의 번역어인 ‘量子’다. 한·중·일 모두 같은 한자 표기를 쓴다. 자연의 원리 설명하는 궁극의 이론양자역학은 1900년 독일의 막스 플랑크에 의해 시작됐다. 플랑크가 대학에서 물리학을 공부하고 싶다고 하자 그의 지도교수는 이제 물리학은 거의 완성된 학문이라 앞으로 별로 할 것이 없다고 했다. 그렇지만 온도가 올라갈수록 금속이 처음에는 붉게 빛나다가, 노랗게 그리고 하얗게 변하는 흑체복사 현상을 이전의 고전물리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었다. 플랑크는 빛이 가진
-
과학과 놀자
지구는 45억 년 넘게 변화에 적응, 인류의 생존이 위협받을 뿐
인간의 가까운 미래를 위협하는 내외부적인 요인들에는 전염병, 핵전쟁, 자원 고갈, 환경 재앙, 소행성(운석) 충돌 등이 있다. 2020년은 이 중에서도 단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강력한 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전 지구가 홍역을 치르고 있는 중이다. 이 사태가 앞으로 어떻게 마무리될지는 미지수다. 중생대 말 백악기에 운석 충돌이라는 생각지도 못한 변수로 지구상에서 공룡이 멸종했듯 인간이라는 종(species)도 언제 어떤 위기를 맞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급속한 빙하량 감소코로나라는 강력한 바이러스에 밀려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지고 있는 또 하나의 중대한 위협이 있다. 바로 기후변화다. 기후 변화는 코로나처럼 2020년에 갑작스럽게 불거진 위협은 아니며 20세기 후반부터 꾸준히 제기돼 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최근 이런 기후 변화가 극지방을 중심으로 점점 가속화되고 있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그림1>은 2019년 그린란드 육지 빙하 감소량을 나타낸 것인데, 2019년 한 해에만 약 6000억t의 빙하가 사라졌으며 이것은 지난 30년 평균의 두 배에 가까운 양이라고 한다. 이런 변화가 이례적이며 일시적이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는 것이 기후 시스템에서 ‘양의 되먹임(positive feedback) 효과’ 때문이다. 예컨대 육지 빙하량의 감소(-)는 <그림2>와 같이 지표면 알베도(반사도)를 감소(-)시키고, 이로 인한 태양 복사 에너지의 유입 증가(+)로 인해 기온이 상승(+)하는데, 이는 다시 빙하량 감소(-)로 되먹임되면서 지구 평균 기온을 계속 상승시킨다. 영구동토층 면적도 줄어기후 변화의 또 하나 우려스러운 징후로 북극권 영구동토층(permaf
-
과학과 놀자
사물의 '크기'는 표준화된 단위로 나타낼 수 있다는데…크고 작은 속성을 나타내는 '스케일'로 표현할 수도
‘크기’와 ‘스케일(scale)’이라는 용어는 과학의 모든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는 매우 친숙한 것이다. 과학에서 중요한 핵심 개념들에 대해서는 꽤 긴 시간을 들여 학습하는데, 그 친숙함에 비해 이 용어들이 물질세계에서 갖는 의미를 생각해 볼 기회는 많지 않은 것 같다. 미국 NSTA(National Science Teachers Association)에서는 나노 과학과 공학에서 핵심 개념 9개를 선정하고 소개하는 책을 출간했는데, 첫 번째 핵심 개념을 ‘크기’와 ‘스케일’로 정의하고 있다. 크기는 표준화된 단위로 표현크기는 ‘사물의 양 또는 큰 정도’로 정의된다. 모든 사물은 1, 2, 3차원으로 정의될 수 있는 크기를 갖는다. 일반적으로 사물의 크기를 나타내는 길이, 면적, 부피는 표준화된 단위로 정의된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길이는 미터로, 면적은 평으로, 부피는 리터로 나타내 그 사물의 크기를 절대적인 값으로 표현한다. 예를 들어 어느 35인승 버스의 길이가 11미터(m)라면, 이는 단위 길이에 해당하는 1미터 크기의 11배가 되는 길이라는 뜻이다. 아파트 면적을 얘기할 때 ‘평(坪)’이라는 단위를 주로 사용하는데, 사람이 한 다리를 축으로 해 다른 다리로 넓게 원을 그리면 그 면적이 대략 1평이 된다. 그래서 25평 아파트라고 하면 그만한 원 면적의 25배가 됨을 나타낸다. 옛 속담에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고 하는데, 이때 ‘리(里)’는 마을 하나의 크기로 대략 4㎞쯤 되는 거리가 기준이 돼 ‘천리’는 마을 천 개를 지나갈 만큼 먼 거리를 나타낸다.즉, 사물의 크기를 나타내는 방법의 기본 속성은 크기 기준이 되는 사물을 정하고, 이 기준과 비교해 사물의 크기를
