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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워드 시사경제

    미국 경제, 연착륙도 경착륙도 아닌 '무착륙'?

    연초만 해도 올해 미국 경제는 침체기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단지 침체의 수위가 어느 정도냐를 놓고 의견이 갈렸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리고 통화긴축 정책을 펴왔는데, 이렇게 되면 시중에 넘쳐나던 자금이 줄어들고 경기가 식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전혀 다른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향후 미국 경제가 침체나 소강상태에 빠지지 않고 상당 기간 호황을 유지할 것이라는 ‘노 랜딩(no landing)’ 시나리오를 지지하는 전문가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美 경기침체 없다” 제3 시나리오 등장우리가 일상에서 많이 쓰는 경기(景氣)라는 단어는 국민 경제의 전반적인 활동 수준을 말한다. 경기가 불황에 진입하는 모습을 착륙하는 비행기에 빗댄 표현으로 소프트 랜딩(soft landing)과 하드 랜딩(hard landing)을 많이 쓴다.소프트 랜딩은 비행기가 활주로에 부드럽게 내려앉는 연착륙(軟着陸)을 뜻한다. 급격한 경기 위축이나 실업 증가를 야기하지 않고 경제가 서서히 가라앉는 것이다. 반면 하드 랜딩은 비행기가 부서질 듯 거칠게 내려앉는 경착륙(硬着陸)을 가리킨다. 경제가 갑자기 얼어붙는 만큼 가계·기업·정부 모두 충격이 크다. 노 랜딩은 미국 경제가 아예 하강하지 않고 계속 비행할 것이란 의미를 담은 신조어다.경기침체를 피해갈 수 있다는 주장이 확산한 배경은 당초 예상과 어긋난 각종 경제 통계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1월 비농업 일자리는 51만7000개 늘어 시장 전망치를 세 배 가까이 웃돌았다. 실업률은 3.4%로 54년 만의 최저치였다. 마크 지안노니 바클레이즈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통계를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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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햄버거값으로 따져본 환율, 너무 비싸네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버거플레이션’(햄버거+인플레이션)이 매섭다. 한국맥도날드는 지난 16일 제품 가격을 평균 5.4% 올렸다. 빅맥 단품은 4900원에서 5200원으로 올라 처음으로 5000원을 넘어섰다. 작년 2월과 8월에 이어 1년 새 세 번째 인상이다. 이달 들어 롯데리아와 KFC도 햄버거값을 올렸고, 맘스터치도 다음달께 뒤따를 예정이라고 한다. 각종 원재료 가격과 물류비, 인건비 등이 지속적으로 상승해 어쩔 수 없다는 게 업체들의 해명이다.英이코노미스트가 37년 전부터 산출빅맥은 1968년 미국에서 첫선을 보인 ‘햄버거의 아이콘’이다. 때론 ‘미국식 자본주의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제품이기도 하다. 이 햄버거는 경제학에서도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빅맥지수(Big Mac index)를 통해 각국의 물가와 환율 수준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다.영국의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1986년부터 매년 1월과 7월 빅맥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빅맥지수란 국가별 빅맥 가격을 달러로 환산한 다음 미국 내 빅맥 가격과 비교한 것이다. 맥도날드는 120개 나라에서 3만700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인데, 어딜 가든 표준화된 빅맥을 판다는 점에 착안했다. 만약 어느 나라의 실제 환율이 빅맥지수보다 낮다면 그 나라 통화가치는 고평가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반대로 빅맥지수가 높게 나왔다면 통화가 저평가 상태라는 의미다.빅맥지수는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구매력평가설’을 기반으로 한다. 구매력평가설은 환율이 각국 화폐의 구매력, 즉 물가 수준의 비율에 따라 결정된다는 이론이다. 구매력평가설은 ‘일물일가의 법칙’과 연결돼 있다. 일물일가의 법칙은 자유로운 교역이 가능한 효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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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만 왕국' SM을 흔든 금융맨의 정체는

