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건곤일척 (乾坤一擲)

    ▶ 한자풀이乾: 하늘 건坤: 땅 곤一: 한 일擲: 던질 척건곤(乾坤)은 ‘주역(周易)’에 나오는 건괘(乾卦)와 곤괘(坤卦)를 이르는 것으로 천하 천지를 뜻한다. 건곤일척은 곧 천하를 걸고 한번 던져 승패를 겨룬다는 말이다. 중국 당나라 제일의 문장가 한유(韓愈)는 옛날 초나라 항우와 한나라 유방이 천하를 양분하는 경계로 두고 싸움을 한 홍구를 지나다가 ‘과홍구(過鴻溝)’라는 시를 지었다. 시의 마지막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용은 지치고 호랑이도 피곤하여 강과 들을 나누어 가지니(龍疲虎困割川原)이로 인해 억만창생의 목숨이 살아남게 되었네(億萬蒼生性命存)누가 임금에게 권하여 말머리를 돌리게 했는가(誰勸君王回馬首)참으로 한번 겨룸에 천하를 걸었구나(眞成一擲賭乾坤).’천하를 차지하기 위한 두 사람의 싸움은 수년간 계속되었다. 그러나 승부가 나지 않았고 홍구 지역을 기준으로 서쪽은 유방이, 동쪽은 항우가 갖기로 하면서 싸움은 마무리되는 듯했다. 유방이 철군하려 하자 참모인 장량과 진평이 간곡히 요청했다. “한나라는 천하의 태반을 차지하고 제후들도 따르고 있습니다. 반면 초나라 항우의 군사는 몹시 지쳐있고 군량마저 바닥이 났습니다. 이것이야말로 하늘이 초나라를 멸망시키려는 뜻이오니 당장 쳐부숴야 합니다.” 유방은 말머리를 돌려 천하를 걸고 단판 승부를 벌였고, 항우는 대패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나라는 이렇게 중국 천하를 다시 통일했다.여기서 유래한 건곤일척(乾坤一擲)은 승패와 흥망을 걸고 마지막으로 결행하는 단판승부, 또는 운명을 걸고 어떤 일에 나서는 대범한 용기를 가리키기도 한다.‘레미제라블’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낙양지귀 (洛陽紙貴)

    ▶ 한자풀이洛: 서울이름 낙陽: 양기 양紙: 종이 지貴: 귀할 귀좌사(左思)는 춘추시대 진(晉)나라의 유명한 시인이었다. 제나라 수도 임치 출신으로, 가난하고 생김새도 추했지만 문장 하나는 탁월했다. 그는 집필 1년 만에 <제도부(齊都賦)>를 썼는데, 임치의 사물에 관한 글이었다. 자신의 작품에 흡족해한 그는 <삼도부(三都賦)>를 쓰기로 작정했다. ‘삼도’란 삼국시대 위나라 수도 업(), 촉(蜀)나라 수도 성도(成都), 그리고 오나라 수도 건업(建業)을 뜻한다.그가 작품 구상에 한창일 때 누이가 갑자기 궁중으로 불려 올라가게 됐고, 뛰어난 문사가 몰려 있는 중앙 무대의 분위기에 자극받았지만 집필은 지지부진했다. 자신의 공부가 부족한 탓이라고 생각한 좌사는 비서랑이 돼 궁중에 보관돼 있는 각종 문헌을 읽으며 학문적 시야를 넓혔다. 그런 노력 끝에 10년 만에 <삼도부>를 완성했지만, 처음에는 작품의 진가를 알아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정일품 벼슬인 사공(司空)이라는 직에 있는 장화가 좌사의 집에 찾아와 그의 작품을 한 번 보여달라고 했다.좌사는 선뜻 내키지 않는데도 <삼도부>를 장화한테 보여줬다. 중앙 문단에서 이름을 날리는 시인이기도 한 장화는 <삼도부>를 읽은 뒤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아니, 이런 훌륭한 작품을 가지고 무슨 당찮은 겸양이오. 내가 보기엔 반고(班固)나 장형(張衡)을 능가하고 있소이다.” 반고와 장형은 한나라 때 사람으로, 당대의 유명한 시인이었다. 장화의 극찬은 금방 화제가 됐고, 글을 읽는다는 사람들은 앞다퉈 <삼도부>를 베껴 읽었다. 그 바람에 ‘낙양의 종이가 갑자기 동이 나서 종이값이 폭등(洛陽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호사유피 (虎死留皮)