-
과학과 놀자
부모에게 받은 유전자, 다음 세대에 다시 분리돼
모든 생물은 자신과 닮은 자손을 낳는다. 동식물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과 같은 미생물도 그렇다. 지금처럼 생물의 특징을 결정하는 것이 DNA 속에 담긴 정보라는 것이 알려지지 않은 과거에도 부모의 특징이 자손으로 전달되는 유전이라는 현상은 사람들에게 매우 익숙했다. 우리의 선조들은 유전 현상을 이용해 우수한 특징을 가진 가축과 재배 품종을 개발해왔다. 이 밑바탕에 깔린 생각은 좋은 특징을 가진 개체들을 교배시키면 좋은 특징을 가진 자손이 나오리라는 것이다.예를 들어, 덩치 큰 육우끼리 교배를 시키면 상품성이 좋은 덩치 큰 자손이 나오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런 교배가 항상 성공적이지는 않다. 양친의 좋은 특징을 모두 가진 자손이 태어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때도 있다. 혼합유전 가설과 입자유전 가설이런 교배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크게 두 가지 가설이 제시됐다. 첫 번째는 혼합유전 가설이다. 이 가설에 의하면 난자와 정자가 결합하면, 마치 물감의 색이 혼합되는 것처럼 유전적 특성이 혼합된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흰색과 붉은색 꽃을 가진 분꽃을 교배시키면 자손으로 분홍색 꽃을 가진 자손이 나온다. 이처럼 자손이 양친의 중간적인 특징을 띤 경우를 목격한 사람이라면 이 가설이 맞는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입자유전 가설이다. 이 가설은 생물의 특징을 결정하는 입자인 유전인자가 있고, 정자와 난자가 수정해 자손을 만들어도 자손의 몸속에서 양친으로부터 받은 유전인자가 온전히 남아 있다고 봤다. 멘델이 유전의 법칙을 발견하기 전까지 사람들은 혼합유전 가설을 더 많이 지지하고 있었다. 멘델의 교배 실험멘델은
-
과학과 놀자
'흑체복사'로 우주의 온도를 잴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건물 출입구에서 체온을 확인하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대부분의 큰 건물에서는 접촉하지 않고 적외선 카메라로 우리 몸에서 나오는 빛을 분석하여 체온을 잰다. 가시광선 카메라와 적외선 카메라를 결합하여 실시간으로 우리 모습과 체온을 동시에 보여주기도 한다. <사진1>은 대기로 재진입하는 우주 왕복선을 가시광선 및 적외선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이다. 과연 빛과 온도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흑체복사와 온도적외선 카메라를 이용한 체온 측정뿐 아니라 태양과 같은 별의 온도 측정에도 ‘흑체(black body)복사’의 원리가 이용된다. 검은 물체인 흑체가 어떻게 빛을 방출할 수 있을까. 화학 반응이나 핵반응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도 물체를 구성하는 입자들의 진동에 의해 빛이 방출될 수 있다. 또한 방출된 빛이 입자를 만나면 빛에너지가 모두 흡수되어 입자를 진동시킬 수 있다. 이와 같이 모든 빛을 흡수함과 동시에 빛을 방출할 수 있는 물체를 흑체라 한다. 온도는 입자의 진동을 나타내는 변수이므로, 흑체복사 원리를 이용하여 온도를 측정할 수 있다. 온도 변화가 매우 천천히 일어나는 경우 물체에서 열 때문에 방출되는 빛은 흑체복사로 근사(近似: 아주 비슷함)될 수 있다.물체 표면은 원자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원자를 확대하면 무거운 원자핵 주위를 가벼운 전자들이 감싸고 있다. 물체 표면이 전자로 덮여있는 것이다. 물체 표면에 있는 전자들은 온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더 빠르게 진동한다. 전자들이 진동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진공은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 아니라 무한한 가능성의 공간으로 전자기적 성질을 지니고 있다
