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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학과 놀자

    원자에서 방출되는 빛은 전자기파 에너지…세상을 밝히는 빛, 물질과 우주의 신비도 알려준다

    머리카락 굵기의 100억분의 1 정도 작은 크기인 원자핵은 어떤 모양일까? 400억 광년 거리에 있는 먼 우주의 별들은 나이가 얼마나 되고 어떤 물질로 이루어졌을까?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입자인 원자와 원자에서 방출되는 빛을 분석하면 이런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다. 최근에는 분석 기술 발달에 따라 플라스마나 동위원소 분석을 통한 핵융합과 원자력과 같은 거대과학에도 활용되고 있으며, 극초단 파장을 이용한 첨단 반도체 장비 개발에도 핵심 역할을 하고 있어 기초과학의 힘을 증명하고 있다.물질의 기본 구성 입자인 원자(atom)는 기원전 5세기경 그리스의 철학자이자 과학자인 레우키포스와 그의 제자 데모크리토스가 만들어낸 ‘더는 쪼갤 수 없음’이라는 뜻의 atomos에서 유래하였다. 19세기 영국 화학자이자 물리학자인 존 돌턴이 모든 물질은 원자로 이루어졌다는 원자 이론을 발표하면서 지금과 같이 원자로 불리게 되었다. 이후 1922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양자역학의 아버지 보어에 의해 핵과 전자로 구성된 현대적 원자 모델이 정립되었다. 빛을 측정해 어떤 원자로부터 나왔는지 확인원자는 양성자와 중성자로 구성된 원자핵과 그 주위를 돌고 있는 전자로 구성되어 있다. 전자는 특정 궤도에만 위치하고, 이 궤도를 준위라 부른다. 높은 준위에 있다는 것은 에너지가 크다는 것을 의미하며, 낮은 준위로 이동하면 에너지를 방출한다. 이때 방출하는 에너지는 전자기파, 즉 빛의 형태를 띤다. 원자에 따라 전자의 에너지 준위가 다르므로 방출하는 빛의 에너지를 측정하면 어떤 원자에서 나온 것인지를 구분해 낼 수 있게 된다. 이를 원자분광학이라 부르며, 원자에서 방출되

  • 과학과 놀자

    번개를 보면 '꼬마요정' 전자의 자유를 생각해보세요

    만물의 근원을 탐구하던 철학자 탈레스는 동물의 털과 호박(화석화된 송진)을 맞대고 문지르면 힘이 작용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작용의 주역은 전자의 이동이다. 호박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λεκτρον(일렉트론)에서 전자의 영어단어 electron이 유래했음은 현대인의 상식이다. 하지만 많은 상식이 그렇듯이 배경이나 근본적인 속성에 대한 이해는 막연하다.전자는 본래 물질 구성의 기본 요소인 원자 내에 존재한다. 쿨롱 힘으로 양의 전하를 띠는 원자핵에 구속되어 있다. 전자의 파동성을 고려하여 양자역학 방정식을 풀어내면 전자가 존재할 수 있는 불연속적인 상태가 구해지는데, 이를 전자궤도 혹은 오비탈이라고 한다. 원자의 성질은 전자가 들어있는, 가장 큰 궤도에 따라 정해진다. 구조가 비슷한 궤도까지 전자를 채운 원자들은 비슷하게 행동한다. 이런 개념을 확장한 것이 주기율표다.두 개 이상의 원자는 전자를 공유함으로써 화학 결합을 형성한다. 20세기 초반 GE에 근무하던 물리학자 랭뮤어가 화학자 루이스와 ‘원자가 이론’을 제안하면서 주기율표의 원소들이 화학 결합을 형성하는 방식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분자 수준에서 생명 현상을 연구하는 분자생물학이 시작되고 DNA 구조가 분석될 수 있었다. 열·에너지로 인해 원자핵의 속박에서 벗어나는 자유전자원자가 규칙적으로 배열된 결정 구조에서 수많은 원자를 아우르는 전자궤도의 중첩 상태 같은 것이 생기는 것을 양자역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것을 에너지 밴드라고 부른다. 구리나 은과 같이 전기를 잘 통하는 도체는 밴드 내부에 자유로운 전자가 많이 있다. 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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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용 원자로와 가속기에서 만들어진 중성자와 방사광…10-9m 크기 나노세계의 비밀을 푸는 열쇠

