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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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20대 대선이 깨우쳐준 '마침표 용법' 한 가지
예전부터 대통령선거 운동 과정에서 후보들의 한글맞춤법 실수는 약방의 감초처럼 늘 있어 왔다. 이번 대선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난해 11월 불거져 나온 ‘반듯이/반드시’ 논란은 잘 알려져 있다. 방명록 표기를 둘러싸고 벌어진 이 공방전은 오류 표기가 아닌 것으로 이미 판정 났다. 그보다 새삼 이 얘기를 되짚어본 까닭은 당시 간과하고 지났던 ‘문장부호 용법’ 하나를 살펴보려는 때문이다. 마침표는 ‘연월일’ 대신…맨 뒤까지 찍어야이른바 ‘열에 아홉은 틀리는’ 이 맞춤법 용법은 마침표의 여러 기능 중 하나다. 당시 후보는 정확히 적었기에 논란의 대상에서 비껴나 있었다. 하지만 일반 국민은 틀리기 십상이다. 내용상 누군지 드러나겠지만. 우리 목적이 정치적 관심과는 거리가 있으므로 굳이 실명을 쓸 이유는 없어 보인다.지난해 11월 10일 A후보는 국립5·18민주묘지를 방문해 방명록을 작성했다. 이때 그는 ‘2021. 11. 10. ○○○’이라고 썼다. 선거가 끝난 뒤 첫 공식행사인 현충원 참배 당시에도 ‘2022. 3. 10. ○○○’이라고 정확히 적었다. 연월일을 적을 때 한글 대신 마침표를 쓰는 것은 문장부호법에 따른 용법이다. 문장부호에 관한 규정은 한글맞춤법 부록으로 수록돼 있는데, 각 부호의 이름과 사용법을 일일이 정해 놓았다. 이 역시 맞춤법의 하나라 당연히 지켜야 할 규범이다.문장부호법에 따르면, 아라비아 숫자만으로 연월일을 표시할 때 글자 대신 마침표로 나타낼 수 있다. 즉, ‘2022년 3월 10일’을 ‘2022. 3. 10.’으로 써도 된다. 이때 주의할 게 ‘일’을 나타내는 마침표를 생략하면 안 된다는 점이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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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는 전라도 光州…광:주는 경기도 廣州 가리키죠
20대 대통령선거가 막을 내렸다. 늘 그렇듯이 나라 안 크고 작은 행사는 끝난 뒤에도 우리말과 관련해 곱씹어볼 과제들을 남긴다. 이번 대선에서도 맞춤법 표기에서부터 발음 문제, 외래 약어 사용 논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각거리를 제기했다. 그 가운데 비교적 시시비비가 분명한 발음상 오류부터 살펴보자. ‘사전투표’에서 ‘사전(事前)’은 길게 발음해야대선 당일 직전 치러진 사전투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부실 관리로 유권자들의 혼란을 초래했다. 그와 별개로, ‘사전투표’에서 드러난 우리말 발음 혼란은 국민의 언어생활에 못지않은 주름을 지게 했다. 일반인은 물론이고 방송인들조차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는 일이 많았다.사전투표의 ‘사전’은 일(事)이 일어나기 전(前), 한자로 ‘事前’이다. ‘일 사(事)’ 자라는 게 핵심이다. 이 말은 길게 발음 [사:전]이라고 발음해야 한다. ‘사후(事後)’도 마찬가지로 [사:후]라고 발음한다(참고로 표준국어대사전의 표제어 밑에 있는 발음 정보에서 쌍점(‘:’)으로 표시된 것은 그 말이 장음임을 나타낸다. 아무 표시가 없는 것은 단음으로 발음한다). 이를 짧게 [사전]이라고 말하면 국어사전, 영어사전 할 때의 ‘사전(辭典)’을 가리킨다.대선 기간 막판에 쟁점이 된 ‘사표’ 논란도 우리말 발음에서 주의해야 할 단어다. 한 후보는 “사표(死票)는 없다. 저한테 찍는 표만이 생표(生票)가 된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때의 ‘사표’는 ‘죽을 사(死)’ 자로, 이는 길게 [사:표]라고 발음하는 말이다. “이번 선거는 1년여 전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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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막을 장식하다"…규범과 일탈의 줄타기