-
과학과 놀자
청동기 널리 쓰이던 시대 미다스 왕의 황금 신화는 어떻게 나왔을까
최근 연일 금값이 오르자 아이들 돌반지를 파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한다. 금값은 얼마 전 금거래소 개장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세계 경제가 얼어붙으면서 안전 자산을 찾는 수요가 늘어난 여파다. 그깟 누리끼리한 쇠붙이가 뭐라고 다들 난리인가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이 이 노란색 쇠붙이에 묘하게 매력을 느껴 왔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이런 금의 매력을 잘 드러내는 이야기 중 하나가 그리스 신화 속 미다스의 이야기다.“음주가무의 신 세일레노스가 술에 취해 프리기아의 왕인 미다스의 장미 정원에 쓰러진다. 이를 발견한 미다스는 그를 데려다가 열흘간 극진히 모시는데, 이에 감복한 세일레노스의 양아들 디오니소스는 미다스에게 소원을 하나 들어주겠다고 한다. 이에 미다스가 자신이 손을 대는 무엇이든 금으로 변하는 능력을 달라고 하고, 그의 소원은 이뤄진다. 미다스는 매우 기뻐했으나 곧 그의 능력이 축복이 아니라 저주임을 깨닫는다. 음식조차도 손만 대면 금으로 변하는 통에 아무것도 먹을 수 없게 된 미다스에게 그의 딸이 다가와 무슨 일이냐고 묻는데, 그런 딸에게 손을 대는 순간 그녀 역시 금덩어리로 바뀌고 만다. 결국 미다스는 디오니소스를 찾아가 자신의 능력을 없애달라고 하고, 디오니소스는 미다스에게 파크톨루스 강물에 손을 씻으면 그의 능력이 씻겨 없어질 것이라고 한다. 미다스가 디오니소스의 말대로 하자 파크톨루스 강바닥의 모래가 모두 금으로 바뀌면서 정말로 그의 능력은 사라졌다.” 과한 욕심에 경종 울리는 허구?손만 대면 모든 게 금으로 바뀐다는 미다스의 이야
-
과학과 놀자
야광물질의 빛 방출은 1~2분, 철 녹스는데 수년 걸려…녹는점·끓는점·밀도처럼 '시간'도 물질의 특성을 나타낼 수 있을까
과학이 지금까지 발전해올 수 있었던 것은 물질의 특성을 수치로 나타내는 객관적인 표현을 사용해 왔기 때문에 가능했다. 만약 물질의 특성을 빨갛다, 파랗다, 차다, 뜨겁다 등의 주관적인 표현으로만 나타내었다면, 과학의 진보가 이루어지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물질의 특성인 녹는점, 끓는점, 용해도, 밀도 등을 보면 ‘℃’, ‘g/물 100g’, ‘g/mL’ 등 여러 형태의 단위를 포함한 수치로 나타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면 시간과 관련이 있는 물질의 특성도 존재할까?녹는점, 용해도, 밀도, 전도도 등 물질의 특성은 어느 특정 물질이 변하지 않는 상태에서 가지고 있는 고유한 성질로서 물질의 특성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물질은 항상 그 물질로만 존재하지 않고 변한다. 또 어떤 물질이 다른 물질로 변하지는 않지만 에너지 상태가 높고 낮은 상태 사이에서 이동하기도 한다. 즉, 한 물질이 다른 물질로 변하거나 다른 상태로 변하는 일이 일어난다. 이때 그 변하는 속도가 물질마다 또 물질의 상태마다 고유하다.물질이 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 ‘반감기’어떤 물질이 일정 시간 동안에 양이 변하였다면, 변화 속도는 시간과 양의 비로 나타낼 수 있다. 그러면 변화 속도는 물질의 특성을 나타내는 수치가 될 수 있을까? 물질의 수가 많으면 속도가 커진다. 즉, 양에 따라 변하는 값이므로 이는 물질의 특성을 대표할 수가 없다.그러면 조금 더 살펴보자. 이 물질이 스스로 분해하여 다른 물질로 변한다면, 이 물질의 개수는 시간에 따라 줄어드니 변화 속도는 마이너스 값을 가지고, 이 물질의 개수가 많을수록 줄어드는 양도 많다. <그림 1&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