    ▶ 한자풀이虎: 범 호死: 죽을 사留: 머무를 유皮: 가죽 피누구도 어딘가를 완전히 떠나지 못한다. 떠나도 그곳에 흔적이 남는다. 그러니 떠나도 머무는 셈이다. 누구나 삶의 곳곳에 흔적을 남긴다. 그 흔적이 바로 ‘나’이고, 바로 ‘당신’이다.5대10국(五代十國) 시대는 중국 역사의 큰 혼란기다. 907년에 당나라가 멸망한 뒤 979년 조광윤이 중국을 통일해 송나라를 세우기까지 불과 70년 동안에 수많은 나라가 흥하고 망했다. 5대(五代)는 화북의 중심을 지배한 나라로 양(梁)·당(唐)·진(晉)·한(漢)·주(周)의 다섯 왕조를 말한다. 10국(十國)은 화남과 지방에서 흥망한 지방정권을 뜻한다.5대 왕조 중 하나인 양나라에 왕언장이라는 장수가 있었다. 성격이 우직하고 전쟁에선 누구보다 용감했다. 싸움에는 항상 쇠창을 들고 나가 별명이 ‘양철창(王鐵槍)’이었다. 산서에 있던 진나라가 국호를 후당(後唐)으로 바꾸고 양나라로 쳐들어왔다. 왕언장은 크게 패해 파면까지 당했다. 얼마 후 후당이 양나라를 재침공했고, 다시 군사를 맡은 왕언장은 포로가 되고 말았다.왕언장의 용맹을 높이 산 후당 왕이 귀순을 회유했다. “당신은 두 번이나 지고 이리 붙잡힌 신세까지 되었소. 돌아가도 좋은 대접은 없을 터이니 나와 같이 일해 보는 게 어떻소.” 왕언장은 단호했다. “아침에는 양나라를 섬기고 저녁에는 진나라를 섬기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오.” 분노한 왕은 그의 목을 치라고 했다. 형장으로 가는 그는 참으로 의연하고 태연했다. 그는 평소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虎死留皮),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人死留名)”는 말을 자주 했다. 실제로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포호빙하 (暴虎憑河)

    ▶ 한자풀이暴:사나울 포(폭)虎:범 호憑:업신여길 빙河:물 하안회는 학문이 깊고 덕행이 높아 공자가 가장 아끼던 제자였다. 노나라 애공이 공자에게 ‘제자 가운데 누가 배우기를 가장 좋아하느냐’고 묻자 공자는 안회를 꼽고 ‘그는 노여움을 남에게 옮기지 않고 잘못을 두 번 되풀이하지 않는다(不遷怒 不貳過)’고 했다.어느 날 공자가 안회에게 말했다. “왕후에게 등용되어 포부를 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이를 깊이 간직해 두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자는 아마 너와 나 두 사람 정도일 것이다.”무사 기질의 자로가 곁에서 이 말을 듣고 은근히 샘이 나 스승 공자에게 대뜸 물었다. “도를 행하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대군을 이끌고 전쟁에 임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누구와 함께하시겠습니까?” 학식과 덕은 몰라도 군사나 병법만은 인정받고 싶다는 속내였다. 한데 대답은 기대했던 ‘그건 너지’가 아니었다. 공자가 말했다. “맨손으로 범을 때려잡거나 배도 없이 강을 건너려는(暴虎憑河) 자와는 행동을 함께하지 않을 것이다.” <논어> 술이편에 나오는 얘기다.맨손으로 범을 때려잡고 배 없이 강을 건너는 포호빙하(暴虎憑河)는 용기는 있으나 현실을 무시한 무모한 행위를 일컫는다. 자공이 스승 공자에게 물었다. “선생님도 싫어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물론 있지. 나는 남의 잘못을 떠벌리는 자, 윗사람을 험담하는 자, 난폭함을 용기로 아는 자를 미워하네. 자네도 혹시 미워하는 사람이 있는가.” 이번에는 자공이 답했다. “저는 주워들은 것을 자기 것인 양 여기는 자, 무례함을 용기로 아는 자를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조령모개 (朝令暮改)