“올 가을에는 유럽의 명문악단으로 꼽히는 영국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가 한국에서 열리는 ‘월드클래스 콘서트 시리즈’의 대막을 장식한다.” “KGC인삼공사가 DB와 접전 끝에 1점 차 승리를 거두며 2021년 프로농구 대막을 장식했다.” 대중매체의 보도언어는 늘 ‘규범’ 준수와 ‘일탈’의 유혹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다. 규범어를 기반으로 하지만 딱히 거기에 얽매이지는 않는다. 서술어로 쓰인 ‘대막을 장식하다’도 그런 일탈 가운데 하나로 주목할 만하다. ‘대막(大幕)’은 사전에 없지만 현실에선 통용이 말은 분명 눈에 익은데 어딘지 모르게 이질감을 준다. ‘대막을 장식하다’가 정상적인 표현에서 살짝 ‘일탈’해 있기 때문이다. 이 말은 기왕에 쓰던 몇 가지 표현이 뒤섞인 형태다.우선 ‘대미(大尾)를 장식하다’란 말이 있다. 어떤 일의 맨 마지막을 의미 있게 마무리한다는 뜻이다. 비슷한 말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다’도 흔히 쓴다. ‘대단원’은 연극이나 소설 등에서, 모든 사건을 해결하고 끝을 내는 마지막 장면을 나타내는 말이다. 대미나 대단원이나 비슷한 뜻인데, 서술어 결합에서 차이가 있다. 대미는 ‘장식하다’와 어울리고, 대단원은 ‘막을 내리다’와 호응한다.‘대막’은 사전에 없는 말이다. 정체불명의 말이 통용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쓰임새를 통해 원형을 짐작해볼 수 있다. 우선 ‘대단원의 막’을 줄여서 ‘대막(大幕)’이라고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서술어로는 자연스럽게 ‘내리다’를 취해야 한다. 하지만 비록 일탈했다곤 해도 ‘대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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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代 대선-20代 표심…代 , 같은 글자 다른 의미
20대 대선에서는 유난히 2030세대가 주목을 받았다. 이들의 시선이 어디로 향하느냐에 따라 선거 판세가 요동쳤다. 대선 후보들도 이들의 표심(票心)을 잡기 위해 ‘3대 청년공약’이니 ‘5대 청년 권리장전’이니 하는 정책들을 쏟아냈다. ‘20대 대선, 20~30대 표심, 3대 공약.’ 짧은 문구지만 여기에는 우리말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특성 몇 가지가 담겨 있다. 말의 정체 알아야 정확한 쓰임새 구사해무엇보다 ‘-대’ 자가 여러 의미로 쓰였음이 눈에 띈다. 형태는 같아도 의미는 다르다는 것을 모국어 화자는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한자로 하면 좀 더 구체적으로 보인다. ‘20代 대선. 20代 표심, 3大 공약’이다.대개 말의 의미는 문맥을 통해, 또는 발화의 맥락을 통해 자연스레 알게 된다. 하지만 일부 단어는 같은 형태로 여러 가지로 쓰이기 때문에 구별하기가 쉽지 않을 때도 있다. 물론 이런 경우는 형태만 같을 뿐 실제로는 다른 단어다. 그중 ‘대’는 의미와 기능별로 용법이 까다롭다. 의존명사, 자립명사, 접미사, 접두사 등 다양하게 쓰이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띄어쓰기도 달라진다. 말의 정체를 제대로 알아야 쓰임새를 정확히 구사할 수 있다.우리말 ‘대’는 적어도 다섯 가지를 알아둬야 한다. ‘大-臺-代-帶-對’가 그것이다. 비교적 쉬운 것부터 살펴보자. 大는 ‘큰 대’ 자다. ‘세계 7대 불가사의’ ‘한국 30대 기업’ 같은 데 쓰인 글자다. ‘일자리 3대 공약’ 등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말이다.‘대(臺)’의 쓰임새도 활발하다. 이는 ‘토대, 무대’를 뜻한다. 그래서 원래 ①받침이 되는 시설이나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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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을 앞서간 한용운의 '가갸날' 詩