    재테크에 뛰어든 서준이와 하윤이는 나란히 OO전자 주식을 샀다. 서준이는 “OO전자 경영진을 믿는다”며 주가가 오를 날을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 하윤이는 “회사가 잘되려면 우리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팔을 걷어붙였다. OO전자는 배당을 더 늘리고 적자 사업을 정리해야 주가가 오른다는 게 하윤이의 생각이다. 하윤이는 OO전자 대표에게 자신의 제안을 담은 편지를 보냈다. 답이 오지 않으면 다른 주주들을 모아 임시주주총회 소집도 요구할 태세다. 회사 지분 확보해 경영 적극 개입하윤이처럼 주주로서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투자 전략을 ‘행동주의(activist) 투자’라 한다. 투자자들에게서 자금을 모아 행동주의 투자에 집중하는 펀드는 ‘행동주의 펀드’라 부른다. 비주력 사업 구조조정, 인수합병(M&A), 자사주 매입, 배당 확대 등이 이들의 주된 요구사항이다. 경영에 직접 관여하기 위해 이사회 참여를 시도하기도 한다.과거 행동주의 투자는 외국계 헤지펀드가 주도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2009년 이후 S&P500 대기업의 15%가 행동주의 펀드로부터 경영진 교체, 사업전략 변경 등을 요구받았다. 몇 년 전만 해도 한국에서 행동주의 펀드 이미지는 ‘기업 사냥꾼’에 가까웠다. 국내 간판 기업들이 엘리엇, 소버린, 아이칸 등의 공격에 시달린 기억 때문이다.행동주의 펀드에 대한 평가는 양극단을 달린다. 한쪽에선 경영에 사사건건 간섭해 기업 발목을 잡는다고 비판한다. 행동주의 펀드는 잠시 주가를 올린 뒤 팔고 떠나면 그만이지만, 기업은 이들의 공세에 대응하다가 진이 빠진다는 것이다. 다른 한쪽에선 경영진의 전횡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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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금 돌려받는 기회…직장인 '13월의 보너스'

    매년 1월이 되면 경제 뉴스에 연말정산 얘기가 자주 나온다. 직장인에게 연례행사처럼 돌아오는 작업이라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생글생글 독자들 부모님 중에도 연말정산 서류를 정리하고 나서 ‘올해는 돈을 돌려받을까 뱉어낼까’ 궁금해하는 분이 많을 것이다.연말정산이란 국가가 1년 동안 대략적인 기준에 따라 떼어간 근로소득세를 정확하게 다시 계산해 실제 내야 할 세금보다 더 냈다면 차액을 환급하고, 덜 냈다면 추가 징수하는 절차를 말한다. 이건 대체 왜 하는 걸까.공제를 많이 받으면 세금이 줄어요직장인의 급여명세서를 보면 회사가 월급을 줄 때 소득세를 떼고 지급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회사가 세금을 미리 걷어 국가에 전달하는 이 행위를 원천징수라 한다. 그런데 원천징수는 월급을 기준으로 어림잡아 세금을 뗀 것이어서 정확한 금액이 아니다. 따라서 1년에 한 번씩 전년도 소득과 그에 따른 세금을 다시 계산하고, 이미 원천징수로 납부한 금액과 비교하는 과정을 거친다.직장인이 내야 할 근로소득세는 어떻게 정해질까. 일단 총급여액에서 각종 소득공제 항목에 해당하는 금액을 제하면 과세표준이 나온다. 과세표준에 기본세율(연소득에 따라 6~45%)을 곱하면 산출세액이 나온다. 산출세액에서 각종 세액공제 항목에 해당하는 금액을 빼면 결정세액, 즉 납세자가 내야 하는 1년치 세금이 최종적으로 결정된다.연말정산을 잘 한다는 것은 소득공제와 세액공제를 최대한 늘려 결정세액을 최소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걸 정부가 대신해주지 않기 때문에 근로자가 연말정산 기간에 직접 신고해야 하는 것이다. 소득공제를 많이 받으면 과세표준이 줄고, 세액공제를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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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판 기업 4분기 실적, 예상보다 더 나빴다