    ▶ 한자풀이朝: 아침 조令: 하여금 령(영)暮: 저물 모改: 고칠 개‘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굽는 것과 같다(治大國若烹小鮮).’ 도가의 정수를 담은 <도덕경>에 나오는 문구다. 작은 생선은 별로 먹을 게 없다. 더구나 굽는다고 이리저리 뒤집으면 뼈만 남는다. 백년대계(百年大計)라는 교육도 마찬가지다. 100년은 고사하고 10년도 안 돼 이리저리 뒤집으니 그 토대가 허약하다. 뭐가 자주 바뀐다는 건 질서가 여전히 어지럽다는 얘기다.전한(前漢) 문제(文帝) 때의 어사대부 조착은 재정에 밝았다. 백성을 아끼는 마음 또한 지극했다. 당시 흉노족이 수시로 변방을 침략해 곡식을 약탈해 갔다. 허리가 휘는 건 백성이었다. 약탈로 굶주리고, 부역으로 쉴 날이 없었다. 보다 못한 조착이 문제에게 상소문을 올렸다. 논귀속소(論貴粟疏), 곡식을 귀하게 여겨야 한다는 상소였다.“부역이 가혹해 다섯 식구 농가에서는 두 사람이 부역에 나갑니다. 홍수나 가뭄을 당한 자에게조차 세금을 징수하고 부역을 시킵니다. 더구나 세금과 부역의 시기가 일정하지 않습니다. 아침에 영을 내렸다가 저녁에 고치는(朝令暮改) 일이 많아 백성들은 더 힘이 듭니다….”<사기> 평준서에 나오는 그의 상소문은 백성을 아끼는 마음으로 그득하다. 그는 특히 조령모개(朝令暮改), 아침에 영을 내리고 저녁에 고치는 식으로 법령을 자주 바꿔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예나 지금이나 권력자는 자주 법령을 바꿔 위세를 과시하고 이권을 챙기려 한다. 그런 조착은 당연히 조정 대부들에게 눈엣가시였다. 결국 그는 관료들의 시기를 사 죽임을 당했다. 어찌보면 간신보다 충신이 더 많이 사약을 받은 게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전전긍긍 (戰戰兢兢)

    ▶ 한자풀이戰: 싸움 전戰: 싸움 전兢: 떨릴 긍兢: 떨릴 긍맨손으로 범을 잡을 수 없고 걸어서는 강을 건너지 못하네. 사람들은 그 하나는 알고 있지만 그외 것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네. 두려워하고 조심하기를(戰戰兢兢) 마치 깊은 못에 임한 듯하고 살얼음 위를 걷는 듯하네.공자가 편찬한 <시경> 소아편 ‘소민(小旻)’의 마지막 구절이다. 임금이 간신에 둘러싸여 나라를 혼란에 빠뜨린 것을 풍자한 시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와 뜻이 맞물리는 ‘꾀하는 사람이 너무 많으면 꾀하는 일이 잘되지 않는다’도 소민에 나오는 시구다. 자신의 이익만을 좇는 신하가 많으니 나라가 임금의 뜻대로 다스려지지 않음을 비유한 구절이다.전전(戰戰)은 겁을 먹고 벌벌 떠는 모습이고, 긍긍(兢兢)은 지극히 조심해 몸을 움츠리는 태도다. 그러니 전전긍긍(戰戰兢兢)은 지나치게 두려워하고, 조심하는 몸가짐이다. 소민은 만용과 소심을 대비시킨다. 맨손으로 범을 잡고, 걸어서 강을 건너는 건 용기가 아니라 만용이다. 군주에게 만용을 부리면 단번에 목이 날아간다. 간신은 그걸 알기에 깊은 연못에 임하듯, 얇은 얼음 위를 걷듯 임금의 눈치만 살핀다. 나라에 약이 되는 쓴 말은 삼키고 임금의 귀에 달콤한 단 말만 뱉어댄다.“미래는 여러 이름을 가지고 있다. 약한 자에게는 불가능이고, 겁 많은 자에게는 미지(未知)이고, 용기 있는 자에게는 기회다.” 프랑스 소설가 빅토르 위고의 말이다. 빙판길에선 떨며 걷는 자가 더 자주 넘어진다. 두려움에 지면 뚜렷한 길이 흐려지고, 흐릿한 길이 아예 없어진다. 전전긍긍, 세상만사 너무 겁먹고 너무 소심하면 발을 내딛지 못한다.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백년하청 (百年河淸)