가갸날에 對하야 - 한용운“아아 가갸날참되고 어질고 아름다워요‘축일(祝日)’ ‘제일(祭日)’ ‘데-’ ‘씨슨’ 이 위에가갸날이 났어요. 가갸날(중략)‘데-’보다 읽기 좋고 ‘씨슨’보다 알기 쉬워요(중략)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계집 사내도 가르쳐줄 수 있어요.”지난 2월 14일은 밸런타인데이였다. 3월 3일은 삼겹살데이이고, 곧바로 14일 화이트데이, 4월 14일 블랙데이로 이어진다. 작명 배경도 재미있다. ‘삼’이 겹친다고 해서 삼겹살 먹는 날이다. 밸런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에 초콜릿을 못 받은, 연인 없는 사람끼리 ‘검은 옷’을 입고 ‘짜장면’ 먹는 날이라고 블랙데이란다. 오이데이도 있고 구이데이, 한우데이, 가래떡데이, 빼빼로데이 등 ‘데이’ 종류만 수십 가지다. 상술 논란에 휩싸인 거야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지만, 우리말 관점에서도 한번 살펴볼 만하다. ‘가갸날’이 ‘-데이’보다 읽기 좋고 알기 쉬워“아아 가갸날/ 참되고 어질고 아름다워요/ ‘축일(祝日)’ ‘제일(祭日)’ ‘데-’ ‘씨슨’ 이 위에/ 가갸날이 났어요. 가갸날/ … / ‘데-’보다 읽기 좋고 ‘씨슨’보다 알기 쉬워요/ … /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계집 사내도 가르쳐줄 수 있어요.”세월을 훌쩍 거슬러 올라 100여 년 전으로 가보자. 3·1운동의 민족대표 33인 중 한 명이자 이별과 만남의 시 ‘님의 침묵’으로 유명한 만해 한용운. 그는 1926년 ‘가갸날’(한글날의 처음 이름)의 탄생 소식을 듣고 이날의 감격을 벅찬 심정으로 노래했다.일제강점기하에서 신음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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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전기(充電機) vs 충전기(充電器)
탄소중립이 화두다. 이와 맞물려 최근 전기차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전기차 충전기 보급도 급속히 늘고 있다. 이를 전하는 언론 보도 역시 낯설지 않다. “서울시는 올해 환경부 등과 함께 모두 3만5000기의 전기차 충전기를 보급할 계획입니다. 이 중 2만2000기를 서울시에서 지원할 예정입니다.” 작은 도구는 ‘그릇 器’, 큰 장치엔 ‘기계 機’ 써이때 충전기의 ‘-기’는 우리말에서 쉽지 않은 용법이다. 그 정체를 짐작하기가 꽤 까다롭다는 점에서다. 충전기의 ‘-기’가 접미사임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일부 명사 뒤에 붙어서 도구나 기구, 또는 기계 장비의 뜻을 더한다. ①비행기/세탁기/기중기/경운기/발동기를 비롯해 ②녹음기/면도기/주사기/각도기/세면기 등에 붙은 ‘-기’가 그런 예들이다. 접미사 ‘-기’는 우리말에서 무수한 파생어를 만들어 부족한 명사를 풍성하게 해준다.우리말 사용에 예민한 이들은 눈치챘겠지만, ①과 ②에 쓰인 ‘-기’는 형태는 같지만 내용물은 서로 다르다. 우선 어떤 도구나 장치를 나타내는 우리말 접사에는 ‘-기(機)’와 ‘-기(器)’ 두 가지가 있다. 사전적 풀이는 구별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용례를 통해 공통점과 차이점을 추출해 보자. ①에 쓰인 ‘-기’는 機, 즉 ‘기계’의 뜻을 나타내는 말이다. 비교적 규모가 큰 기계장비에 붙인다고 알아두면 된다. 이에 비해 器는 ‘기구’ ‘도구’ ‘그릇’의 뜻을 나타낸다. ②에 해당하는 말로, ‘-機’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물건에 쓰는 개념임을 알 수 있다.전기차 충전기는 어디에 해당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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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자形 경기회복'과 '일본型 장기침체'