    대규모 시설인 연구용 원자로와 가속기는 다양한 용도를 가지고 있다. 연구용 원자로라고 하면 미국 과학자 엔리코 페르미가 건설한 최초의 원자로와 같이 시험용으로 만든 원자로를 연상하기 쉽다. 그리고 가속기라고 하면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CERN)의 강입자가속기와 같이 원자보다 작은 아원자입자를 연구하는 시설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연구용 원자로와 가속기는 의외로 원자나 분자가 이루는 나노미터() 크기의 세계, 즉 나노 세계를 관찰하는 데에도 대단히 유용하게 사용되며, 현대 문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방사광과 중성자를 햇빛 대신 사용17세기 네덜란드의 안토니 반 레벤후크가 직접 제작한 현미경으로 미생물을 최초로 발견한 것은 일대 사건이었다. 생명에 대해 인류가 갖고 있던 기존의 관념이 뒤집어졌고 이후 많은 질병의 원인을 알아내고 현대적인 위생관념이 성립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어진 산업혁명 시대에는 현미경이 제품 개발과 품질 확인에 유용하게 사용되었다. 포목상이던 레벤후크도 천의 품질을 확인할 목적으로 현미경을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이 인간의 삶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끼쳤기 때문에 현미경은 대중에 널리 알려진 과학 도구가 되었다.레벤후크가 만든 현미경은 구형의 렌즈가 하나만 달린 단안경에 불과했다. 지난 몇 세기 동안 눈으로 볼 수 없는 작은 세계를 관찰하려는 과학자들의 노력으로 광학현미경은 발전을 거듭했으며, 현대에는 수십만 배의 배율을 가진 전자현미경에서 원자 하나하나를 구분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른 주사터널링현미경(STM)까지 다양한 장비가 일상적으로 사용되기에 이르렀다.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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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성없는 전쟁' 반도체 패권 쟁탈

    지난달 별세한 이건희 삼성 회장이 한국 경제에 가장 크게 기여한 점은 우리도 세계 1등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삼성이 1인당 국민소득(GNP 기준) 500여달러 시절이던 1974년 반도체 사업을 시작해 세계 1위 기업에 오르고 휴대폰 시장에서도 스마트폰의 원조인 애플을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하면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삼성은 명실상부하게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수십 년째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에 힘입어 2018년에는 비메모리를 포함한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미국 인텔에 이어 2위로 밀려났다. 삼성은 지난 5월 비메모리 분야인 파운드리 생산시설에 10조원을 새로 투입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비메모리도 강화해 반도체 전체 1위의 입지를 다지겠다는 전략이다.미국은 지난 5월 자국의 기술을 활용해 생산한 반도체를 중국에 수출하지 말라는 통제조치를 내렸다. 중국이 ‘반도체굴기(起: 밑바닥에서 몸을 일으켜 정상에 오른다는 의미)’를 선언하며 반도체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 데 대한 견제라는 분석이다. 또한 미국의 그래픽처리장치(GPU) 1위 업체인 엔비디아는 지난 9월 영국의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기업 ARM을 400억달러(약 47조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ARM 인수를 추진하던 삼성전자 등을 따돌리고 미국이 반도체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려는 것으로 풀이된다.이에 맞서 중국은 엔비디아의 ARM 인수에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2018년 미국 퀄컴이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 NXP 인수를 추진할 때 승인을 해주지 않아 인수가 무산된 바 있다.이처럼 세계는 첨단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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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뇌를 닮아가는 반도체…인공지능 시대 주도