    세계적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나란히 어닝 쇼크에 빠졌다. 한국 전자업계의 양대산맥인 두 회사 실적이 급격히 악화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국내 산업계에 본격적으로 ‘고난의 행군’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어닝 쇼크란 기업 실적이 시장의 추정치에 훨씬 못 미쳐 투자자들을 충격에 빠뜨리는 상황을 뜻한다. 반대로 기대 이상의 호실적을 올리면 투자자를 깜짝 놀라게 했다는 의미에서 어닝 서프라이즈라 한다. 삼성·LG전자 필두로… ‘어닝 시즌’ 개막지난 6일 삼성전자는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4조3000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13조8000억원)보다 69%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앞서 1개월 동안 증권사들은 이 회사 영업이익이 평균 54.9% 감소한 것으로 예측하고 있었다. 상황이 짐작보다 훨씬 나빴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어닝 쇼크다. 삼성전자 분기 영업이익이 5조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14년 3분기(4조600억원) 이후 8년여 만에 처음이다. 회사 측은 “대외환경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반도체 수요 부진과 스마트폰 판매 둔화로 실적이 크게 하락했다”고 설명했다.같은 날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655억원으로 전년 동기(7453억원)에 비해 91.2% 줄었다고 공시했다. 역시 증권업계가 추정한 감소 폭(평균 52.8%)을 훌쩍 뛰어넘었다. LG전자 분기 영업이익이 1000억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18년 4분기(757억원) 이후 4년 만이다.주식시장에 상장한 기업들은 1년에 네 번 실적을 발표한다.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을 비롯한 주요 경영 지표가 투자자에 공개된다. 상장사들의 실적 공개가 집중되는 시기를 어닝 시즌(earning season)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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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출금리가 무서워…집값 내려도 집 못사요

    주택구입부담지수가 또다시 사상 최고를 경신했다. 집값이 떨어지고 있지만 금리 상승세가 워낙 가팔라서다.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전국 주택구입부담지수는 89.3으로,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았다. 이 지수는 2021년 4분기(83.5) 처음으로 80을 돌파해 2022년 3분기(89.3)까지 네 분기 연속 신기록을 경신했다.내 집 마련 부담, 사상 최고 수준주택구입부담지수는 중위소득 가구가 표준대출을 받아 중간가격 주택을 구입할 때 상환 부담을 나타내는 지수다. 평범한 중산층이 일반적인 조건으로 집을 사는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한국부동산원 아파트시세, 통계청 가계조사, 노동부의 노동통계조사, 한국은행 금리 자료 등을 토대로 계산한다. 이 지수가 높아지면 내 집 마련 부담이 가중된다는 의미다. 주택담보대출 상환에 가구 소득의 25%를 부담하면 주택구입부담지수는 100으로 나온다.지역별로 보면 서울의 주택구입부담지수는 214.6으로 이전 분기(204.0)보다 10.6포인트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득의 절반이 넘는 54%를 대출 갚는 데 써야 한다는 의미다. 경기(120.5) 인천(98.9) 제주(90.9) 부산(88.1) 대전(86.6) 대구(80.6) 광주(66.4) 등이 뒤를 이었다.전국 주택구입부담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본격화된 주택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아파트값은 1월부터 11월까지 누적으로 4.79% 하락했다. 이는 부동산원이 아파트값 조사를 시작한 2003년 12월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021년 8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1년3개월 동안 기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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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화'하는 홍콩…2년새 20만명 떠났다