# 삼성전자는 올해 초 열린 세계 최대 IT·전자쇼 ‘CES 2022’에서 32형 게이밍 모니터를 선보였다. 퀀텀 미니 LED(발광다이오드)를 적용한 이 제품은 최고혁신상을 받았다.# LG전자는 졸업·입학 시즌을 맞아 ‘2022년 아카데미 페스티벌’을 열고 성능과 디자인을 향상시킨 노트북 ‘LG그램’ 14·15·16·17형 신모델을 내놨다. ‘-형(形)’과 ‘-형(型)’ 구별하기 쉽지 않아두 사례는 TV나 컴퓨터 모니터를 말할 때 흔히 접하는 내용이지만 자칫 이해하는 데 곤혹스러움을 느끼는 이도 있을 것이다. 특히 ‘32형’이니 ‘14·15·16·17형’이니 하는 표현은 사전 지식이 없으면 무슨 말인지 모를 수 있다. 우리말에서 아직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는 점에서 ‘방황하는 말’이라고 할 만하다.32형 모니터는 32인치 크기의 모니터를 말한다. ‘인치’는 영미에서 쓰는 야드파운드법에 따른 길이의 단위다. 1인치는 미터법으로 바꾸면 약 2.5cm이니, ‘32형’은 대략 80cm 크기의 모니터를 가리킨다. 인치를 인치라 부르지 못하게 된 까닭은 물론 우리나라가 미터법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인치는 비(非)법정단위라 ‘공식적’으로는 사용이 금지된 말이다. 하지만 법정용어는 바뀌었어도 소비자들의 인식은 여전히 ‘인치’를 버리지 못했다. 그래서 편법으로 생긴 게 ‘-형’이다. 미터법으로 넘어가기 전, 부족하지만 일종의 과도기적 표현인 셈이다.문제는 이런 모호성이 우리말을 좀 더 ‘쉽고 편하게’ 쓰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32형’ 같은 표현은 그 자체로는 구체적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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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은 왜 봄에서 시작하는 것일까
지난 주 설을 보냈는데 절기상으론 어느새 ‘입춘’(양력 2월 4일)이 지났다. 입춘(立春)은 새해의 봄이 시작된다는 데서 붙은 이름이다. 대한(大寒)이라는 ‘큰 추위’가 풀린 뒤 이어지는, 한 해 농사를 준비하는 시기다. 느낌으론 아직 한겨울 같아 실감 나지 않는다. 하지만 계절은 눈이 녹아 비가 돼 내린다는 ‘우수(雨水)’를 향해 달려간다. 설은 음력 1월 1일로 날짜가 고정돼 있지만, 절기는 양력으로 따져 정하는 데서 오는 인식상의 차이다. 입춘은 설을 전후로 들어서는데, 지구 공전으로 인한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절기가 정해지기 때문에 해마다 날짜가 조금씩 달라진다. 입춘은 봄의 시작 … 농사짓는 기준으로 삼아절기는 한 해를 스물넷으로 나눈, ‘계절의 표준’이 되는 구별이다. 그것은 곧 절기를 ‘농사짓는 기준’으로 삼았다는 뜻이다. 곡우(穀雨·양력 4월 20일)에 농사비가 내리고, 망종(芒種·6월 6일)에 씨를 뿌리며, 추분(秋分·9월 23일) 즈음에는 논밭의 곡식을 거둬들이는 식이다. 서양에서는 1주일을 단위로 해 한 달을 따지지만 우리 조상들은 한 달에 두 번, 대략 15일을 기점으로 바뀌는 절기에 맞춰 삶을 영위했음을 알 수 있다. 입춘은 그 24절기가 시작하는 때다. 사계절을 말할 때 봄·여름·가을·겨울로 봄을 제일 먼저 치는 게 그런 까닭이다.옛날에는 동지를 새해 첫날로 삼기도 했다. 동짓날은 1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은 가장 짧다. 이날을 기점으로 낮이 점점 길어진다는 뜻이다. 양(陽)의 기운이 커진다는 점에서 이날을 한 해의 시작으로 봤다. 겨울을 알리는 입동에 들어선 뒤 소설, 대설을 거쳐 겨울 한가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