    철학자 알프레드 화이트헤드는 “우리가 숙고를 하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질수록 문명은 발전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정말 컴퓨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마우스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도 모르지만 사용한다. 한 번의 클릭만으로 엄청난 양의 정보를 엄청난 속도로 처리한다.이런 문명의 중심에 반도체와 컴퓨터는 존재한다. 반도체와 컴퓨터 시장이 이렇게 커질 줄 그 누구도 몰랐다. 1943년 토머스 왓슨이라는 IBM 회장은 “나는 컴퓨터 5대만 팔아보고 죽었으면 좋겠다”고 비관했다. 세계 컴퓨터 시장은 모두 합쳐봐야 5대쯤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I think there is a world market for maybe five computers). 왓슨은 빛의 속도로 진화하는 기술의 속성을 간파하지 못했다. 2020년 지금 인류는 적어도 수십억 대의 컴퓨터를 사용 중이다. 정보처리 속도는 빛보다 빠르지만 크기는 겨우 책 만하다. 왓슨이 살았던 때 컴퓨터 크기가 집채 만했으니, 왓슨의 예측을 ‘바보의 예측’이라고 비난만 할 일은 아니다. 요즘 우리는 각 방에 수십, 수백 기가(giga)급 컴퓨터를 두고 있다.우리의 관심은 컴퓨터 성능이다. 컴퓨터 성능은 곧 정보처리 속도에 달렸다. 정보처리 속도는 바로 반도체 기술력이 좌우한다. 과거에 컴퓨터에 사용됐던 커다란 진공관은 곧 트랜지스터 기술로 바뀌었다. 트랜지스터 안에 소자를 심는 기술은 ‘무어의 법칙’(2년마다 2배로 반도체 집적도가 늘어난다)대로 발전하면서, 인간의 뇌를 닮기 시작했다. 인간의 뇌에는 1000억 개의 뉴런이 있고, 그 사이에 100조 개의 시냅스가 있다. ‘1000억 개 × 100조 개’가 조합해내는 정보처리 통로는 반도체로 보면 소자에 해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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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원한 승자는 없다…글로벌 반도체 기업 M&A '태풍'

    삼성이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 것은 1974년 이건희 회장이 사재를 털어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면서부터지만 본격적인 사업화는 1983년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삼성그룹 차원에서 본격 투자하기로 결정하면서다. 당시엔 국내에서도 반대가 많았고 앞서 있던 일본 기업들도 삼성이 실패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로부터 D램 반도체 기술을 이전받기로 했지만 현지로 연수를 떠난 삼성 직원들은 설계도면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어떤 시스템도 만지지 말라는 지시를 받는 등 온갖 수모를 겪어야 했다. 일본 샤프로부터도 귀동냥과 눈짐작만으로 기술을 얻어내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삼성은 1983년 64K(킬로바이트) D램을 사업 본격화 6개월 만에 개발에 성공, 오늘날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 분야 세계 1위로 우뚝 서게 하는 서막을 열었다.반도체가 수출 1위 품목으로 한국을 먹여살리기까지 어려움도 많았다. 삼성에 이어 현대전자와 LG반도체도 반도체사업에 뛰어들었지만 1998년 외환위기로 산업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후발 두 업체가 합병해 하이닉스가 탄생했지만 국제경쟁력에 뒤처져 적자가 쌓여만 갔다. 2011년 SK그룹이 은행 등 채권단 관리를 받고 있는 하이닉스를 3조4267억원에 인수하면서 정상화시켰고, 지난 2분기 기준 세계 D램시장 점유율 30.2%로 삼성전자(42.1%)에 이어 세계 2위로 올라섰다. 세계 반도체 기업들의 합종연횡과 대규모 투자SK하이닉스는 지난달 20일 미국 인텔의 낸드 플래시 메모리 사업 부문을 10조3104억원에 인수했다. SK하이닉스는 인텔의 낸드 플래시 사업을 통째로 인수하면서 세계시장 5위(11.4%)에서 2위(22.9%)로 뛰어올라 1위 삼성전자(33.8%)를 추격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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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과 1의 불확정성' 토대로 양자역학은 새 정보기술 제공할 것