    ▶ 한자풀이百: 일백 백年: 해 년河: 물 하淸: 맑을 청춘추시대 정나라가 위기에 처했다. 초나라의 속국 채나라를 친 것이 빌미가 돼 초나라의 보복 공격을 받게 된 것이다. 정나라 대부들이 대책을 논했으나 의견이 팽팽히 갈렸다. 강대국 초나라와 맞설 수 없으니 화친을 맺어 백성을 살리자는 주장과 화친을 맺는다는 것은 초나라의 속국이 된다는 것이니 끝까지 싸우면서 진나라에 구원을 청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섰다. 양측 모두 일리 있는 주장이었다. ‘인간은 만물의 척도’라고 한 프로타고라스가 말하지 않았나. 모든 담론은 거대한 상반된 논리가 있다고.화친론과 주전론이 좀처럼 타협점을 찾지 못하자 대부 자사가 나섰다. 그는 먼저 ‘황하(黃河)의 물이 맑아지기를 기다린다면 인간의 수명으로는 부족하다. 점을 쳐 일하는 사람이 많으면 어수선해지고 그물에 걸려 움직이지 못한다’는 주나라 시를 인용했다. 그리고 본론을 말했다. “지금 진나라의 구원병을 기다리는 건 백년하청(百年河淸)일 뿐이오. 진이 우리를 도우려 초나라와 전쟁을 일으킬 이유도 없지 않소. 초나라와 화친을 맺어 백성을 불안에 떨지 말게 합시다.” 결국 정나라는 화친으로 큰 고비를 넘겼다. ≪춘추좌씨전≫에 나오는 얘기다.백년하청(百年河淸), 백 년을 기다려도 황하의 흐린 물은 맑아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아무리 기다려도 바라는 것이 이뤄질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바로잡기 난망한 일, 가망이 없는 희망, 막연한 기다림 등을 비유한다.기다림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막연한 기다림은 때론 시간낭비다. 숙성은 세월을 그저 흘려보내는 게 아니다. 익히고 단련해 스스로를 영글게 하는 과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문일지십 (聞一知十)

    ▶ 한자풀이聞: 들을 문一: 한 일知: 알 지十: 열 십세계 4대 성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공자는 인(仁)을 강조한 유가(儒家)의 창시자다. 그의 유가적 사상은 특히 동양적 사유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는 음악, 주역, 시(詩) 등에도 두루 조예가 깊었다. 제자가 30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제자들의 재주도 각자 달랐다. 누구는 학문에 뛰어나고, 누구는 언변이 좋았고, 누구는 장사에 밝았다.자공(子貢)은 재산을 모으는 데 남다른 재주가 있어 공자가 세상을 돌아다니며 유세하는 자금의 대부분을 뒷받침했다. 안회(顔回)는 가난했지만 총명하고 영리할뿐더러 효심이 깊어 공자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하루는 공자가 자공에게 물었다. “자공아, 너는 안회와 비교해 누가 낫다고 생각하느냐?” 자공이 답했다. “저를 어찌 안회와 비교하겠습니까. 안회는 ‘하나를 들으면 열을 깨치는(聞一知十)’ 사람입니다. 저는 하나를 들으면 둘을 깨칠 뿐입니다.” 겸손한 듯하지만 실은 자기도 꽤 안다는 의미의 답변이었다. 자공은 자신의 재주를 믿고 자만심이 강해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過猶不及)’는 지적을 듣기도 했다. 자공의 속내를 떠본 공자가 말했다. “그래, 어림없느니라. 너만이 아니라 나도 한참 미치지 못 하느니라.”‘하나를 들으면 열을 안다’는 뜻으로 매우 영특함을 의미하는 문일지십(聞一知十)은 <논어> 공야장 편에 나온다. ‘그는 문일지십의 영재다’ 등으로 쓰인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고, 책을 통해 스스로 익히는 것은 하나를 들으면 둘 셋을 깨우치려는 ‘지적 내공’을 강화하는 훈련인 셈이다.참고로 예(禮)가 아니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