    홍콩은 지난 7월 1일 주권 반환 25주년을 맞았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홍콩이 중국의 품에 돌아간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그런데 6월 말 끝난 인구 조사에 따르면 홍콩 인구는 1년 전보다 1.6%(12만1500명) 줄어 729만 명을 기록했다. 60여 년 만에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홍콩 인구는 코로나19 이전 수년간 750만 명 선을 유지해왔으나 2년여 동안 20만 명 넘게 급감했다. 코로나 강경 방역·국가보안법 시행이 촉발홍콩에서 ‘헥시트’가 가속화하고 있다. 헥시트는 홍콩(Hong Kong)과 엑시트(exit)를 합친 말로 홍콩에서 인재와 기업, 자본이 빠져나가는 것을 뜻한다.헥시트를 불러온 것은 이른바 ‘홍콩의 중국화’ 현상이다. 중국은 2020년 6월 홍콩국가보안법을 제정한 데 이어 지난해 홍콩 선거제를 전면 개편했다. 이로 인해 홍콩 민주진영은 사실상 궤멸했다. 코로나 방역정책도 중국만큼 강경했다. 홍콩이 2년 넘게 국경을 걸어 잠근 채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자 금융권을 중심으로 많은 외국인이 짐을 쌌다. 정치·사회·교육 분야의 전문인력과 청년들도 영국, 캐나다 등으로 대거 이민을 떠났다.홍콩의 방역정책에 질린 다국적 기업들이 인력과 거점을 재배치하면서 싱가포르가 특수를 누리고 있다. 새로 옮겨온 외국인 사이에서 ‘집 구하기’ 전쟁이 벌어질 정도다. 싱가포르는 올 9월 발표된 국제금융센터지수(GFCI) 평가에서 홍콩을 제치고 아시아 1위 금융허브에 올랐다.홍콩은 지난 10월 비자 규정 완화, 부동산 세금 감면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300억홍콩달러(약 5조원) 규모 투자펀드를 조성해 해외 혁신 기술기업을 적극 유치하겠다고 했다. 헥시트를 막기 위해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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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위험·고수익' 채권 인기 시들…'세계 발행 규모' 1년 새 80%↓

    투자부적격 등급 채권을 뜻하는 ‘정크본드(junk bond)’ 시장이 세계적으로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들은 자금을 조달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 금융정보회사 딜로직에 따르면 올 1~11월 세계 채권시장에서 발행된 투자부적격 등급의 채권은 1375억달러(약 178조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 감소했다. 정크푸드처럼 자극적이고 맛있다?인스턴트 음식을 흔히 정크푸드(junk food)라고 부른다. 정크는 쓰레기라는 뜻이다. 몸에 해롭다는 건 알지만 맛있어서 먹는다. 채권시장에서는 신용등급 ‘BB+’ 이하인 채권을 정크본드라고 한다. 위험한 건 알지만 수익률이 짭짤해 그 맛에 투자하는 것이다.정크본드는 높은 수익률(high yield)을 제시한다는 뜻에서 ‘하이일드 채권’으로 부르기도 한다. 신용이 나쁘면 더 많은 이자를 약속해야 채권을 팔 수 있다. 정크본드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펀드 상품으로 ‘하이일드 펀드’라는 것도 있다. 최근에는 신용도는 낮지만 기술력과 성장성이 뛰어난 중소·벤처기업이 발행한 채권 등으로도 의미가 넓어졌다.정크본드를 유명하게 만든 사람은 미국 증권맨 출신 마이클 밀컨이다. 1980년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투자부적격 등급 채권에 투자해 ‘정크본드의 황제’라는 수식어를 얻은 인물이다. 당시 밀컨은 재무제표 분석을 통해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에서 우량채권들을 골라내 큰 성공을 거뒀다.신용도가 낮은 기업이 찍어낸 고위험·고수익 채권인 정크본드는 금융시장의 ‘거품’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 정크본드는 투자자들이 리스크(risk)를 적극적으로 감수하