    조지 소로스의 회사 이름이 퀀텀펀드이고, 혁신적인 발전을 '퀀텀 리프' 또는 '양자 도약'이라고 해 비즈니스에 '퀀텀' 또는 '양자'라는 용어가 쓰인 지는 꽤 됐다. 얼마 전에는 "검찰개혁은 양자역학이라도 동원해야 이해가 되느냐"는 말까지 나왔다. 이해하기 어려운 것의 대명사로 양자역학 또는 양자물리학이 등장한 셈이다. 필자는 1990년대에 근무하던 연구소에서 양자컴퓨터와 양자암호통신 연구를 시작하자고 제안했지만, "양자가 무엇이냐"고 질문하는 사장님을 설득할 수 없었다.우리나라는 물론 한자 종주국인 중국조차 일본 학자들이 만든 한자 번역어를 많이 쓰는데, 동음이의어로 인한 혼란이 자주 뒤따른다. 한글로 ‘양자’라고 쓰면 언뜻 양자회담의 양자(兩者)나 입양한 양자(養子)가 우선 떠오른다. 일본 서적을 많이 읽는 사람들이 우리 한자음 ‘양자’로 기억하는 일본 물리학 용어에도 양자(陽子)가 있다. 이는 수소원자의 핵인 프로톤(proton)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양성자(陽性子), 중국에서는 질자(質子)라고 한다. 양자역학의 양자는 퀀텀(quantum)의 번역어인 ‘量子’다. 한·중·일 모두 같은 한자 표기를 쓴다. 자연의 원리 설명하는 궁극의 이론양자역학은 1900년 독일의 막스 플랑크에 의해 시작됐다. 플랑크가 대학에서 물리학을 공부하고 싶다고 하자 그의 지도교수는 이제 물리학은 거의 완성된 학문이라 앞으로 별로 할 것이 없다고 했다. 그렇지만 온도가 올라갈수록 금속이 처음에는 붉게 빛나다가, 노랗게 그리고 하얗게 변하는 흑체복사 현상을 이전의 고전물리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었다. 플랑크는 빛이 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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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반도체 필수 소재 수출규제 1년…여전히 '어두운 터널'에 갇힌 한·일 관계

    일본 경제산업성은 작년 7월 1일 불화수소 등 반도체·디스플레이를 생산하는 데 필수적인 세 가지 재료를 한국으로 수출하는 절차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존에는 일본 기업들이 한국으로 수출할 때 한 번 종합허가를 받아놓으면 3년간 별도 심사 없이 자유롭게 물건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작년 7월 4일부터 계약건별로 정부 사전 허가를 받도록 문턱을 높였다. 이들 수출규제 대상 재료는 반도체를 제조할 때 불순물을 씻어내는 등 생산공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품목이었다.당시 일본 정부는 무슨 이유로 이런 수출규제에 나서는지 뚜렷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겉으로는 “한국 정부의 수출관리가 미흡하다”는 모호한 설명만 거듭했다. 근본적으로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한국 대법원은 2018년 11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된 한국인 피해자들에게 해당 일본 기업들이 1억원씩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일본 정부는 1965년 한국과 일본이 국교정상화 당시 맺은 청구권협정으로 강제징용 배상은 종결됐다며 이 판결에 강력하게 반발했다.한국 정부는 대응 정책을 펼쳤다. 국산 소재·부품·장비(소부장)의 경쟁력을 높이는 정책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이를 위한 연구개발(R&D) 및 생산을 지원하려고 특별법을 마련했다.지난 7월 1일로 일본의 수출규제는 꼭 1년이 지났다. 수출규제 품목 중 일부는 국산 제품으로 대체하는 데 성공하는 등 정부의 소부장 국산화 전략은 나름 성과를 냈다. 하지만 아직도 일본산 의존도가 높아 ‘절반의 성공’에 머물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악화된 한·일 관계는 여전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